거래침체 따라 교환 거래 늘어나 ㆍㆍㆍ꼼꼼 체크해야 '윈-윈'

"부동산은 흐름을 잘 타야 한다! 매매의 시대가 가고 교환의 시대가 시작됐다!”한 부동산 교환 전문 업체의 광고 문구다. ‘교환’이라는 단어는 생활정보지, 신문 광고면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인터넷에는 ‘교환 전문’이라는 간판을 건 업체들이 부쩍 늘었다. 다주택 보유자 등 부동산 처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교환 수요가 늘어나면서 취급 업체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교환은 정상적으로는 거래가 힘든 물건을 1 대 1로 맞바꾸는 것이다. 거래 시장이 활발할 때는 잦아들다가 요즘처럼 시장이 가라앉으면 고개를 드는 게 특징이다. 시장이 활황세일 때는 시세대로 사고팔기가 쉽지만 침체기에는 제 시세보다 밑지거나, 그나마 매수 희망자를 만나기도 힘들기 때문에 교환이라는 대안이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전형적인 침체기 거래 기법이 바로 교환인 셈이다.특히 최근 아파트 등의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교환이 주목 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올 1분기 거래량은 3748건으로 지난해 1분기의 1만5836건의 23%,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의 2만1712건의 17%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래 성사를 위해 매매에서 교환으로 관심 영역을 바꾸는 수요자는 물론, 아예 사업 분야를 교환으로 바꾸는 부동산 중개업소까지 늘고 있다. 교환 전문인 S컨설팅 관계자는 “올 들어 교환 의뢰가 매달 20% 이상 늘어나고 있다”면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등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 물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교환 거래는 장단점을 고루 갖고 있다. 좀처럼 팔리지 않는 애물단지 부동산을 원하는 것과 바꿀 수 있어서 잘만 하면 양쪽이 ‘윈-윈’하는 거래라는 게 최대 장점이다. 손쉽게 골칫거리를 처리하는 한편 목돈 들이지 않고 원하는 부동산을 살 수 있다.그러나 문제는 현실과 이상이 다르다는 데 있다. 실제로는 윈-윈이 아닌, 반대 상황이 더 많이 일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주로 쌍방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거나 기획부동산 등이 중개 사고를 내는 경우다. 애물단지를 처분하려다 더 큰 애물단지를 안는 일이 허다하다. 부동산 관련 판례와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선 교환으로 인한 피해사례를 적잖게 발견할 수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부동산 교환 거래는 복마전”이라면서 “속임수 거래에 걸려드는 선량한 이들이 적지 않다”고 경계경보를 울렸다.서울 동작구에 사는 L 씨는 연초까지 주택만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였다. 지난해 말부터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등을 염려해 주택 1~2채를 팔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처분하려는 경기도 안산의 아파트가 좀처럼 임자를 만나지 못한 것이다. 역세권이 아닌 데다 단지가 작은 노후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마침 평소 알고 지내던 중개업자가 그에게 경남의 임야와 맞교환을 제의했다. 시세 2억 원인 안산의 30평형 아파트를 평당 20만 원인 임야 800평과 맞바꾸고 차액 4000만 원을 현금으로 받는 조건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땅 투자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중개업자를 믿고 계약을 체결했다. 골칫덩이를 넘기는 것도 좋은 일인데, 현금과 땅까지 생기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두 달 후 L 씨가 사들인 임야의 시세가 잘 해야 6000만~7000만 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L 씨는 가만히 앉아서 1억 원 정도를 날린 셈이다.서울 강서구에 신축 연립주택을 갖고 있던 K 씨는 기획부동산에 피해를 본 경우다. K 씨는 지난해 봄부터 집을 내놓았지만 매수 문의조차 드물어 직접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 수수료를 내고 매물을 등록했다. 한 달여 지난 후 K 씨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전원주택 전문 컨설팅사의 임원이라고 밝힌 사람은 강원도의 전원주택지와 교환을 제의했다.연립주택을 1억 원에 팔려던 K 씨는 전원주택지 250평을 8500만 원에 안았다. 1년 가까이 팔리지 않는 집을 처분하고 노후 대비로 전원주택지를 확보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현장을 가볼 것도 없이 그쪽에서 제시한 사진과 등기부등본만 보고 결정했다. 그러나 최근 K 씨는 자신이 산 부지가 전원주택지로서 입지가 불리한 데다 현지 시세는 매입 가격의 6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자신의 단독주택을 경기도 양주의 모텔과 바꾼 N 씨는 교환을 빙자한 사기에 걸려든 예라고 할 수 있다. 정년퇴직 후 고정 수입 확보 방법을 고민하던 N 씨는 창업을 위해 몇 개월간 수도권 중개업소들을 순례했다. 어느 날 한 중개업자가 소개한 낯선 이가 N 씨에게 “모텔을 운영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유원지와 가까운 러브호텔촌이라서 장사가 잘되고 투자 가치도 높다는 소리에 직접 현장에 가서 눈으로 확인도 했다. 하지만 10억 원 가까운 가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하자 중개인은 담보대출 승계와 함께 N 씨가 20년 넘게 살고 있는 200평 단독주택과의 교환을 요구했다. 노후 대비가 필요했던 N 씨는 제안에 응하면서 집을 양주로 옮기고 모텔을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모텔은 높은 담보대출 이자 감당하기도 벅찰 만큼 수지가 맞지 않았다. 게다가 이전 임차인이라는 사람까지 나타나 자신이 손해 본 내역을 말하며 보전을 요구해 진퇴양난에 빠졌다.이처럼 교환 거래의 피해는 시세 부풀리기와 함께 권리 관계가 복잡해 소유권 행사가 쉽지 않거나 담보 대출이 걷잡을 수 없는 부담으로 확대되는 경우로 현실화된다. 박원갑 소장은 “교환 거래는 특히 살얼음판 걷듯 조심해야 한다”면서 “주로 지방 토지, 전원주택지, 나홀로 아파트, 모텔 등 일반적인 거래가 힘든 상품을 아파트나 연립주택과 바꾸자는 제의가 많다”고 전했다.한마디로 교환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은 ‘양질의 물건이 없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법원 경매에 부쳐지기 직전에 나오는 쓸만한 교환 매물이나 급매 물건이 있지만 일반 투자자가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그렇다면 안전한 교환 거래법은 무엇일까. 교환 거래의 매 단계에서 주의를 기울이면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 우선 시세가 과대 포장돼 있지는 않은지 살피고 향후 활용에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기 위해 현장 답사가 필수다. 목적지 주변의 중개업소는 물론 주민들에게도 의견을 묻는 자세가 필요하다.임차인이 들어 있는 모텔 등 상업용 건물이라면 임대 기간과 임차인 신분을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장사가 잘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대출이 있다면 승계가 가능한지 금융사에 확인해야 한다. 소유권 변경과 함께 대출 상환을 요구하는 금융사가 꽤 많다. 가압류, 가등기 등 권리 관계 체크는 필수다.땅으로 교환한다면 해당 지역의 개발 계획은 물론 향후 토지 이용에 제재 사항은 없는지 알아봐야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면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허가 구역에서 농지나 임야는 가구원 모두 주소를 현지로 옮기고 1년 이상 거주해야 구입할 수 있다.부동산 교환도 일반적인 매매 거래처럼 양도 차익이 있으면 양도세를 내야 한다. 다만 중개 수수료는 교환 대상 물건 중 고가를 기준으로 한 번만 내면 된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수’에 걸려들지 않는 것이다. 교환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승소해 피해를 복구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