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택 삼성증권 Fn Honors 호텔신라지점장은 “부자들이 돈을 관리하는 아주 특별한 방법은 무엇입니까?”란 질문에 “그런 우문(愚問)이 어디 있느냐”며 단박에 면박을 줬다. 그리고 이런 질문이 왜 ‘말’이 되지 않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사람들은 부자들의 속성을 잘 몰라요. 돈을 잘 벌고 지키니 그들만의 아주 특별한 자산 관리 노하우가 있으려니 생각하나 봐요. 사실 어떤 것을 단순화하기는 어려워요. 투자자 유형에 따라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 해도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다르니까요….”그는 이어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툭 던졌다. “부자들은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니지 않아요. 대부분 심장과 가까운 안주머니에 지갑을 넣어 다닙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돈에 대한 애정때문이죠.”그가 말하는 부자들은 대체로 돈에 대한 애착과 승부욕이 강하고 돈을 제대로 지키는 지혜로움을 지닌 사람이다. “큰 부자들은 남에게 지고는 못 배기는 성격을 가졌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재테크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항상 남들 하는 만큼 합니다. 그래서 이분들에게 ‘○○상품에 가입하면 대박납니다’라고 추천했다가는 십중팔구 ‘저 놈은 시장 생리를 모르는 하수’라고 질책합니다. 큰 부자들은 그냥 ‘요즘 주식시장이 어때’ ‘남들은 어때’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하는만큼 펀드가 좋으면 펀드도 가입하고 합니다. 다만, 큰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돈은 자신이 현재 종사하거나 잘 아는 분야에서 벌고 자본시장에선 돈을 버는 것보다는 지키는 데 주력합니다.”우 지점장이 말하는 부자의 또 다른 특징은 사람을 많이 거느리거나 많은 돈을 지키기 위해서 자꾸 위에서 보는 습관이 체화됐다는 점이다. “부자는 뭐든지 자세히 보고 여유가 있습니다. 소위 조감도(鳥瞰圖)를 그릴 줄 아는 분들이지요. 지금 부자일지라도 조감하는 능력이 없으면 그 돈을 못 지킵니다. 설사 지금 부자가 아닐지라도 조감 능력이 있으면 언제든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기 재산 잘 지키고 있는 부자들은 조감 능력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조감 능력이 있으면 기다릴 줄도 알고 초조해 하지도 않습니다. 가령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비행기 타고 보면 수원 왔구나 어디 왔구나 위에서 내비게이션처럼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조급할 게 없습니다. 그렇지만 조감 능력이 없는 사람은 얼마나 더 가야 되나, 바로 가는 것인가, 부산 간다고 하면서 이거 광주 가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불안해하고 초조하고 힘드니까 가다 포기도 하고 내가 지금 맞는 건가 스스로 의심하고 오만 걱정 다 합니다. 조감하는 능력을 키우면 누구나 부자 될 수 있습니다.”부자들의 습관과 태도의 핵심만 잡아 거침없이 줄줄 내뱉는 우 지점장은 고액 예금자의 자산을 관리해 주는 프라이빗뱅커(PB) 중에서도 상수로 통한다. 그는 돈에 관한 한 ‘9단’인 L그룹·W그룹 회장 등 대기업 회장들이 자산 관리를 맡길 정도로 이 분야에선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그가 위탁 받아 관리하는 자산만도 3000억 원이 넘는다.최근에는 MBC 간판 오락프로그램인 ‘일밤’의 ‘경제야 놀자’ 코너에서 6개월 동안 재테크 도우미로 활동하며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진 덕분에 고객층이 정치인·연예인·스포츠맨 등으로 다양해졌다.그는 특히 불교 경전 <금강경(金剛經)>을 돈 버는 것과 접목한 재테크 이론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다른 PB들과 달리 ‘○○지역 아파트가 유망합니다’ ‘△△주식을 사시고 ◇◇종목을 파세요’ 식의 세부적인 정보보다는 돈에 대한 철학을 일깨워 주는 데 주력한다.“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전후로 감당하기 힘든 실패를 수차례 겪었습니다. 대우 사태가 일어나고 그 때부터 제대로 해보자고 했는데 사실은 그때도 잘 못했습니다. 잘해보려 했는데 벤처 파동이 일어나고 9·11테러, 카드 사태 등 악재가 터졌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고객에게 피해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잘하려고 했는데 안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도무지 잘하는 게 무엇이 있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돈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부자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이런 것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먼저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은 지혜와 밝은 눈을 가졌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만약에 돈을 버는 법이 말이나 글, 숫자 혹은 수학공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면 분명히 공식, 방법, 절차를 아는 공부 잘하는 사람이 부자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돈을 버는 것은 IQ 같은 지적 능력과는 관계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돈은 말과 글을 떠난 곳에 있다고 생각했고 내가 남의 돈을 맡는다는 것은 그 사람 과거 인생의 결과물 일부분을 맡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몸도 많이 상했습니다. 고객들 재산 불려 주기에 앞서서 제 마음부터 다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부처님을 찾았습니다.”그때 우 지점장이 수양하면서 쓴 책이 바로 불교 경전인 <금강경>이었다. 심상사성(心想事成·마음먹은 대로 이뤄진다)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2만 부 가까이 팔려나갔다. 그는 “여전히 사람들은 보이는 것, 변하는 것, 빠른 것에서만 돈을 벌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주식 투자든 뭐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보이지 않고 변하지 않고 느린 곳’에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다릴 줄 모르고, 생각할 줄 모르는 것’이 재테크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푼돈을 목돈으로 만드는 건 ‘기다리는 힘’이요, 사람과 세상의 흐름을 배우는 건 ‘생각하는 힘’이라는 신념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단기 투자일수록 ‘고양이가 쥐를 잡듯(신중하게)’ 장기 투자는 ‘닭이 계란을 품듯이(오랜 기간 지그시)’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그는 강의와 방송 출연에서 이런 자신의 독특한 자산 관리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 출연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일주일에 두 차례, 단 몇 분 출연에 서너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바쁜 일정을 쪼개다 보니 정작 자신에게 자산을 맡긴 고객들의 핀잔을 들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는 요즘에는 자칭 ‘자유무역협정(FTA) 전도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객 상담 시간을 쪼개 각종 강연에서 FTA의 중요성과 이로 인한 경제 판도의 변화에 맞게 자산 분배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것. “FTA가 체결되면 국내외 사정은 크게 달라집니다.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 사태나 2000년 정보기술(IT) 파동 때와는 다릅니다. 국제적 유동성도 아주 풍부합니다. 일시적인 조정은 올 수 있겠지만 내년까지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계속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우 지점장은 주가의 단기 급등으로 인해 아직 주식 시장에 뛰어들지 못한 채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투자 시작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지금 개인적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다면 앞으로 1년 동안 분할 매입할 것을 권하고 싶다”며 “단기간에 횡재를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3년 정도 장기 투자를 하라”고 조언했다. 그가 ‘3년’을 강조하는 이유는 3년간 꾸준히 모으면 푼돈을 목돈으로 바꿀 수 있고, 이 돈을 종자돈으로 ‘부자 되기’에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우 지점장이 추천하는 업종은 해운업 항공업 금융업이다. 그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과 미국, 양국 간 교역량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가 동북아 무역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며 “교역량이 점차 증가하면서 해운업과 항공업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약력: 한국외국어대학 경영학과. 캐세이패시픽. 유화증권. 삼성증권 양재지점장. 삼성증권 Fn Honors 서초지점장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