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제 605호 (2007년 07월 09일)

‘작은 것’을 중시하는 권오규 부총리

기사입력 2007.07.03 오전 11:50

‘작은 것’을 중시하는 권오규 부총리
2단계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이 지난 6월 25일 발표됐다. 총 16개 부처가 참여했으나 재정경제부가 주도했다는 측면에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말 나온 1단계 대책과 이번 대책을 통해 권 부총리는 기업 규제 완화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드러냈다고 하는 것이 과천 관가의 평가다.

2단계 대책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하이닉스 관련이고, 나머지는 하이닉스 이외다. 하이닉스 관련이란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의 구리 공정 전환 허용을 긍정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하이닉스 이천공장은 알루미늄으로 배선을 처리(알루미늄 공정)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현재 70나노 이상 제조공정에선 알루미늄 배선이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50나노 이하의 초미세 제조를 위해선 구리 배선(구리 공정)으로 바꾸는 것이 절실하다고 호소해 왔다. 하지만 수질환경보전법과 시행령 등에 따라 한강 상수원 지역인 이천에선 구리를 재료로 쓰는 공장을 짓는 것이 원천 금지돼 있다. 정부는 2단계 대책을 통해 “하이닉스가 구리 공정으로 바꾸더라도 작업에 쓰인 물을 상수원에다 흘려보내지 않는 무방류 시스템으로 할 경우 허용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까지 ‘구리 절대 불가’ 입장에서 크게 선회한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방침을 바꾼 이유는 뭘까. 물론 한국 반도체 산업과 전체적인 연관 효과를 걱정하는 권 부총리가 큰 역할을 했다는 데 이론을 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청와대의 정치적 고려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과천 관가의 전언이다.

정부는 올 1월 하이닉스에 대해 이천공장 증설 불허 결정을 내렸다. 공장 증설을 염원한 이천지역 주민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정부는 이후 송파 신도시를 위해 특전사를 이천으로 옮기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이천 주민들과의 한차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천 주민들은 분노하기 시작했으며 청와대는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 이천공장의 기존 공정을 바꾸는 것 까지는 허용해 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미세사항으로 채운 2단계 대책

2단계 대책에 선정된 하이닉스 이외 100여 개 과제엔 실질을 중시하는 권 부총리의 ‘색깔’이 대부분 투영돼 있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금융회사로 하여금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한 것, 계획관리지역(과거 준농림지역 준도시지역)에 1만㎡ 미만 소규모 공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바꾸기로 한 것, 외국인 고급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국적 취득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한 것 등이다.

재경부는 이른바 ‘하이닉스 이외 대책’에 대해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이 현장에서 실제로 겪는 애로 사항들을 고쳐 나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재경부의 한 간부는 “권 부총리는 기업들이 느끼는 고충이란 게 거대한 게 아니고 오히려 작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권 부총리는 이처럼 작지만 중요한 것들을 바로잡아 나가는 것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언론들은 권 부총리의 지론과는 달리 하이닉스 관련 규제 완화 방침을 집중 부각했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의 한 간부는 “나머지는 너무 세세한 것들이어서 지자체의 일선 공무원이나 기업의 실무자가 아니면 알기 힘들기 때문에 내가 기자라도 그렇게 보도하겠다”며 언론의 보도 방향을 당연시했다.

1단계와 2단계 기업환경개선대책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기업 환경이 크게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 대기업들은 ‘작은’ 규제 완화보다 ‘큰 틀’에서 여전히 기업 활동에 제약이 가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균형발전, 출자총액제한제도, 비정규직 및 특수고용직 보호 등이 그러한 문제다. 예컨대 고용과 관련해 외국인 활용을 위해 각종 제도를 바꾸기로 했지만 임시직 등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은 7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기업의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권 부총리가 이처럼 큰 이슈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고쳐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데 참여정부라는 한계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박준동·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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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7-07-03 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