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방 협진 시스템 ‘보편화’… 호텔과 손잡는 사례도

의료 시장을 놓고 벌이는 병원들의 치열한 경쟁은 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각 병원들은 ‘합종연횡(合從連衡)’ 전략을 통해 난국을 헤쳐 나가고 있다.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양방 협진’ 시스템이다. 여태껏 한의학과 양의학의 협진은 그리 활성화되지 못했다. 자신의 영역 밖은 이른바 ‘노터치’로 일관하면서 서로의 성을 단단하게 쌓아 올려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낮아지는 수익성에 대한 돌파구로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성공적인 한·양방 협진 시스템을 갖춘 곳으로는 척주 질환 전문 병원인 자생한방병원을 꼽을 수 있다. 척추 질환에 대한 과학적인 한방 치료를 위해 영상의학과, 임상병리과, 재활의학과 등 양방 진료과와의 협진 시스템을 마련해 각기 장점을 살린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MRI, CT, X-선 등 척추 질환 진단에 필요한 첨단 검진기기와 치료 기기를 도입, 임상에 활용함으로써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한방 진료를 갖췄다.이 같은 자생병원의 한·양방 협진 시스템은 최근 서양 의학의 메카인 미국 의료계로부터도 주목받고 있는 중이다. 하버드의대 오셔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자생한방병원의 협진 시스템을 연구해 소개한 논문이 국제적 학술지 ‘보완대체의학저널(JACM)’ 6월호에 게재된 것.한방과 양방의 협진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의료계의 노력은 아예 ‘신(新)의학’의 가능성을 열게 했다. 경희대가 동서양 의학이 융합된 ‘신의학’ 창조의 기치를 내건 동서신의학병원이 바로 그것. 기존의 협진 병원들이 전문 병원 위주였다면 동서신의학병원은 암·중풍·관절·척추·이비인후질환 등 질환을 중심으로 한 10여 개의 전문 한·양방 협진센터, 치과병원, 한방병원 등으로 구성된 종합병원이다.특히 동서협진센터는 각 분야의 명성 있는 한·양방 의료진이 한 센터 내에 상주하며 질환에 맞는 구체적 치료법을 제공하는 신개념의 한·양방 협진센터다. 기존의 한·양방 협진이라고 하면 의료진이 전공하고 있는 분야를 진료하고 남은 시간에 모여서 진료하는 단순한 협업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동서신의학병원의 협진은 협진센터에 모든 센터에서 각 분야의 명성 있는 한·양방 의료진이 함께 최첨단 의료 장비를 동원, 환자들의 병을 진단한 후 질환에 맞는 구체적 치료법을 함께 시술하는 것이 특징이다.여기에 최근 들어 의학 대 의학의 제휴만이 아닌 의학과 타 업종과의 제휴도 늘어나고 있다. 고급 백화점이나 특급호텔과 제휴한 이른바 ‘호텔병원’이 바로 그것. 고운세상 피부과, 예치과 등 네트워크 병원과 신라호텔이 손을 잡은 메디컬 센터가 문을 연 것은 작년 7월께. 이제 갓 1년여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병원들의 자체 조사 결과 경영 성과와 고객 만족도가 예상외로 높다고 분석되고 있다.국내에서 이러한 호텔병원 시스템을 호텔과 병원의 교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은 관광 수요가 많은 부산지역이다.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 이후 성형외과, 피부과, 한의원, 에스테틱 등이 부산롯데호텔 11층에 문을 연 ‘노블레스센터’가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병원이다.이뿐만 아니라 부산지역의 다른 병원과 호텔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은 옛 면세점 건물 3300㎡에 대학병원 규모의 메디컬센터를 꾸렸으며, 부산 노보텔 앰배서더도 6층과 7층 4950여㎡에 의료 기능을 갖출 예정으로 현재 국내 유명 성형외과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