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도 시장 확대 추진…‘잠재력 가장 큰 사업분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는?’, ‘세계 7대 불가사의는?’과 같은 거창한 문제에서부터 ‘최신 인기 영화는?’과 같은 사소한 문제까지 궁금증이 생기면 누구나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에 접속해 간단히 답을 찾을 수 있다.하지만 불과 15년 전만 해도 인터넷은 PC 마니아나 교육계 등 일부 사람들의 전유물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문제의 답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거나 백과사전을 찾아봐야 했다.인터넷이 대중화된 것은 불과 10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10년간 사람들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은행 마감 시간과 상관없이 금융 업무를 할 수 있고, 주식도 홈트레이딩 시스템으로 거래한다. 극장에 가지 않고도 영화 예매를 할 수 있고 자신이 구입하고 싶은 자동차나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한 정보도 간단한 조작으로 얻을 수 있다.이렇게 인터넷이 삶의 깊숙한 곳에 파고든 것 같지만, 아직 개척하지 못한 거대한 대륙이 남아 있다. 야외에서도 집과 같은 속도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은 현재까지의 기술로는 뛰어넘지 못한 부분이다.이에 따라 글로벌 통신 기업들은 야외에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차세대 인터넷 시장을 IT 분야를 이끌 새로운 먹을거리로 정하고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동 인터넷 서비스가 유선전화에서 휴대전화로 바뀐 것과 같은 엄청난 변화와 부가가치를 낳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일례로 딜로이트컨설팅은 ‘2006년 통신산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향후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광대역 연결망과 음성 패킷망을 포함하는 글로벌 텔레커뮤니케이션 시장이 ‘트릴리언 달러(Trillion Dollar: 수조 달러)’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텔도 지난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에서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으로 꼽았다.차세대 인터넷 서비스와 기존 인터넷 서비스는 무선과 이동 두 가지 점에서 차별화된다. 흔히 무선랜으로 불리는 와이파이(Wi-Fi: 일정 거리 안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근거리 통신망)를 이용하면 외부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한자리에 고정된 사용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움직이는 순간 끊어진다. 하지만 차세대 인터넷을 사용하면 이동 중에도 끊김 없는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차세대 이동 인터넷 서비스로 주목받는 기술은 와이브로와 와이맥스다. 와이브로(WiBro: Wireless Broadband)는 삼성전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무선 광대역 인터넷 기술이다. KT와 SK텔레콤이 국내 사업자로 선정돼 2006년 6월 30일부터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 서비스가 시작됐으며 최근 인천광역시와 부산광역시 일부까지 서비스 지역이 확장됐다.와이브로는 이동성과 속도 등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시속 100km로 이동하는 중에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와이브로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해외에서는 ‘모바일 와이맥스’라고 불리고 있다. 와이브로는 지난 10월 18일 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총회에서 ‘IMT-2000’으로 통칭되는 3세대 이동통신(3G) 6번째 국제 표준으로 채택됐다.와이맥스(Wimax: Worldwide Inter-operability for Microwave Access)는 IEEE 802.16 무선랜 기술에 기반을 둔 기술로 인텔과 노키아 등이 주축이 된 와이맥스포럼이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와이맥스는 최초 인터넷 설치가 어려운 낙후 지역이나 중소형 사업장 혹은 대형 건물 등에서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와이브로에 비해 이동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와이맥스는 기지국 하나에 최대 45km까지, 도심지에서는 1~2km 내부까지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미국 시장 조사 기관 프로스트&설리번에 따르면 오는 2010년까지 와이맥스 관련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5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연간 13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와이맥스와 와이브로 관련 업체들은 자사가 지원하는 이동 인터넷이 전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인터넷 서비스가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개발도상국이나 인터넷 인프라를 교체해야 되는 선진국들 역시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로 이동 인터넷 서비스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우선 각 집마다 전화선이나 케이블 등 유선으로 연결해야 하는 기존 인터넷 방식에 비해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비용이 적고, 한 개의 기지국으로 많은 가입자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다.와이브로는 이번 국제 표준 채택으로 사업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이번 국제 표준 채택으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제3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와이맥스에 비해 이동 중 끊어지지 않는 인터넷 성능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삼성전자 LG전자 포스데이타 KT 등 국내 업체들은 와이브로 표준을 발판으로 해외에 와이브로 시스템과 단말기, 장비 등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CDMA와 달리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이기 때문에 해외 업체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다른 나라로부터 로열티 수익을 기대해볼만하다.삼성전자와 KT는 내년 4월 상용화 예정인 미국 스프린트넥스텔의 모바일 와이맥스 서비스를 위해 미국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와이브로망을 구축 중이며, 일본과 이탈리아에도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와이맥스 진영은 네트워크 및 PC 업체들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부분 글로벌 업체이기 때문에 막강한 업계 영향력을 바탕으로 연합 전선을 만들고 있다. 특히 인텔은 내년에 출시될 몬테비나 플랫폼에 와이맥스와 와이파이 두 가지 네트워크 기술을 지원하는 ‘이코픽(Echo peak)’ 모듈을 도입할 예정이며 노트북 PC보다 크기를 줄인 휴대형 인터넷 단말기 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MID)에 와이맥스를 대응시켜 보급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또 에이서 아수스 레노버 파나소닉 도시바 등 주요 PC 업체와 협력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해 와이맥스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인텔은 PC뿐만 아니라 TV나 MP3 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등 소비자 가전제품에도 와이맥스를 보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가전 기업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필립스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협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와이맥스가 지원되는 디지털 TV가 등장할 경우 소비자들은 셋톱박스 없이 인터넷 접속, IP TV 등이 가능하며 MP3 플레이어는 PC와 연결하지 않고 새로운 음악을 인터넷으로 내려 받을 수 있다.차세대 인터넷 서비스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단정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기술 우위를 가지고 있어도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하는 상황은 그동안 수도 없이 반복됐기 때문에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 역시 각 사업자들이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접근성은 HSDPA ‘최고’…가격은 ‘부담’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와이파이 와이브로 HSDPA로 구분할 수 있다. 유료 와이파이 서비스는 KT가 ‘네스팟’, 하나로텔레콤이 ‘하나포스윙’이라는 이름으로 해왔지만 서비스 지역이 정체된 상황이다. 이런 유료 와이파이 서비스보다 도시 곳곳에 있는 공개된 액세스포인트나 스타벅스와 같이 와이파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SK텔레콤과 KT가 제공하고 있는 와이브로 서비스는 빠르고 이동 중에도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서비스 지역이 수도권에 한정돼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수도권 일부에서도 음영지역이 있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와이브로를 선택할 경우에는 자신이 있는 곳에서 서비스가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서비스 가격은 올해 말까지 SK텔레콤이 월 1만6000원, KT가 1만9800원이다.HSDPA(high speed downlink packet access: 고속하향패킷접속)는 속도는 느리지만 휴대전화 서비스가 가능한 곳에서는 어디든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현재 무선 인터넷 서비스로 가장 적합하다. SK텔레콤의 ‘T-로그인’과 KTF의 ‘아이플러그’가 있다. 하지만 사용량이 초과될 경우 기본요금(월 2만9900원) 외에 추가로 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이형근·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