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정상회담 글로벌 난제 풀까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일본 홋카이도에서 만나 온실가스 감축과 식량난 해소, 에너지 가격 안정 등 글로벌 난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7월 7~9일 일본 홋카이도의 온천 휴양지인 도야코(洞爺湖)에서 열리는 것. 매년 한 차례씩 열리는 정례 회의이긴 하지만 환경 규제 강화 등 세계 경제의 새로운 규칙이 정해질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특히 이번 회의는 G8 회원국 외에도 15개국의 정상들이 초청받아 폭넓은 글로벌 정상회의로 개최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 G8 정상회의 정식 멤버인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 등 8개국 이외에 아프리카 개발 문제와 관련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8개국, 지구 온난화 대책 회의에 참석하는 한국과 중국 호주 인도 멕시코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7개국이 초청국으로 참여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자리를 함께한다.주최국인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의장으로 주재하게 되는 이번 회의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대폭 감축하기 위한 ‘포스트 교토의정서’ 제정 등 환경 문제가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또 석유와 곡물 등 원재료 가격 폭등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후유증 등으로 후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세계 경제의 안정화 방안도 논의된다.◇= 이번 G8 정상회의의 핵심 쟁점이다. 온실가스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이를 감축하는 것이 글로벌 과제로 대두된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이번 정상회의가 아니더라도 온난화 대책은 계속 논의돼 왔다. 초점은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이느냐와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인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적 지원이다.배출가스 삭감과 관련한 현재의 국제적인 규제는 ‘교토의정서’다. 올해부터 2012년이 적용 기한인 교토의정서는 국가별 삭감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금은 교토의정서의 기한이 만료되는 2013년 이후의 규제 틀에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유엔의 ‘기후변화협약총회(COP)’에서 중점 논의되고 있는 이 문제는 2009년 말까지 국가별 삭감 목표 책정 등에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하지만 구체적인 목표치를 놓고는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배출가스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인도 등 신흥 국가와 이미 경제 발전 궤도에 오른 G8 등 선진국 간의 대립이 합의 도출의 최대 장애물이다. 신흥 국가들은 가스 배출량 제약이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를 들어 삭감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다. G8 내에서도 이견이 있다. 유럽 국가가 “선진국이 배기가스 삭감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반면 미국은 “신흥국의 참가 없는 온난화 대책은 무의미하다”며 미온적인 반응이다.온실가스 삭감과 관련한 논의를 주제별로 나누면 장기 목표, 포스트 교토의정서의 틀, 부문별 삭감 목표 설정 등이다. 장기 목표는 세계 전체의 온실가스 방출량을 2050년까지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 절반이란 목표는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삼림에서 흡수하는 양의 두 배라는 점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G8 국가 또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을 포함해 주요국들이 장기 목표에 합의할지가 관심사다.포스트 교토의정서의 규제 틀은 교토의정서에선 삭감 의무가 없던 신흥국을 어떤 방식으로 참여시킬지, 또 참여한다면 어느 정도 삭감하도록 할지가 핵심이다. 부문별 삭감 목표 설정은 산업별 삭감 가능량을 산출한 뒤 이를 토대로 국가별 배출 총량과 삭감 목표치를 설정하자는 것이다. 일본이 이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식량 가격 급등이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정상회의의 긴급 의제로 채택됐다. 이에 대해서는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관심이 크다. G8이 식량 가격 안정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경우 식량 가격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세계 곡물 가격은 2006년부터 상승 추세로 접어들었다. 지난 2년간 보리 옥수수 콩의 가격은 2배 이상으로 뛰었다. 특히 쌀의 경우 올 들어 2배 이상 올랐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인구 증가나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른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식생활 변화, 바이오 연료용 곡물 수요 증가, 기상 이변, 투기 자금 유입 등을 꼽는다.여기에 식량 수출국들이 자국 시장 안정을 우선시해 수출 규제에 속속 나서는 것도 국제 곡물 가격 급등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6월 로마에서 열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주최 식량정상회의에서는 식량난으로 위기에 처한 개발도상국에 긴급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하지만 식량 수출 규제나 바이오 연료 사용을 둘러싼 국가 간 대립은 여전하다. 이번 G8 정상회의에서는 수출 규제 자제, 식량으로 사용되지 않는 식물을 사용하는 ‘제2세대 바이오 연료’ 개발, 농업 증산 방안 보급 등 개발 등을 재차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원유가 고공행진도 주요 테마다. 원유가 급등은 이미 각국의 물가 인상 요인이 되면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권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4% 이상 소비자물가지수가 올랐다. 러시아 등 일부 신흥국은 10% 이상 오른 곳도 있다.지난달 G8 재무장관 회담에선 원유 시장으로 유입되는 투기자금의 영향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올 가을까지 분석한 이후 재차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G8 차원에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수요 급증이 가격 급등 원인”이라는 미국과 “투기자금의 원유 시장 유입이 적지 않은 원인”이라는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 간의 시각차도 한몫했다. 이런 시각차가 여전한 상황이어서 이번 정상회의에서 원유가 급등을 막기 위한 대책이 도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G8 정상회의의 핵심 무대는 홋카이도 도야코. 홋카이도 도청 소재지인 삿포로에서 남서쪽으로 100k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온천 리조트다. 이곳에 있는 해발 625m의 포로로이산 정상에 우뚝 선 ‘더 윈저호텔 도야코’가 이번 정상회의가 3일간 열리는 회의장이다.G8 클럽 정식 회원인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러시아 등 8개국 정상이 이 호텔에 묵는다. 그 밖의 초청국 정상은 주변에 마땅한 고급 호텔이 없어 삿포로에서 출퇴근해야 한다. 회의장에서 도야코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고 멀리 태평양도 시야에 들어오는 등 주변의 자연 경관이 뛰어나다.눈길을 끄는 것은 G8 정상회담장이자 8개국 정상들의 숙소로 쓰이는 윈저호텔 객실 대부분에 삼성전자 액정TV가 설치됐다는 점. 윈저호텔은 이번 G8 정상회담 유치를 계기로 400여 개 객실의 주요 시설물 등을 모두 교체하면서 객실용 TV로 삼성의 액정TV ‘보르도 플러스’ 32인치 300대를 설치했다. 당초 소니 마쓰시타전기 샤프 등 일본 가전업체 제품 등도 후보였지만 최종적으로 삼성전자의 ‘보르도 플러스’가 뽑힌 것이다.G8 정상 숙소 객실에 TV를 공급하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1년여 전부터 이 프로젝트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전자는 일본에선 채산성이 맞지 않아 작년 11월부터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가전제품 시장에서 철수한 상태다. 그러나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특급 호텔 등에 대한 TV 판매나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PC(개인용 컴퓨터) 모니터 등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은 지속하고 있다.한편 일본 정부는 2000년 오키나와에 이어 8년 만에 일본에서 개최되는 G8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홋카이도에만 약 2만 명의 경찰력을 투입해 초특급 경비를 펼치고 있다.차병석·한국경제 도쿄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