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뛴다

신설 증권사는 아니지만 업계의 관심은 HMC투자증권, KB투자증권, CJ투자증권(사명 변경 중)에 모아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신흥증권, 한누리증권, CJ투자증권이라는 중소형 증권사에 불과했지만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현대중공업이라는 막강한 주인을 만나면서 기존 증권사들에 긴장감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현대자동차는 이미 현대카드를 빠른 시간에 업계 3위에 올려놓는 마케팅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금융 업종에서의 성공 노하우가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현대’라는 사명을 끝내 쓰지 못하게 되면서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도 관심사다.현대자동차 계열의 HMC(Hyundai Motors Company)투자증권은 사명 변경 세 번 만에 이름이 확정됐다. 올해 1월 신흥증권 인수 직후 ‘현대IB증권’으로 불렸으나 기존의 현대증권이 반발하면서 3월 28일 ‘현대차IB증권’으로 사명을 확정했다. 사실상 신설 증권사나 마찬가지다 보니 현대자동차 계열임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지만 현대증권이 법원에 낸 상호 사용금지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결국 5월 14일 HMC투자증권으로 최종 결정했다.HMC투자증권은 스타트가 깔끔하지 못했지만 최근 사명 확정과 자본 확충, 지점 확대를 착착 진행하면서 투자은행(IB)과 법인영업 3년 내 5위 진입, 자산운용 3년 내 10위권 진입이라는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전폭적 지원이 눈에 띈다. 지난 7월 24일 이사회 결의 사항인 1000억 원 규모(422만8330주) 유상증자에는 현대차(500억 원), 현대모비스(300억 원), 기아차(70억 원), 엠코(70억 원), 현대제철(60억 원) 등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참가했다. 주당 발행가액은 2만3650원(시가 발행)이다. 기존 자본금 1688억 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 증자되면서 2000억 원이라는 IB 영업 기준을 맞춘 것이다.신규 점포 개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단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 경기도 화성의 남양연구소, 공장이 있는 울산, 북울산, 상안에 지점을 우선 오픈했다.현재 22개인 점포 수는 3년 내 5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전체 인력도 현재 350여 명 수준에서 500명까지 확충할 계획인데, 이 때문에 ‘인력 블랙홀’이라는 얘기도 듣고 있다. 리서치헤드로 영입된 이종우 상무는 4월 기자회견에서 “리서치 인력을 연내에 현재의 2.5배수 규모로 늘릴 계획이며 자동차·철강 등 섹터 분석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자산 확충을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인 연 5.1% 수익률의 환매조건부채권(RP) 자동투자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도 7월 출시했다. 현대자동차 계열사와 협력 업체 전 직원의 월급계좌를 HMC투자증권의 CMA로 지급하기만 해도 자산 규모가 엄청나게 커질 수 있게 된다. 추후 주식 거래 수수료를 현대카드 M포인트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모기업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현대자동차의 증권업 진출이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도 5월 CJ투자증권 인수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7월 14일 최종 인수 계약을 맺었다. 현재 금융 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현대중공업은 부채 비율이 자격 요건인 200%가 넘기 때문에 규정을 맞추기 위해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 나서 CJ투자증권의 지분 75.08%와 CJ자산운용 7.61%를 7480억 원에 인수했다. CJ투자증권은 CJ자산운용 지분 91.28%를 소유하고 있다.CJ투자증권도 사명 변경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앞서 현대자동차가 ‘현대’를 고집하다 끝내 이를 포기해야 했던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위해 7월 23일부터 8월 20일까지 사원들을 대상으로 사명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8월 25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CJ투자증권에 대한 현대중공업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도 눈길을 끈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임직원들이 CJ투자증권 계좌 2만 개를 개설하기로 한 것이 알려진 것이다. 이 때문에 울산 지역의 HMC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한때 긴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CJ투자증권 측은 이에 대해 ‘오보’라며 부인하고 있다.현대중공업이 CJ투자증권 인수 이후 공식적으로 내놓은 성장 전략은 금융 상품 개발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증자, 자금 조달, 운용 서비스 등 투자은행(IB) 업무 강화다. 이를 잘 조합해 보면 향후 현대중공업이 CJ투자증권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선박 펀드와 조선업 호황에 따른 자산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엿볼 수 있다.CJ투자증권과 CJ자산운용은 수백 개에 이르는 현대중공업 하청 업체의 자산운용과 관계사의 IPO, 자금 조달을 책임질 경우 안정적 수익이 보장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가 보유한 막대한 현금 및 유가증권도 이들이 관리하게 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현대중공업이 CJ투자증권을 통해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선박 펀드 사업이다. 선박 펀드는 선박투자회사법에 근거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배를 사서 판매하거나 임대해 발생하는 수익을 지분대로 나눠 갖는 투자의 일종이다.업계에 따르면 운용사는 선박 펀드 판매를 통해 연평균 4~7%의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전문성 문제로 판매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에 걸림돌이 없는 현대중공업은 CJ투자증권을 통해 선박 금융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다.한편 두산그룹은 지난해 인수한 BNG증권중개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올해 7월 25일에야 받았다. ‘최근 5년간 증권거래법령 및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상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보류돼 왔던 것이다. BNG증권중개는 인수 주체인 두산캐피탈의 자본금 확충용도 및 두산그룹 M&A의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처럼 최근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증권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SK, LG, CJ 등 대기업이 증권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예가 없었는데 자체 물량만 믿고 뛰어드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국내 금융업계 빅4 중 1위였던 국민은행은 유일하게 증권업이 없어 고심하던 중 지난해 말 한누리증권을 인수해 올해 3월 사명을 ‘KB투자증권’으로 바꾸고 덩치 키우기에 한창이다.KB투자증권의 점유율은 아직 1%가 되지 않는다. 규모 때문인지 올해 초부터 이트레이드증권, 유진투자증권, 제일화재 인수와 관련해 끊임없이 국민은행과 관련된 M&A설이 그치지 않고 있다. 기존 증권사를 추가로 인수해야 빨리 덩치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3월에 직원 100명 안팎으로 출범했지만 현재는 170명 가까이 된다. 올해 말 200명, 내년 말 300∼350명 정도로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채권본부, IB본부, 개인영업본부도 신설했다. 해외사업도 구상 중이다.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주식 위탁매매보다 자기자본 투자와 IB 업무를 계획하고 있다.현재까지 KB투자증권의 성적은 우수한 편이다. 3월 간판을 바꿔 단 이후 4~6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30% 늘어난 450억9000만 원, 영업이익은 289% 늘어난 183억3700만 원, 당기순이익은 182% 늘어난 130억8100만 원이었다. 시장 전체의 주식 거래량은 감소했지만 KB투자증권의 점유율은 2배로 늘었고, 특히 수익성이 좋은 회사채 등을 포함한 인수 및 주선 수수료 부문에서 수익이 4배로 늘었다.이들 증권사들 외에도 증권 중개만 하던 BNP파리바증권은 7월 25일 종합 증권사 허가를 받았고 리먼브러더스는 지사에서 현지법인으로 바꾸는 등 크고 작은 증권사들의 여의도 대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