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가도 달리는 KFC의 비결

맥도날드는 베이징 올림픽을 중국에서 KFC를 따라잡는 반전의 기회로 보고 있다. 맥도날드는 세계 1위의 패스트푸드 업체지만 중국에서는 KFC에 한참 뒤져 있다. 맥도날드의 중국 매장 수는 900여 개로 지난해 11월 2000호점을 돌파한 KFC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맥도날드는 올림픽 마케팅을 통해 KFC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맥도날드가 최근 전 세계에서 사용 중인 광고 슬로건 ‘너무 좋아요(I’m lovin’ it)’를 ‘중국이 이기면 너무 좋아요(I’m lovin’ it when China wins)’로 바꾼 게 대표적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에 고조되고 있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맥도날드의 도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만큼 KFC가 중국에 구축한 아성이 견고하다는 뜻이다. KFC뿐만 아니다. KFC 모회사인 미국의 얌브랜즈(YUM)의 계열 피자헛도 중국에 이미 확고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중국에선 피자를 먹으러 간다고 하면 피자헛에 가는 것으로 통할 정도다.얌브랜즈는 지난해 중국 내 2500여 개 매장에서 215억 위안(3조22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중국 내 영업이익은 3억7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0% 증가하면서 얌브랜즈 전체 영업이익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얌브랜즈 전체 영업이익이 지난해 전년 대비 8% 증가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얌브랜즈의 중국 영업이익은 1997년만 해도 20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04년 2억500만 달러에 이르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얌브랜즈라는 글로벌 패스트푸드 업체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1분기 얌브랜즈의 중국 내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은 12%로 미국(3%)이나 다른 지역에서의 매출 증가율 5%를 크게 웃돌았다.얌브랜즈의 중국 공략은 속도 면에서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87년 11월 베이징 톈안먼광장 인근 첸먼에 1호점을 개설한 KFC는 중국 최초의 서구식 외식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로부터 100호점까지 여는데 9년이 걸렸다. 하지만 1000호점으로 확장하는 데는 그보다 짧은 8년이 소요됐고, 다시 2000호점까지 여는 데는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중국에서 매일 한 개씩 KFC 매장이 생겨나고 있다. 피자헛도 1990년 베이징의 둥즈먼 지역에 1호점을 개설한 이후 지난해에만 100개 점포를 신설하는 등 점포 확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얌브랜즈의 중국 성공 스토리는 내수 시장 공략에 나서는 다국적기업들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중국이 경제의 성장 동력을 수출과 투자에서 소비로 다변화하면서 내수 마케팅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6월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5월보다 10.5%포인트 낮은 17.6%에 그쳤지만 6월 소매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23% 늘어 1999년 이후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을 수출 기지로 삼아온 다국적기업보다 내수 공략의 대상으로 삼는 외국 기업이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더욱이 중국은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중산층의 부상으로 패스트푸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517억 달러에 달했던 중국의 패스트푸드 산업 규모는 오는 2009년에 66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그러면 얌브랜즈는 어떻게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본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현지에 맞게 새롭게 창조해낸 철저한 현지화와 공익 마케팅 등을 꼽았다. “월마트와 피자헛은 미국에서 모두 저가로 통합니다. 하지만 월마트는 그 모델을 중국에 그대로 갖고 온 반면 피자헛은 중국에서 중산층 이상의 고급 음식점으로 자리 매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중국 컨설팅 업체 차이나마케팅리서치그룹의 숀 레인 대표는 “중국엔 저가로 승부를 거는 토종 업체들이 너무 많다”며 피자헛의 성공 배경으로 현지 실정에 맞춰 고급으로 차별화한 점을 꼽았다. 3성급 가격으로 5성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비즈니스 모델이 먹혀 들어갔다는 얘기다.본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다른 건 가격 차별화에 따른 타깃 고객뿐만이 아니다. KFC가 중국에서 인기를 끈 것은 독특한 요리법이나 특이한 양념 때문이 아니다. 실제 프라이드 치킨을 좋아하지 않는 중국인들도 KFC를 찾는다. 상하이의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35세의 허치 씨는 1주일에 서너번 KFC에 간다. 그러나 그가 찾는 건 생선과 쌀죽, 그리고 계란으로 만든 과일파이다. “튀김은 먹지 않아요.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죠.” 쑤징쓰 얌브랜즈 중국사업부 총재는 “본사 모델을 중국에서 그대로 카피할 수는 없다. 중국과 같은 시장에서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구에서 건강에 나쁜 정크푸드로 인식되던 패스트푸드를 중국에서 새로운 개념으로 재설정한 것.특히 KFC는 미국과는 달리 아침 메뉴를 대폭 강화했다. 중국인들이 출근하면서 길거리 노점 등에서 식사를 즐기는 실정에 맞춘 것이다. 올해 초 내놓은 요우티아오(油條)가 대표적이다. 요우티아오는 기름에 튀긴 가느다란 빵으로 쌀죽과 함께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아침식사다. KFC는 중국에서 이미 쌀죽을 아침 메뉴로 제공해 왔다. 얌브랜즈 측은 인터넷 설문 조사를 통해 응답자의 44%가 요우티아오가 필요하다고 답변하자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고 전했다.KFC 진출 초기 중국인들은 KFC를 통해 서구식 음식 문화를 경험했다. 하지만 KFC가 이를 그대로 고집했다면 외면 받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KFC가 맥도날드보다 더 많이 메뉴를 현지화한 게 성공 비결인 셈이다. KFC는 현재 중국 내 전체 매장의 절반에서 실시하고 있는 아침 메뉴 서비스를 더욱 확대하고 24시간 KFC와 집 배달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중국식 모델은 미국 본사에서까지 도입할 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 데이비드 노박 얌브랜즈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12월 주총에서 “성공적인 중국 비즈니스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도 중국처럼 아침과 저녁 매출을 강화하고 더 많은 디저트와 음료로 메뉴를 다양화하는 등 웰빙 개념을 적극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하고 있다.주요 소비층인 대학생을 집중 공략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2004년 대학생들에게 20% 할인 카드를 발급한데 이어 올해부터는 아예 학생증만 보여주면 20% 할인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공익 마케팅을 통해 ‘더불어 사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힌 것도 실적 호조 배경이다. KFC는 지난해 11월 2000호점 개점과 함께 중국홍십자회(적십자회)와 공동으로 켄터키 음식 건강 펀드를 조성했다. 정기적으로 건강 음식 세미나도 열고 중국도시음식영양건강보고서도 펴낼 계획으로 중국인의 건강을 생각하는 좋은 기업 이미지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 KFC는 앞서 2004년 1월 중국켄터키식품건강정책백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공익 마케팅은 최근 들어 중국에서 심화되고 있는 반외자 정서를 완화하는 역할도 한다.중국인들에게 먹혀든 이 같은 전략은 바로 현지 인력에게 사업 총책을 맡긴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루씨 우 중국프랜차이즈협회 부주임은 “얌브랜즈 중국은 최적의 리더를 두고 있다. 외국인보다 중국 시장을 더 잘 아는 중국인을 대표로 앉힌 게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쑤징쓰 총재는 대만 태생으로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엘리트다. 그는 한때 중국에서 고전하던 피자헛을 2억5000만 명의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고급 식당 체인으로 변모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쑤 총재의 다음 목표는 중국식 전통 패스트푸드 체인을 키우는 것이다. 2005년 상하이에 문을 연 ‘이스트 다우닝(EAST DAWNING)’이 그것. 토마토가 들어간 고기 면 등 전통 메뉴가 제공되는 이 식당은 현재 상하이에 10개점이 운영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베이징에도 출점할 계획이다.얌브랜즈는 중국에서의 성공 여세를 계속 몰아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투자설명회(IR)에서 노박 CEO는 “중국에 있는 매장 수를 2500여 개에서 향후 2만여 개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중국 사업은 9회 게임에서 이제 1회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오광진·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