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알록달록한 색깔만큼 다디단 케이크, 저마다의 사연을 감춘 훤칠한 미남자들, 그리고 토핑처럼 얹은 적정량의 동성애 코드. 일본 만화가 요시나가 후미의 인기 만화 ‘서양골동양과자점’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는 트렌드에 민감한 여성 관객을 사로잡을 거의 모든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다.돈 많은 집안 출신에 잘생긴 외모, 유창한 프랑스어 실력까지 겸비한 남자 진혁(주지훈 분). 케이크를 먹기만 하면 토해내는 그가 케이크 전문점 ‘앤티크’를 연다.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데려온 파티시에는 케이크계의 신이라고 할 만한 실력자 선우(김재욱 분). 스스로를 “마성의 게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취직하는 족족 사고를 일으켰던 이력의 소유자다.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한 번에 넘어뜨리는 대단한 ‘색기’의 소유자였던 것.미스터리의 구조를 띤 이 영화의 비밀은 ‘케이크포비아’라고 할 만한 진혁이 하필이면 케이크 가게를 오픈한 이유에 담겨 있다. 아홉 살 때의 납치 사건과 완전히 사라진 그때의 기억, 또다시 발생하기 시작한 소년 납치·살해 사건. 그러니, 이 영화를 진혁이 과거의 악몽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성장영화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계보상 ‘앤티크’에 가장 가까운 것은 영화 ‘왕의 남자’부터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를 거쳐 ‘바람의 화원’에 이르기까지, 근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동성애 코드를 주입한 작품들이다.앤티크를 꼭 가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네 남자의 각기 다른 매력에 있음을 부인할 이는 없을 것이다. 특히 까칠한 태도와 달리 은근히 부드러운 구석이 있는 진혁은 주지훈이라는 배우에게 꼭 맞는 캐릭터. 무게를 뺀 그의 연기는 과장적인 캐릭터와 의외의 조합을 이룬다. 케이크의 요정들이 등장하는 뮤지컬 신, 만화적인 화면 구성 등은 심각할라치면 우스운 이야기를 펼쳐놓는 중용의 미덕과 함께 균형감각을 잡아주는 요소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서 여고생들 간의 미묘한 관계를 다룬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 민규동 / 주연: 주지훈, 김재욱, 유아인, 최지호 / 개봉: 11월 13일 / 분량: 109분 / 등급: 15세 관람가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이 여자였으리라는 발칙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영화. 김홍도와의 관계를 스승과 제자를 넘어 남녀의 사랑으로 그리는 등 비슷한 설정으로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비교되곤 했지만 에로티시즘에 방점을 찍은 점이 가장 차별적이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 신윤복(김민선 분)이 목숨을 걸고 사랑을 나누는 상대는 김홍도(김영호 분)가 아닌 시장에서 거울을 파는 청년 강무(김남길 분)다. ‘식객’으로 흥행 몰이에 성공한 전윤수 감독의 신작.스웨덴에서 날아온 매혹적인 뱀파이어 영화. 오스칼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외로운 소년이다. 눈 내리는 어느 날 밤 그는 정체불명의 소녀 이엘리를 만나고 둘은 매우 가까워진다. 서로에게서 묘한 호감의 감정마저 느낄 무렵, 그러나 오스칼은 이엘리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토마스 알프레드슨이라는 우리에겐 생소한 이름의 감독이 연출했지만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수작이다.캘리포니아 와인이 명성을 떨치기 전. 농장 주인 짐과 철없는 그의 아들 보(크리스 파인 분), 발군의 블라인드 테스트 실력을 갖춘 일꾼 구스타보가 꾸려나가는 캘리포니아의 포도 농장에 샘이라는 아름다운 여자가 찾아온다. 이유인즉슨 와인 제조 마스터가 되고 싶다는 것. 여기에 프랑스 와인숍 프로모터 스퍼리에(앨런 릭맨 분)가 블라인드 테스트 출품용 와인을 찾아오면서 농장은 한층 활기를 띤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랜덜 밀러 감독이 연출했다.장미·씨네21 기자 rosa@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