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그룹의 녹색 성장 프로젝트

“정부 태양열발전 사업 과제에 (대성그룹의 계열사인) 대구도시가스가 주관 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그동안 청정에너지 보급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기술력을 축적한 결과였다.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한 사업을 적극 전개해 글로벌 신·재생에너지를 그룹의 주력 분야로 육성하겠다.”(김영훈 대성그룹 회장)대성그룹의 에너지 사업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를 주력으로 삼던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형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태양열은 물론 태양광과 풍력, 매립가스 등 진출 분야도 다양하고 국내는 물론 해외 사업도 탄력이 붙고 있다.대성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태양열발전 시스템 개발 사업은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한 획을 긋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규모가 가장 크다. 약 2만3000㎡(7000여 평)의 부지에 60m 높이의 타워형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전력 생산 규모도 200KW로 가장 크다. 국내에 설치된 태양열발전 설비는 대개 10KW급의 소형이다.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의 잠재력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태양열발전은 태양광발전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 10MW급 이상에서는 태양열이 태양광보다 오히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태양열에너지가 풍부한 적도 부근과 중동,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10MW급의 태양열 발전소 건설에 나서고 있다. 시장이 활력이 붙고 있는 것이다.전문가들은 2020년 무렵이면 전 세계 태양열발전 규모가 2000GW로 확대되면서 약 100조 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중 대성그룹은 1%의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조 원의 신규 성장 동력이 생기는 것이다. 태양열과 기존의 화석연료 발전 방식을 결합한 복합 발전 시스템 개발 등을 병행해 다양한 보급형 태양열발전 모델을 만들어 간다는 구상이다.대구에서는 매립장 가스로 난방 에너지를 생산하는 LFG(LandFill Gas) 자원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대성그룹은 2가지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 생산된 에너지를 판매할 수 있고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인정받아 탄소 배출권 거래를 할 수 있다. 대성그룹은 대구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LFG 사업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해외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국제 지원 사업’의 몽골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기후변화 대응이 취약한 개발도상국에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에너지를 보급한다. 이 중에서 대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구도시가스는 몽골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맡았다. 사막화 방지 활동도 진행한다. 전기에너지로 물을 끌어올려 생활용수와 식목을 위한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사실 이 사업은 큰돈이 되지는 않는다. 한국 정부가 투자하는 자금은 42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당장의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포석으로서의 의미는 상당하다. 친환경 에너지 보급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몽골의 정부와 좋은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대성그룹의 해외 진출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몽골에서 태양광과 풍력의 복합 발전 시스템인 ‘솔라윈(Solar-win)’을 보급한 것이 처음이었다. 외부에서의 전력 공급이 끊긴 몽골의 변두리 지역인 ‘나란’에 전력을 보급하는 사업이었다.솔라윈 사업을 통해 구축한 경험과 노하우는 대규모 사업으로 이어졌다. 대성그룹의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GEEP(Green Eco-Energy Park)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 일대에 태양광과 풍력의 복합 발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변 지역을 녹화하는 사업이다. 또 주변 지역을 에너지와 환경, 역사와 문화를 테마로 하는 ‘신·재생에너지 테마 파크’로 개발할 예정이다. 2007년 첫삽을 떴고 올 상반기에 완공할 계획이다.GEEP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그린 프로젝트다.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막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사업 모델이란 평가다. 세계에너지협의회(WEC)는 이 사업을 2008년에서 2010년까지 3년간 아·태지역 대표 에너지 사업으로 선정하고 세계 사막화 방지 사업의 표준 모델 후보로 올려놓았다.대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GEEP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국내의 황사 피해도 줄어들 것”이라며 “현재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 에너지 빈곤 및 물 부족 문제를 겪는 국가들에게 GEEP 프로젝트의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대성그룹은 국제사회에서 한국 에너지 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2013년 WEC 총회의 대구 유치에 발 벗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대성그룹과 김 회장의 적극적인 역할이 없었다면 대구 유치는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WEC 총회는 한마디로 ‘에너지 올림픽’이라고 불린다. 3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며 각국의 에너지 관련 장관과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총수, 에너지 전문가 등이 총출동한다. 100여 개국에서 약 5000명이 방문한다.WEC 총회의 경제적 효과는 상당히 크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WEC의 생산 유발 효과는 3275억 원에 이르며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548억 원에 달한다. 이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경제 효과에 대등한 수준이다.김 회장은 “WEC 총회 유치는 에너지 산업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의 활성화와 세계화를 위해서도 큰 경사”라며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기후 환경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촉진하는 계기인 동시에 국가적 아젠다인 저탄소 녹색 성장 정책을 가속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에너지 부문 파워맨이다. 주요 에너지 기구의 최고위직으로 활동하면서 국내 에너지 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 WEC 총회를 대구에 유치할 때도 김 회장의 역할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초반 절대 열세이던 분위기를 발로 뛰어 우세로 돌려놓았다는 평가다.김 회장은 지난 3년간 약 110일에 걸쳐 미국 영국 중국 등 12개국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사비를 들여 에너지 리더들을 위한 만찬을 개최하는가 하면 국제 규모의 에너지 행사를 개최하거나 후원하면서 에너지 리더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WEC의 부회장이라는 자격을 최대한 활용해 회원국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한국을 지지한 34개국 가운데 절반 정도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것이다.김 회장은 2008년에 WEC의 부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가 2011년까지로 늘었다. 이에 따라 WEC의 대구 총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WEC의 부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6명이며 연임에 성공한 부회장은 국내에선 김 회장이 유일하다.김 회장은 또 APEC의 기업자문위원회인 ABAC(APEC Business Advisory Council) 과학기술정보 실무 그룹(TIWG)의 기후변화 이슈 전담 공동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지식을 개발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김 회장은 글로벌 에너지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WEC와 ABAC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두 국제기구의 협력을 위해 WEC-APEC ABAC 회의를 끊임없이 제안해 왔다. 마침내 2008년 7월 WEC 중국 회의에서 WEC-APEC ABAC(아태경제협력체 기업인자문회의) 간 정례회의가 처음으로 진행됐다. 김 회장의 시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