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교 심테크시스템 대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르네상스시대를 대표하는 천재다. 그는 수학 물리 천문 식물 해부 지리 토목 기계 등에 관한 과학적 연구로 이 분야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의 노트는 이미지를 활용해 시각적인 게 특징이다. 키워드를 사용해 금방 알아볼 수 있게 했고 여기에 색상을 사용해 중요성을 강조했다. 깨알 같은 글씨로만 적은 게 아니라 시각적 공간적으로 표시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종의 기원’을 발표한 찰스 다윈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그림을 그려 시각적으로 노트를 구성했다. 천재들의 이런 노트법은 창의력 향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워드와 그림을 통한 형상화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할 뿐만 아니라 서로 관계없는 것을 연결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만드는데도 도움을 준다.예컨대 자신의 장래 희망 사항을 나뭇가지 형태에 기록하는 트리 기법을 활용해 적어나가 보자. 해외여행, 카페 경영, 박사학위 취득, 학원 운영, 음악 밴 드결성, 자원봉사, 오지 탐험, 펀 경영 강사 등을 각각의 가지에 적었다고 하자. 그러면 이들 각각이 장래 희망 사항이지만 한눈에 서로 연관성 있는 것을 도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지 탐험과 자원봉사를 묶어 오지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도 있고 여기에 음악 밴드를 결성해 현지로 나간다면 봉사 활동의 효과를 높일 수 있어 금상첨화다. 두세 가지 생각을 결합해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튀어나오는 것이다.기업 내 아이디어 도출 회의에서 사용되는 브레인스토밍 기법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트리 기법을 이용해 적어 나가다 보면 서로 무관한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창조적인 사업 아이템이 도출되기도 한다.서울 서초동에 있는 심테크시스템(대표 정영교)은 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전 세계 57개국에 판매하는 업체다. 시각적 사고를 통한 디지털 마인드 매핑 도구인 ‘싱크와이즈(ThinkWise)’다. 수출 브랜드는 ‘마인트맵퍼(MindMapper)’다.이 소프트웨어는 주제와 관련된 핵심 어구를 생각나는 대로 나열하고 영역별로 분류하면 이를 시각적으로 체계화해 주는 ‘생각의 도구’다. 맵 문서를 자동으로 아래아 한글이나 워드 파워포인트 등으로 변환할 수 있어 회의 시간 보고서 작성 시간 프레젠테이션 준비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정영교(49) 대표는 “이 제품은 글쓰기 도구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필기도구가 펜에서 타자기 워드프로세서를 거쳐 앞으로는 마인드 프로세서로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생각을 시각화해 더욱 창의적으로 만드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이런 소프트웨어가 각국에서 출시되고 있지만 토종 제품인 ‘마인트맵퍼’는 포천 500대 기업들이 대부분 사서 쓰는 소프트웨어”라고 강조한다. 그는 “제너럴 다이내믹스 록히드마틴 등 군수 업체들도 심테크의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다”고 설명한다. “소프트웨어는 카피당 250달러 정도로 저렴해 연간 매출액은 아직 20억 원선에 머무르고 있지만 각 기업체의 기획실이나 연수원 등에서 회의용이나 교육용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국내에선 대기업 은행 증권사 등 1000여 개 기업이 고객이며 KAIST를 비롯한 100여 개 대학과 2000여 개 초·중·고교도 이를 사용한다”고 덧붙인다.정 대표는 7전8기 끝에 이 소프트웨어를 완성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양대 공대 산업공학과와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졸업 직후 미국 심소프트(SimSoft)사의 시뮬레이션 컨설팅 담당으로 입사해 불과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부사장까지 지냈다.그 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S사에서 일하기로 하고 귀국한 그는 어차피 언젠가 독립할 것이면 차라리 곧바로 사업을 시작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 1991년 심테크시스템을 창업했다. 이 회사는 자신의 전공 분야인 시뮬레이션 관련 컨설팅과 관련 제품을 만들어 파는 업체였다.시뮬레이션은 비행이나 건설 중량물 제작 등과 같이 실제 시도해 보려면 비용이 많이 들거나 위험한 분야를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해 실제처럼 해보는 기법을 의미한다. 그는 모토로라를 비롯해 52개사를 대상으로 86건의 시뮬레이션 컨설팅 프로젝트 수행했다.그러던 중 우연히 ‘마인드맵’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됐다.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창의력을 높이는 기법이라는 내용을 듣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전공 분야와 접목한 것이다. 1997년에 초기 타입을 완성했다. 애당초 사내에서 쓰기 위해 소프트웨어로 구현했다. 하지만 막상 완성해 놓고 보니 반응이 아주 좋아 판매를 하자는 의견이 쏟아졌다.하지만 막상 팔려고 하니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우선 이 개념을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했고 이해를 해도 돈을 주고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고 정 대표는 설명한다.자포자기할 무렵 그는 이 개념의 개척자인 영국의 토니 부잔의 책에 심취한 뒤 시장을 만들어 나가기로 결심했다. 이 소프트웨어를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와 연동할 수 있다면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세계 최대 전자 통신전시회인 컴덱스쇼에 출품해 승부를 걸기로 하고 2000년 한 해 동안 기존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모두 마인드맵퍼의 기능 향상에 투입했다.드디어 2001년 봄이 되자 소프트웨어를 통한 세계시장 진출이라는 부푼 꿈을 갖고 시카고공항에 내렸다. 컴덱스쇼 전시회장의 방문객도 엄청나게 많았고 마인드맵퍼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현지 판매 대리점을 하겠다는 사람도 많았고 이 소프트웨어를 사겠다는 바이어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온라인으로 이를 팔 수 있는 인프라 스트럭처가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그해 가을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가을 전시회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었다. 하지만 이 전시회 때까지도 미국 내엔 인프라가 여전히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전시회 직전에 터진 ‘9·11 사태’ 여파로 바이어들이 격감해 또다시 좌절을 맛봐야 했다.미국 시장은 너무 커 제품을 알리기가 어려웠다. 유럽으로 방향을 틀기로 하고 2003년 룩셈부르크에 진출했지만 또다시 냉담한 반응뿐이었다. 몇 차례 이 사업을 접을까하고 고민했다. 그러다가 내린 결론은 역시 미국에서 승부를 걸자는 것이었다.자신이 공부하고 근무해 비교적 시장을 잘 알고 있는데다 2003년 가을부터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이 활기를 띠면서 사업성이 점차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돈을 내고 온라인으로 내려 받아 사용하게 돼 있었다. 현지 대리점은 현지인들의 취향에 맞게 홈페이지를 구축해 홍보하고 고객의 질문에 신속하게 답을 해주며 애프터서비스를 담당하는 역할을 했다.“미국 내에서 판매가 점차 시작되면서 인터넷을 통해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구글을 검색하면 마인드맵퍼에 대한 글이나 사이트 등이 100만 건 이상이나 뜬다”고 정 대표는 설명한다. 그만큼 이제는 미국 시장에서 널리 알려졌다는 것이다.정 대표는 “전체 매출의 65%가 수출이며 수출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각각 40%를 차지한다”고 소개한다. 그는 “세계 35개국에 마인드맵퍼의 판매 대리점이 구축돼 있으며 이들의 홍보를 통해 매출이 점차 성장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그는 “정보와 지식, 그리고 창의력이 경쟁력의 원천인 지금 우리에겐 워드프로세서를 뛰어넘는 마인드 프로세서가 필요하다”며 “지식인을 대상으로 한 창의적인 소프트웨어를 통해 ‘작지만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약력: 1960년생. 83년 한양대 공대 산업공학과 졸업. 86년 미국 오리건주립대 산업공학 석사 및 미국 심소프트 시뮬레이션 컨설팅 담당 부사장. 91년 심테크시스템 대표(현). 92년 한국시뮬레이션학회 이사(현). 99년 대전대 산업공학과 겸임교수. 99년 영국 부잔(Buzan)센터 공식 인증 마인드맵 지도사(현). 수상: 멀티미디어 기술대상. 대한민국 SW기업경쟁력 대상(우수상) 등.창업: 1991년본사: 서울 서초동주요 제품: 소프트웨어(마인드맵퍼)수출국: 미국 유럽 일본 등 57개국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