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685호 (2009년 01월 19일)

싼 ‘먹잇감’ 널려 … 성공 여부는 ‘글쎄’

기사입력 2009.01.15 오전 11:19

기업 인수·합병(M&A)에는 법률 대리인이 필요하다. 양측 합의에 따라 매매 협상이 진행될 때나, 적대적 M&A로 소송을 진행할 때나 빠지지 않는 것이 변호사다. 이렇게 제3자로 지켜보기만 하던 변호사들이 어느새 M&A의 노하우를 익히고 직접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증시에서는 변호사들이 기업 인수·경영에 뛰어드는 것이 신선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공 사례가 없다 보니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법률에 해박하다고 해서 경영까지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 보니 제대로 된 경영보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냐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다.

고급 아파트 한 채 가격으로 기업 인수

가장 최근 사례로는 코스닥기업 ‘굿이엠지’의 최대주주가 된 황민철 변호사다. 지난해 12월 29일 공시를 통해 굿이엠지 지분 12.97%를 15억6932억 원에 매입해 기존 최대주주인 썬페트로(12.92%)를 제치고 1대주주가 됐다. 굿이엠지는 최근 몇 년 간 대주주와 사업 부문이 자주 바뀌며 내분을 겪었던 곳이다. 호재성 재료를 바탕으로 ‘주가 띄우기’에 이용되며 치고 빠지기가 반복된 결과다.

1999년 설립된 굿이엠지는 처음 액정표시장치(LCD)와 발광다이오드(LED) 제조 등 정보기술(IT) 전문 회사로 벤처 등록된 업체다. 2005년 말 증시 활황을 타고 굿엔터테인먼트가 인수해 우회상장면서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됐다. 2007년에는 일반 공모 유상증자로 91억 원을 모은 뒤 두 달 후 80% 감자를 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기기도 했다. 뒤이어 썬페트로가 인수한 뒤 대주주의 이름처럼 석유 개발 사업을 공시한 뒤 147억 원을 증자하기도 했다. 석유 개발 사업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최근에는 A1 그랑프리 자동차 경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때 3만7000원 대까지 가던 주가는 최근 500원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황민철 변호사가 주식 매입 사실을 공시하자 다음날 주가는 상한가를 치기도 했지만 이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황 변호사의 평균 매입 단가는 502원으로 아직은 큰 평가손익이 없는 상태다.

굿이엠지의 경우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별다른 경영상의 변화가 보이지 않지만 박영배(44) 변호사가 인수한 오디코프를 보면 적대적 M&A에서 예상되는 수순을 짐작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8일 공시를 통해 코스닥 업체 오디코프의 주식 1000만 주(지분 19.54%)를 110억 원에 기존 주주로부터 매입해 1대주주가 됐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대표이사 2명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나머지 이사들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소송이 제기됐다. 또 1월 6일에는 기존 대표이사와 부회장에 대해 217억 원의 횡령 및 배임 소송이 제기됐다.

오디코프는 전자 제품 도매업과 빌트인 가전제품 공급 등의 사업을 하다가 2006년 바이오에탄올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인도네시아에 카사바 경작을 위한 토지를 장기 임차하기도 했다. 대체에너지 호재로 주가는 846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235원에 머무르고 있다. 오디코프의 경우 박 변호사가 회사를 인수한 뒤 일단 정상화의 과정을 밟는 듯 보인다.

국내 10위권 내에 드는 법무법인 대륙의 김대희 경영총괄 변호사는 이동통신 부품 및 장비 제조업체인 코스닥 기업 에이로직스를 2007년 6월 기존 주주로부터 주식 130만 주를 133억 원에 인수하고 대표이사가 됐다. 김 변호사는 에이로직스 대표 외에도 한국전력 고문변호사와 주택공사 및 수자원공사 투자자문위원을 맡는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갖고 있다.

경영에서 성공한 사례는 드물어

김 변호사가 주식 양수도 계약한 2007년 4월 에이로직스의 주가는 사상 최고가인 3만3650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로 현재는 37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도 변호사를 겸직하며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에이로직스는 최근 대규모 설비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장동건 배용준 등의 자문 변호사를 맡아 연예인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이종무(42) 변호사는 2006년 12월 장내 및 장외에서 코스닥 기업 이지에스 주식 189만 주를 매입해 최대주주·대표이사가 됐다. 이후 추가로 매입과 증자를 통해 345만 주까지 모았다. 그러나 1년 만인 2007년 12월 전량을 매각했다.

이지에스는 이종무 변호사가 대표이사로 있을 때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매매가 중지되거나 경영 악화로 인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결국 이 변호사는 6개월 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경영권 인수 1년 만에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주가는 이 변호사가 대주주가 됐을 때 반짝 오르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지에스 초기 매입 단가는 1676원이었으나 매도 단가는 701원으로 이 변호사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법률사무소 ‘사람과 사람’의 임종태 변호사는 2007년 10월 장내 매수를 통해 스타맥스의 지분 16.18%를 28억 원에 매입해 적대적 M&A 시도를 했었다. 당시 275원이던 주가는 10영업일 만에 61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임 변호사는 올해 1월 6일 장외 매도를 통해 117만 주(지분 3.8%)를 팔았다. 평균 매입 단가는 338원, 평균 매도 단가는 426원이었다.

최근 변호사들의 잇단 코스닥 지분 인수는 무엇보다 주가가 너무 싸진 것이 원인이다. 액면가 500원에도 못 미치는 몇 십 원대 주식도 많다 보니 고급 아파트 한 채만 팔아도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먹잇감’들이 널린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업 경영에 뛰어들어 성공한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 법률적으로 기존 대주주의 불법 행위를 적발할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는 것은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터뷰│법무법인 위너스 황민철 변호사

‘M&A 소송 지켜보며 결심’


황민철(38·법무법인 위너스)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5일부터 19회에 걸쳐 장내 매수를 통해 코스닥기업 굿이엠지 주식 15억6932억 원치(12.97%)를 사 모았다. 주당 평균 매입 단가는 502원이었다. 한 변호사의 지분은 기존 최대주주인 썬페트로(12.92%)보다 약 1만 주가 더 많은 양이다. 한 변호사는 12월 29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임을 공개했다.

갑작스레 코스닥 기업의 대주주가 돼서인지 황 변호사는 아직 주위의 관심이 실감나지 않는 듯했다.

굿이엠지의 대주주가 최근 자주 바뀌었던데요.

요 몇 년 사이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경영상의 문제와 자금흐름의 문제 때문에 소액 투자자들이 손실을 많이 봤습니다. 주가가 거의 10분의 1토막 수준입니다. 이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경영에 참여해 문제를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예전부터 굿이엠지와 관련이 있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주가가 많이 폭락한 곳 중에서 경영권을 잡을 수 있을 만한 곳을 찾았고 여러 후보들 중에서 선택한 것입니다.

기업 인수·합병(M&A) 자문을 하면서 쌓인 노하우로 기업 인수에 뛰어들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M&A 분쟁 소송을 지켜보면서 쌓은 경험이 바탕이 됐습니다.

공시를 보니 차입금으로 주식을 매입했는데, 다른 전주(錢主)의 대리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닙니까.

단순 차입이고, 제가 주도적으로 한 것입니다. 사실 기업 인수는 처음입니다. 그동안 로펌에서만 기업 관련 일을 해 왔습니다.

매입 의도가 단기 차익 거래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법적 테두리 내에서 시장 논리에 따라 기업을 팔고 사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현 상태로는 그다지 좋은 기업이 아닌데 비싸게 팔 수는 없지 않습니까. 회사 정상화가 먼저이고 단순히 차익 거래 목적은 아닙니다.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09-01-15 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