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의 성공학

존 그레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최근 결혼 정보 회사 ‘듀오’가 커플 매니저(새들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결혼 성공을 위한 바이블 도서’로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동녘라이프 펴냄)’가 꼽혔다. 커플 매니저들은 “남녀 간의 차이를 통해 사랑을 일깨워 주는 연애 교과서로 ‘상대의 차이를 인정하는 순간 사랑이 보인다’는 명제를 제시해 결혼과 사랑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서”라고 설명했다.= 아내가 남편에게 저지르는 대표적인 말실수는 “당신이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가 있어요?”라고 한다. 남편이 아내에게 하는 대표적인 실수는 아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결혼 후 달콤한 허니문 기간이 끝나고 예쁜 아내의 배가 불러올 때면 남자들은 슬슬 본색을 드러내며 피하기 시작한다. 임신한 아내가 옆에 있어 달라고 해도, 산책을 같이해 달라고 해도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외면하기 일쑤다. 육아로 피곤하고 짜증을 내도 남편들은 외면한다. 이때 실수하면 아내는 두고두고 그 일을 들추면서 ‘복수’한다. 어리석은 남자들의 원죄다.여자들은 사랑을 나눌 때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것만으로도 성적 욕구가 충족(?)된다고도 한다. 남자들은 섹스를 할 때 서둘러 ‘삽입’만 하려고 한다. 남자란 단순히 포옹하는 것만으로는 성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것이다. 이 욕망 구조의 차이를 남자도 여자도 다 같이 인정해야 한다. 그 차이를 인정하고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존 그레이는 본능과 욕구, 언어와 사고방식에서 서로 차이를 지닌 남자와 여자를 화성인, 금성인에 비유한다.= 화성인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갈 때는 계획에 대한 논의나 사업상의 목적 등 해결해야 할 일이 있을 경우다. 금성인들이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것은 우정을 돈독히 하고 관계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다.남성들은 목적을 이루는 능력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한다. 사냥이나 낚시, 자동차 경주 등 야외 활동, 뉴스, 날씨, 스포츠 등에 관심을 갖지만 연애소설이나 수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한마디로 남성들은 목표 지향적이다.반면 여성들은 남들과 자신의 느낌을 함께 나누는 관계를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을 느낀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느끼는 데서 엄청난 만족감을 얻는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 대신에 자기가 지닌 따뜻함과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한마디로 여자들은 관계 지향적이다(요즘 기업이나 정부 등 조직에서 성공하는 이들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조언해 주고 이야기를 들어 주는 관계 지향적 리더들이 아닐까).= 남자에게는 조언을 포기하라. 남자들은 여자가 조언해 줄 경우 그녀가 자기 능력을 믿지 않는다고 느껴 자존심을 상할 수가 있다.책에는 톰과 메리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은 파티에 가는 도중 장소를 찾지 못하고 똑같은 곳을 빙빙 돌기만 한다. 이때 메리가 톰에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톰은 그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파티 장소에 도착했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두 사람을 감싸고돌았다. 메리는 톰이 왜 그토록 기분이 상했는지 알 길이 없다. 톰의 입장에서 보면 기분 나쁜 일이었다. 조금 전에 그녀가 한 말은 “당신만 믿고 있다가는 파티에 못 가겠어요. 당신은 미숙해요!”라고 한 것과 다름없다.=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남자는 자기 동굴로 들어가 침묵하고, 여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기분을 푼다.남자와 여자는 스트레스 대응법에서 차이가 난다. 남자들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문제가 발생할 때 혼자 ‘마음의 동굴’로 들어가 해결책을 찾는다. 남자들이 동굴을 찾는 이유는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할 때, 언짢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기 자신을 돌이켜볼 필요를 느낄 때, 그가 사랑에 빠져 있을 때다. 남자들은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해 말을 하지 않는다. 집에서 대화를 나누는 경우 95%는 마음이 다른 데 가 있고 나머지 5%만 가지고 대화에 임한다. 5%만 가지고도 시작할 수 있는 도전적인 활동이 복잡한 문제를 잊게끔 도와주고 동굴에서 나올 수 있게 해준다.반면 여성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자기가 믿는 사람을 찾아가 자기 문제를 속 시원히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여성들은 자기 문제들을 다른 이와 나눈다는 것은 사랑과 신뢰의 표시가 된다.= 남자가 동굴 속에 들어갈 때 여자는 남자에게 말을 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기다리다 보면 스스로 동굴을 나온다.인디언 부족의 경우 어머니가 시집갈 딸에게 남자들은 기분이 나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동굴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가르친다. 그런 일은 이따금씩 있는 일이므로 공연히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이는 남자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는 곧 동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머니들이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절대 동굴로 따라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남자가 마음의 동굴에 들어가 침묵할 때 여자는 침묵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고 최악의 상상을 하기 쉽다. ‘그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아. 나를 미워하고 있어. 어쩌면 내 곁을 떠나버릴지도 모르지.’ 이때 남자의 침묵은 여성을 무시하는 게 결코 아니다. 조언을 하려 하지 말고 남자를 그저 가만히 내버려 두면 된다. 남자는 얼마 있다가 스스로 동굴에서 나올 것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기다려 주기만 하면 된다.= 남자는 고무줄과 같고, 여자는 파도와 같다.남자는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경우에도 때로 그녀로부터 멀어지고자 하는 욕구를 느낀다. 팽팽히 당겨진 고무줄처럼 최대한 멀어졌다가 스스로 다시 돌아온다. 한 여자를 사랑하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그녀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남자는 이런 충동을 느낀다.남자의 이런 행동은 독립과 자율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때 여자는 자기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할수록 그는 점점 더 멀어진다. 그러나 상대로부터 충분한 거리까지 떨어지고 나면 그는 불현듯 사랑과 친밀감을 느끼고 도로 제자리로 돌아와 멀어지기 이전의 친밀감을 자연스럽게 회복한다.여자는 파도와 같아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 자부심이 마치 파도처럼 오르내린다. 최고조에 이르렀다가도 갑자기 기분이 바뀌면 그녀의 파도는 사정없이 곤두박질친다. ‘여자는 변덕이 죽 끓듯 하다’는 말은 이런 비유가 아닐까. 이렇게 밑바닥이 보이는 때가 바로 그녀가 ‘감정의 대청소’를 하는 시간이다. 과거의 남자를 정리하고 감정의 찌꺼기를 쓸어낸다. 남자는 첫사랑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두지만 여자는 결코 지난 사랑을 담아두지 않는다. 한번 돌아선 연인의 마음은 쉽게 되돌릴 수 없는 것은 감정의 대청소를 했기 때문이 아닐는지.= 남자는 신뢰받기를 원하지만 여자는 관심을 원한다. “여보, 무슨 일이 있었어?”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남자가 물어주면 여자는 그의 자상한 마음에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여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렇게 남자에게 물으면 남자는 그녀가 자기를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아 모욕감을 느낀다.‘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사(207~210쪽)’의 에피소드는 남자의 주된 욕구가 무엇인지 헤아려 보는데 도움이 되는 비유로 여성들이 새겨볼 만하다. 자신의 결단과 용기가 아니라 여성의 조언으로 뭔가를 이룰 경우 남자들은 활력을 잃고 사랑마저 멀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남자들도 때로는 보살핌과 도움을 고마워하지만 지나친 배려와 관심은 그의 자신감을 약화시키고 결국 여자로부터 등을 돌리게 한다.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는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강의를 하는 한편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5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49가지’ ‘메모의 기술 2’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의 저서가 있다.최효찬·자녀경영연구소장·문학박사 roma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