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위기설과 투자 전략

3월 증시는 위기설과의 ‘한판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제기된 9월 위기설은 10~11월에 현실화됐다. 지금 제기되는 3월 위기설이 2차 금융 위기를 알리는 전주곡이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만약 2차 금융 위기로 발전한다면 증시는 또다시 3개월 정도 고통의 시간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부실채권 처리에 대한 모호한 기준, 동유럽 디폴트 위험 증가, 한국의 외화유동성 악화 가능성 등이 3월 위기설의 뿌리다. 이러한 문제들은 한결같이 어느 날 갑자기 상황이 좋아질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다. 3월 증시가 극적인 반전을 하기 어려운 이유다.하지만 지난해 10~11월의 금융 위기와 같은 극단적인 형태로 발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당시처럼 통제 불가능한 위험의 전염 경로와 천문학적 부실 규모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시장이 이전 저점을 바닥으로 보아도 되는 이유다. 특히 주가가 하락하면 한국의 주식을 매수할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행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한국 시장에서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풀린 대규모 유동성이 한국 시장으로 유입된 것인지, 아니면 한국 시장의 투자 매력 증가를 반영하는 것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현재까지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한국 시장에서만 유달리 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 대상국 전반으로 확산되기보다 한국 증시 자체의 투자 매력 증가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외국인 투자자들은 2005년 하반기 이후부터 한국 시장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희석됐다. 2005년 하반기 주가수익률(PER)은 낮았지만 주가순자산배율(PBR: price on book-value ratio)은 높은 상태로 치솟았다. 경기가 호황일 때에는 연 단위 기업 이익에 기초한 PER보다 누적된 가치에 대한 밸류에이션인 PBR가 합당한 평가 도구이기 때문에 한국 시장의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둘째, 유가 상승에 따른 한국 기업의 장기 이익이 훼손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있었다.하지만 현재 한국 증시는 2005년 당시와 판이하게 달라졌다. PBR가 1배에 접근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재부각되고 있으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하로 하락할 정도로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어가 돌아오듯 한국으로 회귀할 때가 된 셈이다. 다만 외국인이 한국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해도 한국 증시가 추세적인 회복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담금질 과정이 더 필요하다.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물 편입이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주식을 사는 모멘텀 플레이가 아직은 아니다. 외국인은 일정한 가격대를 설정하고서 한국물을 점진적으로, 그리고 여유 있게 편입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의 호응이 상당 기간 미약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추세적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특히 직접투자보다는 집합(간접)투자, 이른바 펀드 플로가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좋아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지난 2월 4일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발효됐다. 자통법이 핵심으로 삼고 있는 ‘고객을 알아야 한다(Know your customer)’는 원칙의 실행은 투자자의 성향을 분류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복잡한 절차를 필요로 한다. 물론 이것 때문에 펀드 플로가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번거로운 절차가 펀드 플로를 약화시킬 수 있지만 이것은 일시적 제한에 불과하다. 만약 펀드 대세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고객을 알아야 한다’는 원칙은 절차적 정당성 구비의 문제일 뿐이지 펀드의 흐름을 좌우할 실체와는 거리가 멀다. 수압이 증가하는 댐의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을 수 없는 이치일 것이다.문제는 국내 가계의 펀드 플로가 근본적으로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자통법에서 천명한 ‘고객을 알아야 한다’는 원칙은 지난 2004년 이후 국내 투자자 중심으로 강력하게 전개된 펀드 열풍으로 인해 발생한 폐해에 대한 반성이다. 펀드는 ‘고객을 알아야 한다’는 원칙이 없는 상태에서 원본 보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중산층 이하의 저축 수요까지 아우르는 수단으로 전 국민에게 확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이하는 최근의 내수 부진과 실세금리의 상승은 자영업자의 자산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도입된 고금리 정책은 기업의 투자를 대폭 축소시켰고 기업의 투자 축소는 많은 근로자들을 직장으로부터 내몰았다. 당시 직장인들의 퇴출을 빗대 유행했던 말들이 ‘38선’과 ‘사오정’이었다. 38~45세의 직장인이 주로 많이 퇴출된 데에서 유래한 말들이었다.한국의 인구 구성비를 보면 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부머(baby boomer)가 가장 많은 연령대를 구성하고 있다. 6·25전쟁 직후인 1955~63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가 외환위기 당시에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의 직장인이었고 이들이 경제 위기 발생으로 강제적인 구조조정의 핵심 대상이었다. 전후 최초의 구조조정이 고도성장과 궤를 같이해 온 베이버부머에게 닥친 셈이다.외환위기를 경험하고 나서 명예퇴직, 강제 퇴출이라는 형태로 많은 임금 근로자들이 직장으로부터 자영업으로 이동했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가장 높은 이유 중 하나다.현재 포화 상태인 국내 자영업자는 정책금리 인하의 수혜를 받지 못한다.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해 주택 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했지만 정작 주택 담보대출 금리의 하락은 자영업자, 소호(SOHO), 한계중소기업의 재무 상태를 개선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들은 하락하는 정책금리보다 고공권에 놓여 있는 시중 실세금리에 연동해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정책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중 실세금리는 내리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 소호는 사면초가에 빠져 있는 것이다.외환위기 이후 경쟁자 확대, 유통망 발달에 따른 상권 통합, 정보기술(IT) 산업의 발달 등으로 인해 자영업자, 소호의 마진율이 낮았지만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득과 소비를 그나마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실물경기가 침체 상태로 빠지면서 자영업자 매출을 압박하고 있고 자산 가격은 급격한 조정을 받았다.글로벌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이 급격하게 하락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내수 기반이 약화된다. 내수 기반 약화는 자영업자의 평균적인 매출을 줄이는데, 실세금리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에서 계속 머무른다면 자영업자는 유동성 및 수익성 압박 속에서 자산 구조조정을 미룰 여유가 없어진다. ‘고객을 알아야 한다’는 원칙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영업자나 소호 등 전 국민으로 대거 확산된 집합(간접)투자 시장에 더 이상 신규 참여자를 기대하기도 어려운데 오히려 자영업자 등의 자산 구조조정 압력으로 인해 펀드 청산 압력이 커지고 있다.수출 급감과 내수 위축, 자영업자 등의 자산 구조조정 압력, 가계의 펀드 플로 약화 등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개선된다고 해도 주가가 정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3월 증시는 약세 흐름이 지배적일 수 있지만 1000선대로의 하락은 박스권(1000~1250)의 하단 진입이어서 수출 제조 우량주 중심의 주식 비중을 늘리는 기회로 삼기에 충분하다. 지금은 바닥권에서 여유 있게 가치 있는 종목들을 축적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마인드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김세중·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 21091@shinyo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