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샐러던트 되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당시 대량 해고가 발생하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깨졌다. 이때부터 직장인들은 언제든 이직할 수 있는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또 실력 있는 사람만이 직장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자기 계발에 열중하게 된다. 공부하는 직장인 ‘샐러던트(saladent: salaryman과 student의 합성어)’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샐러던트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최근 불황으로 고용 불안을 피부로 느끼면서 전문성을 높이거나 새로운 분야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대기업에 다니는 9년차 직장인 허필성 씨. 과장 진급을 앞두고 마음이 편하지 않다. 승승장구하는 입사 동기들은 물론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화려한 스펙으로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도 신경이 쓰인다. ‘이러다 경쟁에서 밀리면 어쩌나’ 하는 고민도 많다. ‘모두가 알아주는 대학을 나온 건 중요하지 않다. 능력이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린 허 씨, 두 주먹을 불끈 쥔다.아침 6시, 눈을 뜨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영어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저녁 약속과 야근 등 불규칙한 일정으로 학원을 빠지기 일쑤기 때문에 온라인 강의는 매우 효율적이다.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영어에 대한 감을 잡으려고 최근 G마켓에서 ‘왕초보 한풀이 영문법(총20강, 1일 이용권 700원, 아이엔파고다)’을 구매했다. 온라인 강의 콘텐츠 중 가장 인기 있는 강좌란다. 특히 1강은 무료로 제공돼 직접 들어보고 선택할 수 있다. 허 씨는 이 밖에도 유통관리사 등 자격증 강좌와 중국어 강좌도 수강할 계획이다.출근길, 지하철에 탄 허 씨는 품속의 MP4 플레이어를 꺼내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아이리버 E100 S2(4G, 10만 원대·8G, 15만 원대)’는 ‘보는 MP3 플레이어’의 인기를 주도한 아이리버 E100의 100만 대 판매 기념으로 최근 출시된 제품이다. 기존 모델 E100에 어학 학습을 위한 스터디 모드를 추가했다. 6.1cm(2.4인치)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로 동영상 재생이 가능하고 메모리카드 확장 슬롯을 채용했다. 허 씨는 여기에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영어 강좌는 물론 ‘프렌즈’ ‘크리미널마인드’ ‘CSI’ 등 미드(미국 드라마의 준말)도 저장해 출퇴근길에 보고 있다. 듣기 훈련을 하기 위해 자막을 없앴다. 이렇게 2~3번 반복해서 보면 이해되지 않던 말들도 조금씩 들리는 효과가 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허 씨와 같은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허 씨가 사용하는 제품 외에도 ‘코원 S9(8G, 20만 원대)’는 성능 면에서 PMP에 버금가는 제품이다. 음악 및 영상 재생은 물론 전자사전, 블루투스 기능도 탑재했다. 1600만 컬러의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Active Matrix Organic Light-Emitting Diode) 디스플레이를 채용해 반응 속도가 빠르고 시야각이 넓다. 또 색감이 자연스러워 화질이 좋다. 정전식(정전기를 이용한 방식) 터치 패널로 터치감이 부드럽고 액정 눌림 현상도 적다.어느덧 도착한 회사. 오전 업무를 마친 허 씨는 다른 동료들처럼 밖에서 식사하지 않는다. 아내가 정성스럽게 싸 준 도시락을 몇몇 동료들과 함께 먹는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웰빙 식단인데다 이동 시간이 절약돼 20분이면 커피도 마실 수 있다.식사를 마친 허 씨는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어학기를 꺼내 들었다. 2주 전 하이마트에서 산 아인전자의 어학학습기 ‘워크랩 WL-100(9만 원대)’이다. 단순히 듣기 목적의 학습 기능이 아닌 종합적인 어학 학습 기능을 지원한다. 워크랩의 홈페이지와 국내의 어학 출판사 등이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다운받아 활용할 수도 있다.USB(Universal Serial Bus: PC와 주변 장치를 접속하는 버스 규격) 케이블을 이용해 PC와 연결하는 방법으로 편리하게 콘텐츠를 내려 받을 수 있다. 별도의 편집 기능이 있어 직접 콘텐츠 제작도 가능하며 구간 반복, 재생 속도 조절 기능, 대화 학습 기능, 받아쓰기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이 있어 학원에서 듣는 수업 못지않은 효과를 낼 수 있다.점심시간에는 받아쓰기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평소 들린다 싶어도 막상 쓰려고 하면 펜이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습기 뒷부분에는 스피커가 있어 가끔 사무실에 아무도 없으면 스피커로 듣기도 한다.퇴근 후 집에 돌아온 허 씨. 평소 같으면 술 한잔 하자고 직장 동료나 친구들의 전화가 올 법도 하지만 최근 불황에 다들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온종일 업무에 시달려 몸이 고단하지만 이대로 잘 수는 없다. 샤워를 하고 저녁식사를 한 후 책상에 앉았다.책상엔 보이스리코더가 놓여 있었다. 올해 초 ‘공부하자!’고 결심하며 사놓은 후 서랍에 잠들어 있던 제품이다. 평소 해외영업팀에서 일해보고 싶은 허 씨는 자신의 발음을 녹음해 원어민과 비교하고 연습한다. 허 씨가 갖고 있는 보이스리코더는 소니코리아의 ‘ICD-P620(9만 원대)’. 512MB 플래시 메모리를 내장해 LP 모드(일반 음질)로 최장 약 261시간 45분까지 녹음이 가능하다. 기기 전면부에 재생, 녹음 등의 작동 버튼이 있고 넓은 LCD 화면을 채용해 사용이 편리하다.일명 ‘찍찍이’로 불리던 보이스리코더는 MP3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최근 들어 어학 학습 열풍이 불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제품이다. 또 다른 9만 원대 제품으로 세닉스디지컴의 ‘MVR-W650’은 1G 플래시 메모리를 내장해 LP 모드로 최장 약 282시간까지 녹음이 가능하다. 소리가 없을 때는 녹음이 자동적으로 일시 정지되는 음성 자동 인식 기능(VOR)도 탑재돼 있다.가격대를 높이면 다양한 업체에서 내놓은 멀티 기능형 보이스리코더 상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Yepp VP1 4기가(17만 원대)’는 녹음을 하면서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어학 학습으로 활용할 수 있는 라디오 어학 교육 프로그램을 녹음할 수 있어 반복 청취할 수 있다. 외부 기기 등과 연결해 파일을 녹음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외국어 콘텐츠 등을 녹음해 들을 수도 있다. AAA배터리 사이즈 2개로 최대 30시간까지 녹음이 가능하며 이어폰으로는 50시간까지 들을 수 있다.소니의 ‘ICD-UX71 1기가(12만 원대)’ 제품도 눈에 띈다. 한글을 지원하며 보이스리코더 기능에 초점을 맞춘 제품인 만큼 콤팩트한 사이즈와 탁월한 녹음 기능이 눈길을 끈다. 옙과 마찬가지로 라디오 기능이 있어 필요한 어학 방송을 녹음할 수 있다.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찾는다면 디보이스의 ‘RSPRO-01 1기가(6만 원대)’ 제품이 있다. 1회 연속 녹음 가능 시간이 최대 50시간이나 된다. 편리한 구간 반복 기능을 활용해 어학 학습에 효과가 높다. 휴대전화 녹음이 가능해 전화 영어 수업을 받는 직장인들은 전화로 외국인과 대화하면서 녹취한 내용을 반복 청취해 자신의 발음과 원어민의 발음을 비교하면서 들을 수 있다. 또 소니의 ‘TCM-400DV(3만 원대)’는 기본적인 되감기와 음성 녹음 기능만 갖춘 저가형 상품으로 ‘알뜰족’들이 선호한다.시계를 보니 밤 12시를 지나고 있다. 허 씨는 평소 2~3시간씩 책을 보면 눈이 쉽게 피로해졌지만 최근에 이마트에서 산 스탠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허 씨의 3M‘파인룩스 지니어스 스탠드(7만9500원)’는 편광 여과 패널이 부착돼 있어 눈부심을 방지하고 눈의 피로를 유발하는 유해광을 조절해 시력을 보호해 준다.이 밖에도 5파장 램프를 사용한 GE‘에디슨 딤머 스탠드(9만9000원)’는 눈에 부담이 적은 부드러운 빛을 이용할 수 있으며 빛 밝기 조절 기능으로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 대진디엠피의 ‘LED스탠드 엑스레즈 Q-200(15만 원대)’도 인기 제품이다. 초절전 상품이기 때문에 불황에 전기를 아껴 쓸 수 있다. 또 램프 수명이 4만 시간에 달해 교체 부담을 줄였다. 일반 스탠드의 경우 조도가 310럭스로 상당히 밝아 눈부심으로 눈의 피로가 쉽게 찾아오지만 이 제품은 80럭스로 눈부심이 없으며 장시간 사용에도 불편함이 없다. 반대로 바닥면의 조도는 1300럭스로 일반 스탠드보다 밝아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최근 경기 불황과 함께 2만~3만 원대의 저가형 기본 기능 제품도 인기가 높다. ‘큐리오 인버터 스탠드(1만9800원)’와 ‘삼정 인버터스탠드 SS-2000(3만9800원)’이 있다. 허 씨는 새벽 1시가 넘어서 침대에 누웠다.전문가들은 샐러던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끈기’라고 말한다. 최정두 G마켓 콘텐츠사업팀장은 “직장인들은 고정적인 시간을 내서 공부할 수 있는 여유가 많지 않은 만큼 틈틈이 시간을 내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강좌나 어학 관련 정보기술(IT) 기기 등을 이용해 공부하는 틈새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직장인들은 고정적인 시간을 내서 공부할 수 있는 여유가 많지 않은 만큼 틈틈이 시간을 내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강좌나 어학 관련 정보기술(IT) 기기 등을 이용해 공부하는 틈새 전략을 짜야 한다.최진석·한국경제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