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V 어드바이저·동부증권 동부금융센터 공동기획

투자자와 고객의 투자 자산을 어떻게 구성하고 관리하는지의 관점에서 금융회사를 바라보면 정말 각양각색이다. 고액 자산가인 VIP 고객은 제쳐 두고라도 수많은 ‘개미 고객’들의 고객만족지수는 몇 점이나 될까. 투자는 증권사에서, 예금과 대출은 은행에서, 보험은 보험사에서 하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투자자들은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에서 고객에 대한 투자 관리 방식에 혼동을 겪지 않을 수 없다. 은행에서 펀드를 비롯한 투자 상품과 보험을 판매하는 것이 일반화됐고 보험사 또한 자기 회사 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이런 다양한 방법론에 따른 투자 자문과 투자 관리 행태가 고객의 입장에서 혼동되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몇 번의 금융 위기와 최근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세계경제 침체를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지혜로워졌다고는 하지만 투자자들의 두뇌 프레임은 망각에 익숙하며 끊임없는 자극을 통해서만 올바른 선택 방향으로 나아가는 구조를 갖고 있다.분명한 사실은 투자상담사나 자산관리사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투자 금액보다 투자액의 성격과 투자 목표가 무엇인지에 더 관심을 가지는지 판단하는 고객의 지혜 스펙트럼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불과 7년 전만 하더라도 상담 시 투자액의 성격 및 투자 기간과 재무 목표에 대해 질문하면 대부분의 고객들은 대답하기를 꺼렸다. 결국 투자를 통해 형성된 자산으로 앞으로 이루려고 하는 삶의 가치나 방향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자 자신의 행복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을 고려한 플랜과 남은 삶의 비전이나 희망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가는 가치 투자 상담에 공감하고 있다.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한 자산운용의 선진화와 세련됨이 고객의 불합리한 선택과 사후 관리 부실화로 인한 피해를 일부 상쇄해 주긴 하겠지만 위험을 완전히 없애 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2007년 가을 중국 주식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모 은행으로 달려가 퇴직금 전부를 중국 관련 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한 고객의 경우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같은 시기에 2억 원을 중국에 투자해 달라고 찾아온 고객이 있었다. 필자는 투자금의 성격이 2년 후 아들의 결혼 전세자금이라는 걸 알아내고 2년 동안 투자하기도 그렇지만 그냥 예금에 안전하게 넣어두는 것이 좋다고 권유한 적이 있다.하지만 그 고객은 다음 주 모 은행에 찾아가 이머징 관련 펀드에 가입했고 현재 평가 금액은 겨우 1억 원 남짓이라고 한다.결국 2억 원이 있으니 무작정 투자해 달라는 고객도 문제지만, 그 돈의 색깔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누적수익률이 가장 높다는 펀드에만 투자하는 판매사도 문제가 있다. 비록 투자의 책임이 전적으로 고객에게 있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투자금의 성격과 투자 기간에 대한 고민 없이 가입시키고 사후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판매사의 풍토도 반성해야 할 일이다.증권사 시절 집 한 채 값을 투자했다가 몽땅 잃었지만 끝까지 불평 없이 신뢰해 주는 어떤 투자자에게 끝까지 책임지려고 다짐했고 결국 수년 뒤 원금 이상의 이익을 안겨주었다는 한 펀드매니저의 얘기는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객이 집 한 채를 투자하기 전에 돈의 색깔을 파악하는 감성적인 재무 상담이 먼저 이뤄졌다면 그 고객은 눈물 젖은 빵을 훨씬 덜 먹었을 것이다. 자산관리사들은 자신만의 가치 모델 기준을 가지고 고객이 그리는 최상의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해 어떤 가치가 그들의 삶에 가장 바람직한지 적절히 조언해 줄 수 있어야 한다.이제는 고객의 입장을 이해해 재무 계획을 수립하고 더 나아가 투자자의 생각을 읽는 투자 자문과 섬세한 사후 관리를 수행하는 전문가 집단이 각광받을 때다.김의수·TNV 어드바이저 수석팀장 pfms@tnvadviso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