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의 황금빛 손익계산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10월 3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2016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했다.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 개최지는 올림픽에 관한 한 전권을 휘두르는 IOC 위원들이 결정한다.IOC 위원은 무보수로 일하는 110명이 전부다. 1년에 한 차례 열리는 총회에서 위원 선정, 올림픽 개최지 선정, 수익금 배분 등을 결정하는 것이 하는 일의 전부다. 그런데도 권한과 영향력이 막강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부를 자랑한다. 하계와 동계 올림픽을 번갈아 개최하면서 IOC가 벌어들이는 돈은 연 1조 원이 넘는다. 어떠한 경영 리스크도 없고 경쟁자도 전무한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리는 것이다.올림픽을 통한 ‘돈벌이’는 공식 후원사 선정과 TV 중계권 판매,올림픽 휘장을 이용한 상품화권(라이선싱) 사업,입장권 판매,기념 주화 판매 등이다. IOC는 이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공식 후원사 선정 사업과 TV 중계권 판매 등 두 가지를 쥐고 있다. 이 두 가지 수입이 총수입의 70% 정도를 차지한다.IOC는 여기서 얻은 수입금 가운데 10%를 확보하고 90%는 각 국가의 올림픽위원회,올림픽 개최국 조직위,국제 경기단체 등에 배분한다. 개최국 조직위원회는 지역 스폰서 선정과 라이선싱 사업,입장권 판매 등에서 거둔 수익금의 5%를 IOC에 보낸다.베이징올림픽위원회는 지난 7월 올림픽을 통해 10억 위안(약 1720억 원)의 수익을 냈다고 밝혔다. 방송 중계권 판매, 스폰서십, 기념품 및 입장권 판매로 거둔 운영 수입은 총 205억 위안(약 3조5272억 원)이었고 비용은 193억 위안(약 3조3207억 원)이었다. 비용 가운데 방송 송출·숙박·수송·의료 지원비에 쓰인 돈이 50억 위안(약 8600억 원)이었고 개막식과 폐막식 비용으로 8억3100만 위안(약 1428억 원)을 썼다.IOC는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치르면서 총 40억 달러의 총수입을 거뒀다. 순수입은 4억 달러 정도. 연간 10억 달러(약 1조130억 원)의 총수입에 1억 달러(약 1013억 원)의 순수입을 거두는 ‘알짜 기업’인 셈이다. 4년 뒤에는 연간 총수입이 15억 달러로 뛴다.IOC는 서울 올림픽 때부터 ‘TOP(The Olympic Partner)’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광고에 올림픽 로고 사용권을 주면서 거액의 후원금을 끌어들였다. 후원 기업들이 내는 돈은 서울올림픽 때 기업당 1000만 달러 정도였으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5000만 달러,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7000만 달러로 치솟았고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1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20년 만에 10배로 뛴 셈이다. 총 12개 기업이 선정돼 있으므로 IOC는 이들로부터 12억 달러가 넘는 돈을 받는다.TV 중계권은 이보다 더 크다. 중계권은 동계와 하계 올림픽을 묶어서 판다. 가장 최근에 체결된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과 2012년 런던 하계 올림픽 TV 중계권료의 경우 미국 NBC가 총 22억1000만 달러,유럽연합(EU)이 7억4600만 달러,일본의 ‘재팬 컨소시엄’이 2억2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주요국 중계권료만 합쳐도 30억 달러를 훌쩍 넘는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 국가 원수로는 처음으로 IOC 총회에 직접 참석해 2016년 올림픽을 시카고로 유치하려 했다가 실패한 이면에는 TV 중계권료 마찰이 원인이 됐다는 후문이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TV 중계권료와 마케팅 수입을 놓고 IOC와 잦은 갈등을 겪었고 최근에는 IOC와 별도로 올림픽방송국 설립을 추진해 IOC의 반발을 샀다. TV 중계권료가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2016년 올림픽 TV 중계권료도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브라질의 시차가 비슷해 황금 시간대에 TV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중계권료만으로 50억 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다. IOC는 2016년 개최지 선정에 앞서 중계권 협상을 전담할 마케팅 대행사를 일찌감치 선정해 놓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한은구·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