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729호 (2009년 11월 23일)

성장률 3~4% ‘대세’… 미국 ‘최대 변수’

기사입력 2009.11.17 오후 01:16

성장률 3~4% ‘대세’… 미국 ‘최대 변수’
지난해 세계는 엄청난 공포 앞에 직면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에서 불거진 금융 위기는 지구촌을 초토화시켰다. 1930년대의 대공황을 떠올리며 지구에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마저 등장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금융 위기의 무시무시한 공포 속에서 경제가 얼어붙었다. 환율은 수직 상승했고 주가는 곤두박질했다. 소비 부진과 높은 실업률이 이어지면서 내수는 갈 길을 잃었다. 기업들 역시 크게 휘청댔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위험보다 새로운 기회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1년 사이에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뀐 셈이다. 그러나 섣부른 낙관론은 금물이다.

소비시장, 회복되지만 폭은 제한적

2010년은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금융 위기 때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고, 반대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전적으로 경제 주체인 기업·국민·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 경제 흐름에 대한 정확한 전망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0년의 한국 경제가 2009년보다 나아질 것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방향성도 이미 상승 쪽으로 돌아선 상태다. 다만 얼마나 빠르게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느냐가 관심의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를 주목한다. 위기 자체가 미국의 금융 위기에서 비롯된 만큼 이를 푸는 열쇠 역시 세계경제, 특히 미국이 쥐고 있다는 얘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미국 경제의 상황이 세계경제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다시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1%로 전망한 것은 의미가 커 보인다. 참고로 2009년은 마이너스 1.1%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어느 정도로 예상될까. IMF는 3.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연구 기관 가운데는 LG경제연구원이 4.2%를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3.9%로 비교적 높게 제시했다. 이는 2009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인 측면도 있고 세계경제가 비교적 빠르게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비시장은 회복세를 보이지만 그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소비 심리 개선, 점진적 고용 회복 등에 힘입어 소비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민간 소비 증가율은 2% 후반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실장은 “최근 들어 가계 부채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금리 인상으로 가계 부담이 늘어나고 고용을 통한 임금 소득 증가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소비 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가와 경기 회복은 상관관계가 높다. 2008년 이후 꾸준히 하향세를 지속하던 물가가 경기 회복 조짐과 맞물려 조금씩 들썩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로 투입된 유동성 덕분에 경기 부양에는 성공했지만 또다시 고물가로 고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안정 쪽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수요 확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재정 효과가 크게 축소되고 고용 불안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입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와 환율도 예전의 고공 상승이 되풀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경기 상황과 수입 물가 등을 감안할 때 2010년 물가는 소폭의 상승세를 보이겠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2009년 하반기 물가가 2%대인 점을 감안하면 2010년은 3%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치솟은 실업률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다. 금융 위기 전 3.2%에서 2009년 3.8%까지 상승했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업자도 적지 않다. 문제는 2010년 역시 확실하게 좋아질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주요 선진국의 실물경제 회복이 불확실하고 여기에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환율 효과가 사라지면서 수출 증가세가 꺾여 더블 딥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재정 적자가 누적되면서 재정 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2009년처럼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 노력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 회복세가 이어질 경우 고용 사정은 대략 실물경제 회복보다 2분기 정도 늦게 반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0년 하반기부터 고용 사정이 개선되고 연말에 실업률이 잠재실업률 수준인 3%로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업률, 하반기부터 나아져 3% 유지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다. 2009년 나름대로 선방할 수 있었던 것도 수출 효과가 크다. 그런 만큼 2010년 수출 기상도는 초미의 관심사인데 ‘10% 성장’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품목별로는 섬유류의 전망이 밝고 정유 등 석유제품은 국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는 유럽 등에서 소형차를 중심으로 판로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출 1위인 선박은 2009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전망이며 반도체는 세계 시장점유율을 더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2010년이 전년에 비해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들어 급격한 환율 절상이 이뤄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원유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성호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의 내수시장 진출 전략을 보다 구체화해 현지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설비 투자는 경기 회복의 바로미터다. 기업들의 생리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2010년 상반기에 설비 투자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어렵다는 점은 좀 실망스럽다. 임상혁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급격히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대내외적으로 잠재된 위험 요인을 잘 통제하고 현재의 경기 회복세를 이어나간다면 연간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환율과 금리는 2010년 한국 경제의 뇌관이다. 환율의 경우 대세는 글로벌 달러 약세가 2010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1100원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 흑자 기조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고 수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출구전략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그 후유증도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2010년 인상 가능성을 예고해 놓고 있다. 문제는 시기일 뿐이다. 류승선 HMC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010년 하반기 이후 정책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3분기 중반 이후 시장금리 역시 들썩거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장률 3~4% ‘대세’… 미국 ‘최대 변수’


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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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11-17 1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