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 재계·금융권 10대 빅뉴스로 본 2009년 경제계

21세기 첫 10년이 저물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길었던 한 해다. 다행히 ‘위기의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울한 뉴스 헤드라인은 ‘한국이 불황 속에서 기회를 잡았다’는 반가운 소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극적인 반전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또한 몇몇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은 분명하지만 확실한 위기 탈출에 성공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이런 불확실성은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재계와 금융권의 ‘10대 빅뉴스’로 2009년 한 해를 정리한다.2009년은 글로벌 금융 위기의 후폭풍이라는 미증유의 시련 속에서 극과 극을 오가며 좌충우돌한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연초에는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하는 팽팽한 위기의식이 감돌았다. 장밋빛 ‘747 공약’은 좌초했고 정부는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비상경제정부’ 가동을 선언했다. 수출 물량 급감으로 부산항과 인천항에는 빈 컨테이너만 자리를 지켰다. 가동 중단과 감산,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일자리를 지키자며 추진된 대졸 초임 삭감이라는 ‘한국식 일자리 나누기’는 젊은 ‘88만 원 세대’에 큰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쌍용차 평택공장에 치솟은 검은 연기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형제 갈등은 경기 침체에서 빚어진 대표적 사건들이다.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던 위기의 터널은 3분기 들어 삼성전자·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 끝이 났다. 이들의 성과는 미국·일본 등 경쟁 기업들이 여전히 적자 누적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는 “환율효과를 빼면 사실상 사상 최대 적자”라며 확산되던 낙관론에 쐐기를 박았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 뼈를 깎는 ‘질적 구조조정’에 나서라는 주문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현금 보유를 늘려 왔던 게 위기 대응에 도움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위기 속에서 기회를 일궈낸 2009년 한국 경제의 10대 빅뉴스를 재계와 금융권으로 나눠 각각 5개씩 선정했다.<> 지난 11월 초 조선 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이 수주 잔량에서 한국을 추월했다는 뉴스였다. 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저가 위주 수주 공세 탓이라며 애써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10년 전을 떠올렸다. 한국은 2000년 2월 이 분야에서 일본을 처음 따돌리고 줄곧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정확히 10년 만에 한국과 중국으로 배역만 바뀌었을 뿐 상황은 유사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중국은 이미 신규 수주에서는 연초부터 한국을 앞지르고 있었다.다행히 연말 대형 수주가 몰리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신규 수준 부문에서 1위를 탈환했지만 대세를 바꾸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국 해운·조선 분석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 1~11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326척, 651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6% 감소한 것으로, 연간으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1000만 CGT 밑으로 내려앉는 것이다. 국가별 수주량은 중국 313만 CGT(169척), 한국 251만 CGT(87척), 유럽 28만 CGT(30척), 일본 12만 CGT(5척) 등의 순이다. 중국은 48%의 점유율로 한국(38.6%)을 제치고 올해 연간 기준으로 사상 처음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중국 조선사들이 선박 인도 일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점을 들어 중국 독주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중국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 초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은 이미 한국의 90%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경고하며 “이번 불황을 중국과의 격차를 벌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글로벌 금융 위기는 인수·합병(M&A)의 승자와 패자를 뒤바꿔 놓았다. 모두가 탐낸 M&A 시장의 ‘대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한꺼번에 품에 안으며 재계 순위가 11위에서 8위로 급등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듯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한순간에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는 처지가 됐다. 대우건설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맺은 풋백옵션이 화근이었다. 주식시장 약세로 대우건설 주가가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준을 밑돌면서 약속대로 이를 되사주는 데만 수조 원이 필요해진 것이다.결국 금호아시아나는 눈물을 머금고 대우건설을 다시 매물로 시장에 내놓았다. 이뿐만 아니라 유동성 추가 확보를 위해 금호생명과 고속버스터미널 등도 매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형인 박삼구 그룹 명예회장에게 반기를 들면서 재계의 부러움을 샀던 20년 형제 경영의 전통에도 금이 갔다.2007년 미국 소형 건설 장비 업체인 밥캣을 인수해 글로벌 M&A의 선두 주자로 각광받았던 두산도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건설 장비 업체인 밥캣에도 엄청난 악재가 됐다. 올 들어 밥캣의 적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두산그룹도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두산은 특수목적회사(SPC)에 계열사 4곳을 매각해 7800억 원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반면 이들 두 그룹이 M&A ‘악몽’을 실감나게 체험하는 동안 3000억 원의 이행보증금을 지불하고도 인수 막판 대우조선해양을 포기한 한화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하이닉스 인수를 눈앞에 뒀던 효성도 특혜 시비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결국 인수 계획을 접어야 했다.“이제는 앞서간 삼성전자의 뒷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한 일본 경제 월간지에 실린 이런 탄식은 일본 전자 업체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어느 순간 일본 전자 업계의 자존심인 소니를 추월하더니 이제는 격차가 점점 벌어져 소니 최고경영진이 “삼성전자 때문에 숨도 못 쉬겠다”고 토로할 정도가 됐다. 단적으로 지난 3분기 일본 대형 전자 업체 9개의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한 곳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삼성전자는 3분기 3조7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기업 경영에서도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삼성전자는 TV와 휴대전화,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등 주요 4개 사업부문에서 모두 1조 원가량을 벌어들이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물론 위기는 삼성에도 닥쳐왔다.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작년 4분기 7400억 원에 달하는 영업 적자를 냈지만 빠른 대응으로 용수철처럼 일어섰다.현대·기아차에도 2009년은 최고의 해가 됐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공장을 폐쇄하는 와중에 기아차는 오히려 조지아 주 애틀랜타 남서부 웨스트포인트에서 신규 조립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늘어난 자동차 업체는 단 3개뿐이었는데 그중 2개가 현대차와 기아차였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4%를 돌파했다.품질과 서비스 평가에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컨슈머리포트와 JD파워의 초기 품질 조사와 북미국제오토쇼 기자단 평가에서 현대·기아차는 최고 평가를 받았다. 특히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오토쇼에서 현대의 제네시스는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지난 6월 국내 최대 유선 사업자인 KT는 자회사인 KTF와 합병을 단행했다. 이름은 종전처럼 ‘KT’를 쓰지만 유선과 무선을 아우르는 종합 통신 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돌아온 올드보이’ 이석채 회장이다.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이 회장은 취임 후 유선 통신 서비스를 ‘쿡(QOOK)’이라는 브랜드로 통합해 화제를 모았고 합병 법인 출범과 함께 ‘올레(olleh)’라는 새 브랜드를 내놓았다.이 회장이 던진 회심의 승부수는 아이폰 출시다. 아이폰은 11월 첫 판매 후 3주 만에 12만 대 넘게 팔리며 ‘명불허전’이란 말을 실감케 하고 있다. 아이폰 대박은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해 왔던 ‘SK텔레콤-삼성전자’라는 흐름을 ‘KT-애플’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이폰 공식 론칭쇼에 몰려든 고객들의 긴 행렬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KTF와의 통합 후 여전히 KT라는 이동통신사에 익숙하지 않았던 이용자들에게 KT가 유·무선 통합 회사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주는데 성공한 것이다.아이폰은 휴대전화 시장의 흐름을 일거에 바꿔놓았다. 변방에 불과하던 스마트폰 시장이 개화하기 시작했고 수년 동안 돌파구를 찾지 못한 무선 인터넷 시장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아이폰은 그동안 국내 출시된 일반 휴대전화에는 없던 와이파이가 탑재돼 개방형 무선랜이 선치된 곳이라면 어디서나 무료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또한 아이폰 상륙으로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을 크게 인하하면서 무선 인터넷 발전을 가로막았던 빗장도 싱겁게 풀렸다.“올해 주요 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최근 경영 전면에 나서며 이런 흐름의 대미를 장식했다. 경기 침체에서 회복기로 가는 전환점인 올해가 무리 없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최적 타이밍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세 경영’은 창업이나 2세 경영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창업자는 무에서 유를 일궜다는 점에서, 2세 경영자는 창업자와 함께 기업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하지만 3세 경영자는 스스로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만큼 기업 차원에서도 3세 경영의 안착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이재용 부사장은 지난 12월 15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기업의 3대 ‘C레벨’ 중 하나인 COO에 올랐다. COO의 역할은 내부 사업 간 이해관계 조정과 글로벌 고객의 니즈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삼성 측은 설명하고 있다. 이 부사장이 지난 2007년 1월에 맡았던 최고고객책임자(CCO)의 경우 해외 선진 기업들에만 있던 낯선 직책인 반면 COO는 국내 기업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자리다.이에 앞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8월 기아차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현대차로 옮겨 가면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고 이 부사장의 고종사촌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지난 11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그룹의 주력사인 신세계의 총괄 대표이사에 임명됐다.<>지난 2월 4일 자본시장의 일대 변혁을 이끌 새 제도가 도입됐다.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이른바 ‘자본시장법’이 본격 시행된 것. 자본시장법의 골자는 증권업과 선물업, 자산운용업 등 자본시장 내에서 개별적으로 적용해 오던 법률이 합쳐지며 각 업종 간의 겸업이 허용된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상품 규제가 크게 완화됐다. 과거에는 관련법에 열거된 상품만을 개발·판매할 수 있는 ‘포지티브제’였다면 자본시장법 도입 이후 금지된 상품을 제외한 어떤 상품이든 개발해 판매할 수 있는 ‘네거티브제’가 시행됐다. 즉, 에너지나 재해·날씨·거시경제지표·신용을 기반으로 한 신종 파생상품 등 다양한 상품의 개발이 가능해졌다.또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금융 투자회사는 자본시장과 관련한 제반 업무를 사내에서 일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금융 투자회사들이 선물업, 자산운용업 등의 업무를 사내에서 같이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관련 기업들의 상품 개발력과 경쟁력이 크게 중요해졌다.규제가 완화된 대신 투자자 보호 제도는 크게 강화됐다. 상품 개발이 자유로워지다 보면 아무래도 복잡한 상품이 많이 나오게 되고 또 판매 과정에 소홀하게 돼 불완전 판매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정부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도입했다. 이 장치들은 크게 적합성 원칙·설명 의무·파생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판매할 때는 투자자의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지, 공격적인지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또 상품을 설명할 때도 위험 정도, 원금 손실 가능성 등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위험도가 높은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금융 투자사가 가입을 권유할 수 있는 대상 자체가 제한됐다. 이 같은 규제를 위반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판매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금융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증권사를 통해서도 지급 결제가 가능해진 것이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시행과 동시에 증권사들의 지급 결제를 허용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반대와 증권사들의 시스템 준비 부족으로 실질적인 시행은 6월부터 이뤄졌다. 이때부터 그간 은행들만 사용하던 지급 결제망 접속이 증권사를 통해서도 가능해지면서 증권사에서도 입출금이나 송금, 자동 이체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증권사들은 지급결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영업 대전’을 벌이고 있다.한편 자본시장법 시행을 계기로 명칭이 바뀐 금융회사도 많다. 우선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한국거래소로, 한국증권예탁결제원은 한국예탁결제원으로 바뀌었다. 또 증권업협회와 선물협회, 자산운용협회가 사라지고 한국금융투자협회로 통합됐다. “9월 21일은 한국 증시가 처음으로 세계에서 ‘선진국’ 대접을 받게 된 날이다. 2004년 선진국 편입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된 지 5년 만에 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첫날이기 때문이다. FTSE지수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와 파이낸셜타임스가 공동으로 세운 지수 전문 회사 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가 1999년부터 발표해 온 글로벌 지수로 규모가 3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수는 전 세계 69개 시장을 선진국시장·준선진시장·신흥시장·프런티어시장 등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국가별 지수 비중은 1.98%(4225억 달러)로 선진국 시장 소속 25개국 중 11위에 해당한다.FTSE지수는 미국의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와 함께 세계 양대 투자지표 중 하나로 한국 증시의 선진국 지수 진입은 국내 증시가 신흥국 특유의 투기적 자산시장이 아니라 선진시장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거래소는 한국 FTSE 선진국 지수 편입으로 213억 달러의 자금이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한편 FTSE 선진지수 편입 이후 통상 1~2년 내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르게는 2010년 내 양대 글로벌 투자 지표에 한국 기업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투자 자금이 달러 대체 투자 자산으로 급속히 몰리면서 금값이 연일 폭등한 한 해였다. 각국이 경기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화폐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올 들어 금값은 40% 넘게 뛰었다. 최근 들어 주춤한 기색을 보이고 있지만 12월 초 온스당 1227달러(1온스=28.35g)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금의 소매 매출도 급증했다. 미국과 호주 중국 캐나다 등 각국 정부가 발행하는 금화는 발매되는 족족 팔려나갔다. 미국의 경우 폭증하는 금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금화 발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금 투자에 대한 구애는 연기금이나 헤지 펀드들은 물론 금광 업체나 심지어는 각국 중앙은행까지 이어졌다. 중앙은행들로서는 값어치가 떨어지는 달러보다 안전 자산인 금에 주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씨는 인도중앙은행(RBI)이 댕겼다. RBI는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금 200톤을 매입했다. 금광 업체들도 금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 금값이 파죽지세로 치솟자 가격 하락을 점치고 내다 팔았던 금을 다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금 생산 업체 베릭골드는 지난 10월 100만 온스의 금을 매입했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온스당 1500달러부터 2000달러까지 간다는 전망도 나온다. 메릴린치는 금값이 18개월 안에 온스당 1500달러까지 갈 것으로 봤다. 상품 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는 향후 10년 안에 온스당 200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물론 금 투자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12월 16일 세계금융 위기를 예측해 명성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보고서에서 최근의 금값 상승은 부분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으며 쉽게 붕괴될 가능성이 있는 거품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28일 산업은행이 설립 55년 만에 새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기존 산은의 정책금융업무를 수행할 정책금융공사가 신설됐고 나머지는 산은금융지주회사로 분리돼 민간 상업은행으로 거듭난 것이다.지난 1954년 설립된 산업은행은 6·25전쟁 이후 경제에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다. 1950년대 전후 경제 복구에 힘쓰던 개발 금융회사에서 1990~2000년대에는 새롭게 투자은행 기능까지 수행하며 한국 경제를 측면에서 지원했다. 단순한 투자와 보증에 그치지 않고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국제금융, 지역 개발, 남북 경협, 자원 개발, 기업 구조조정 주관 등 한국 경제에 숨결을 불어넣고 끊어진 맥을 찾는 일을 해 왔다.하지만 민간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가가 나서서 정책금융을 해야 하는 영역이 줄어들면서 산은이 변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됐다. 또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관치금융’ 논란의 한 중심에 서 있는 것도 부담이었다.결국 산업은행은 산은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로 분리돼 새롭게 출발했다. 이 중 산은금융지주는 산업은행과 대우증권, 산은캐피탈 등 5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는 민간 은행으로 출범했다. 산은 지주의 비전은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 이내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은 이를 위해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 기반을 다진 뒤 유럽과 미주 시장을 공략한다는 2단계 글로벌 전략도 밝혔다. 민영화 계획도 나와 있다.민 회장은 “정부와 협의해 2011년에 산은지주를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2012년에 해외 상장을 추진하겠다”며 “국내외 상장을 통해 법에서 제시한 부분보다 민영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산은법에 따라 산은지주는 2014년 5월 이내 최초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다.분리된 정책금융 업무는 한국정책금융공사가 맡았다.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이 보유하던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주식 15조 원어치를 받아 자산 28조 원 규모로 설립됐다. 산은지주의 지분을 100% 갖고 있어 산은지주 민영화 이전까지는 이익 배당 등을 통해 산은지주로부터 안정적인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어 재원 조달에도 문제가 없다.정부는 정책금융공사의 기능과 관련, 사회간접시설이나 지역산업단지 등 시장 기능에 의한 자금 공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공공성이 큰 사업에 우선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민간 금융회사가 취급하지 않는 장기 회사채 인수 등을 통해 녹색산업 등 신성장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긴급 자금 지원 기능도 담당하게 됐다.20년간 끌어 온 생명보험회사 상장이 올해 처음 이뤄졌다. 지난 10월 생보사 상장 시대의 막을 연 것은 동양생명이다. 동양생명을 필두로 2010년엔 삼성생명·대한생명·미래에셋생명 등 ‘대어급’ 생보사들의 증시 진입이 줄줄이 이뤄질 예정이다.생보사 상장은 단지 주식거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상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주주의 감시를 받게 되면 향후 보험업계의 발전 전략에는 일대 변화가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전보다 수익과 효율을 더 중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늘 논란이 돼 왔던 사업비 등에 대한 투명성 압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 모집 방식이나 관행, 영업 채널 등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 분명하다.무엇보다 상장은 생보사를 지주회사로 전환해 대형 금융회사로 변신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정부는 최근 금융지주사법 개정을 통해 ‘보험지주사’의 등장을 허용했다. 보험사는 이제 타 금융회사는 물론 제조업 계열사까지 거느린 채 다양한 고객 정보를 공유하며 시너지 넘치는 영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주요 대기업 계열의 생보사들이 상장을 서두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상장을 통해 얻은 자본을 바탕으로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면 영업과 마케팅에 투입할 자본을 확충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지주사 후보로는 대한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을 거느린 한화그룹,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을 가진 동부그룹,상장사 동양생명 외에 동양종합증권 등을 두고 있는 동양그룹 등이 꼽히고 있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