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topic 제 744호 (2010년 03월 08일)

쏟아지는 빚 폭탄…안전지대 찾아야

기사입력 2010.03.04 오전 10:35

‘1500조 원-700조 원-400조 원 시대 개막.’

써놓고 보니 무슨 축포처럼 보이는 숫자들이지만 우리나라의 기업-가계-국가가 안고 있는 빚의 규모다.

나라 빚과 민간 부문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제 위기 이후 경기 회복세가 완만한 속도로 이어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에게 향후 한국 경제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꼽으라면 단연 ‘부채’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 때문에 언제가 될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출구전략이 전 세계적으로 가시화되는 시점이 한국 경제의 향배에 또 다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금처럼 각 부문의 빚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양상을 방치할 경우 충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라 빚의 경우 올해 사상 처음으로 400조 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37% 안팎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올해 이자로 갚아야 할 돈만 2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빚을 내 빚을 갚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국가 채무와 재정적자 누적은 결국 재정 운영의 폭을 좁혀 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드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가 직접 부채, 보증 채무, 4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 통화안정증권 잔액, 공기업 부채 등을 합한 실질적인 국가 부채는 1400조 원이 넘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가계 부채는 지난해 6월 말 현재 698조 원 수준이었지만 주택 담보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에 비춰볼 때 지금은 700조 원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의 빚 상환 능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말을 기준으로 국민 전체의 처분 가능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39배로 1년 전에 비해 0.07%포인트나 나빠졌다. 이는 버는 돈보다 갚아야 할 돈이 39%나 더 많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기업 부채, 5년 전보다 68% 늘어

올 하반기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미리 준비하지 않은 기업이나 개인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올 하반기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미리 준비하지 않은 기업이나 개인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가계 부채와 이자 비용의 증가는 소비 위축과 저축률 하락을 초래하고 이는 투자 둔화와 고용 감소 등으로 이어져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부채 상환 능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금리 인상 등의 충격이 가해지면 가계 부실은 물론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 기업의 부채도 1500조 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민간 기업 부채는 지난해 9월 말현재 1506조4814억 원으로 1년 전(1426조7063억 원)보다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준은 5년 전인 2004년(9월 말 기준)의 895조5851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68%나 늘어난 규모다.

‘민간 기업 부채’는 자금순환 통계상 부채에서 기업들이 받아들인 주식 및 출자 자금(증자), 직접 투자 등을 제외한 것이다.

한은 측은 민간 기업들이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부채 수치가 크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기준금리가 상승할 경우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못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선 점은 빚더미에 올라있는 한국 경제 전반에 강력한 경고를 발동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시중의 실세 금리는 상승세로 돌아선 상태다.

해외 동향도 눈여겨봐야 할 시점이다. 중국의 긴축 조치,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에 이어 미국이 최근 재할인율을 인상함으로써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시점도 빨라질 공산이 커졌다.

특히 지난 2월 18일 재할인율을 0.25%포인트 인상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조치는 미국 정부가 출구전략 본격화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기획재정부가 한은의 금리 인상을 결사적으로 막는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떼밀려서 출구전략을 펼쳐야 한다면 그 전에 빚을 줄여 놓는 게 급선무라는 얘기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 하반기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미리 준비하지 않은 기업이나 개인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박신영 한국경제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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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3-12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