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business 제 744호 (2010년 03월 08일)

성적·성과 뛰어나도 뉴스 대접 ‘섭섭’

기사입력 2010.03.04 오전 10:35

미국에서 동계올림픽을 지켜보면 아무래도 한국 선수단이 거둔 성적이나 경기 내용이 거둔 성과에 비해 미흡하게 알려지는 것 같다.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남녀 동반 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것도 예상보다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주관 방송사인 NBC는 경기 도중 메달 집계를 전하면서 한국을 빠뜨리는 일이 많았다. 금메달 수로 순위를 매기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총 메달 개수로 순위를 매긴다. 그래서 초반 한국이 금메달 3개를 획득하고도 전체 메달 수에서 밀려 소개되기도 했다. 언젠가는 한국과 캐나다의 전체 메달 개수가 똑같아 공동 4위를 기록했을 때 금메달 수가 많은 한국이 공동 4위 가운데 당연히 가장 먼저 소개돼야 했지만 NBC는 화면에 캐나다만을 소개한 적도 있다.

한국 선수들은 오노와의 악연 때문에 시종일관 오노를 외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국 선수들은 오노와의 악연 때문에 시종일관 오노를 외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국 선수단이 금 4, 은 4, 동 1개를 획득했을 때도 미국 CNN은 홈페이지에 한국이 메달을 따지 못한 것으로 보도해 국내에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한국 봅슬레이 선수단의 연습 사진을 공개하면서 사진 설명에 ‘북한 선수’로 보도하기도 했다.

올림픽에서 한국이 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갑자기 생겨난 일이 아니라 아직도 외국에서 한국이라는 존재를 그리 깊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북한의 핵문제로 인해 외국 언론들은 북한에 더 관심이 높다. 호불호를 떠나 북한이 한국보다 더 크게 보도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금도 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만나면 “남한 사람이냐, 북한 사람이냐(South Korea or North Korea?)”는 질문을 던진다. 한국인들은 국가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고 생각하지만 외국에 나와 보면 이게 얼마나 큰 착각인지 깨닫게 된다.

한국 선수단이 금메달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걸맞게 국가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 선수단의 성적을 빼거나 북한으로 잘못 보도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선수들 매너도 짚어볼 필요 있어

‘코리아’라는 브랜드도 더 확고하게 알려야 한다. 예를 들어 모태범과 이상화가 금메달을 획득한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선수들의 유니폼을 보면 허벅지가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여기에 나라 이름이 표시된다. 그런데 한국은 ‘KOR’라고 표기가 돼 있다. 등에는 ‘KOREA’라고 써 붙어 있지만 TV에는 허벅지가 더 많이 노출된다. ‘KOR’라고 하면 이 나라가 무슨 나라인지 아는 사람이 드물다. 뚜렷하게 ‘KOREA’라고 표기해야 한다. 한국보다 지명도가 훨씬 높은 일본도 선수들 허벅지에 ‘JAPAN’이라고 영문 글씨를 모두 써 놓았다.

선수들의 매너도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선수단의 ‘금맥’인 쇼트트랙의 경우 아폴로 안톤 오노라는 선수 때문에 미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래서 한국 선수들이 가장 많이 노출됐다. 한국 선수들은 오노와의 악연 때문에 시종일관 오노를 외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게다가 첫 금메달이 나온 1500m 경기에서 2위와 3위를 달리던 이호석과 성시백이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함께 미끄러지는 바람에 어이없이 오노에게 은메달을 안겨주면서 그를 향한 국내의 얄미움은 극에 달했다.

선수들도 그의 플레이 스타일 때문에 시상대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는 것이 싫었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였다. 얼마 전 시상식에서는 오노가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을 축하해 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이를 비꼬듯이 소개했다.

한국은 이제 승자의 여유를 보일 시점이 됐다. 한국 선수들의 모습은 한국 모습 그 자체다. 과거 일에 연연해 지나치게 감정을 드러낸다거나 금메달이 아니면 실패한 것처럼 무뚝뚝한 표정을 짓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오노가 10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미국 선수로 동계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7개의 메달을 획득할 때 한국 선수들이 다가가 진정으로 축하해 주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얼마나 성숙하게 보였을까. 오노의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TV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점을 거론한다.

쇼트트랙은 종목 특성상 몸싸움이 치열하다. 한국 선수도 오노 못지않게 반칙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한국에서는 전혀 보도되지 않는다. 한국이 외국에 잘못 알려지는 것에만 분개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한국을 제대로 알려 왔는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 주)= 한은구 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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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3-12 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