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세대는 누구인가

<YONHAP PHOTO-1578> South Korea's Lee Jung-su (2nd L) celebrates his gold medal victory ahead of compatriot Lee Ho-suk (L), Apolo Anton Ohno of the U.S. (2nd R) and Canada's Charles Hamelin during the men's 1000 metres short track speed skating finals at the Vancouver 2010 Winter Olympics February 20, 2010.     REUTERS/David Gray (CANADA)/2010-02-21 22:09:02/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South Korea's Lee Jung-su (2nd L) celebrates his gold medal victory ahead of compatriot Lee Ho-suk (L), Apolo Anton Ohno of the U.S. (2nd R) and Canada's Charles Hamelin during the men's 1000 metres short track speed skating finals at the Vancouver 2010 Winter Olympics February 20, 2010. REUTERS/David Gray (CANADA)/2010-02-21 22:09:02/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 2월 16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이 확정되자 모태범은 태극기를 몸에 두른 채 두 손으로 하늘을 찔러대며 춤을 췄다.

이어 이틀 뒤인 18일 열린 남자 1000m 결승전에서 모태범은 샤니 데이비스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의 익살스러운 행동은 이어졌다.

경기 종료 직후 샤니 데이비스의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찌르는 시늉을 하며 축하해 줬다. 그에게 올림픽은 ‘엄숙한’ 대상이 아닌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넓은 무대’였을 뿐이었다.

모태범은 경기 후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으니 이제는 동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사실 이전의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라면 세계 2등, 즉 은메달만 따더라도 고개를 푹 숙였다.

전 세계 40억 인구 중에서 두 번째의 성적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우울해 했다. 하지만 모태범은 달랐다. 자신의 은메달을 자랑스러워 했고 또 금·금·금의 삼관왕이 아닌 금·은·동의 삼관왕 차지를 자신 있게 목표로 내세웠다.

‘빙상 3남매’의 홍일점인 이상화도 비슷하다. 이상화는 금메달을 따낸 뒤 자신의 허벅지를 두고 국내에서 ‘꿀벅지’로 회자되는 것에 대해 “괜찮다”며 웃어넘겼다. 또 이승훈은 1만m 금메달을 따낸 뒤 ‘올림픽이 끝나면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서울 거리를 활보하고 싶다.

사인 공세를 받으면 즐거울 것 같다”고 답했다. 자랑스러운 자신에게 쏟아지는 국민들의 사랑을 몸소 확인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전 세대와는 분명 무언가 다른 이 젊은이들에게 최근 ‘G세대의 대표 주자’라는 호칭이 붙기 시작했다. G세대란 푸른색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세계화를 뜻하는 ‘글로벌(Global)’의 영어 첫 글자에서 따온 신조어다. 건강하고 적극적이며 세계화된 미래 지향적인 젊은 세대를 뜻한다.

G세대에 앞서 한국 사회에 등장한 세대 구분은 대체로 △전후에 태어나 압축 성장 시대에 청년기를 보낸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민주화 구호를 외치며 20대를 보낸 386세대(1960년대생) △한국 사회에서는 처음으로 집단에 묻히기보다 개인으로 도드라지기를 선택한 X세대(1970년대생) △컴퓨터와 인터넷을 자유롭게 활용하기 시작한 N세대(1970년대 말~1980년대생) 등으로 나뉜다.

‘단군 이후 최고의 경쟁력’ 갖춰
<YONHAP PHOTO-1578> South Korea's Lee Jung-su (2nd L) celebrates his gold medal victory ahead of compatriot Lee Ho-suk (L), Apolo Anton Ohno of the U.S. (2nd R) and Canada's Charles Hamelin during the men's 1000 metres short track speed skating finals at the Vancouver 2010 Winter Olympics February 20, 2010.     REUTERS/David Gray (CANADA)/2010-02-21 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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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Korea's Lee Jung-su (2nd L) celebrates his gold medal victory ahead of compatriot Lee Ho-suk (L), Apolo Anton Ohno of the U.S. (2nd R) and Canada's Charles Hamelin during the men's 1000 metres short track speed skating finals at the Vancouver 2010 Winter Olympics February 20, 2010. REUTERS/David Gray (CANADA)/2010-02-21 22:09:02/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G세대는 이들의 뒤를 이어 88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의미한다. 1988년은 서울올림픽이 있던 해로 한국이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원년’ 같은 해다.

이들은 1990년대 유년기, 2000년대 청소년기를 보내며 한국 현대사에서 처음으로 ‘보릿고개’로 대변되는 절대적 가난도, 독재정치 시스템도 경험하지 않고 성년이 된 이들이다.

특히 외둥이가 과반수를 차지하며 해외여행, 조기 유학, 어학연수 등이 대중화된 첫 세대다.

즉, 경제적 부를 일군 부모에 의해 집중 투자를 받으며 자라 ‘단군 이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채 성년이 됐다.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인터넷을 접해 산업화와 정보화의 세례를 동시에 받았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이에 따라 G세대의 특징은 크게 몇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긍정적인 마인드’다. G세대의 특징인 어디서도 위축되지 않는 자신감과 당당함은 바로 이 같은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나온다.

별다른 열등감과 부족함 없이 자랐기 때문에 세상을 있는 그대로 편견 없이 바라본다는 게 이들의 장점이다. 당연 부모 세대의 물질적 지원은 이들의 탁월한 스펙(자격 조건)에 뒷받침이 됐다.

G세대의 외국어 능력이나 신체적 조건 등은 그 어느 세대보다 뛰어나다. 이들의 훌륭한 실력은 자신감의 밑거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다른 사람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에게 충실하며 노력을 즐길 줄 안다. 이번 올림픽 대표 선수들은 가장 좋은 예다.

가난과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해 운동을 선택한 선배들과 달리 이들은 자신이 좋아 운동을 시작했다. 그래서 자기 관리와 훈련에 더 엄격했고 온 힘을 다해 얻은 결과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였다.

남자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는 중학교 3학년 때 양 발목에 1.5kg짜리 모래주머니를 찬 채 5kg의 납 조끼를 입고 링크를 50~60바퀴를 도는 강훈련을 불평 없이 했다.

이상화는 자다가도 “스케이트 타야지”라는 부모의 말에 벌떡 일어났다고 한다. G세대 대표 스타라고 할 수 있는 김연아의 훈련에 대한 강도와 열정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세계에 대한 도전 욕구도 크다. 이전 세대가 한국 중심적인 시야로 세상을 봤다면 G세대는 글로벌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앞선 세대가 해외에 나가는 일, 외국인과 어울리는 일 자체에 큰 용기가 필요했다면 이들은 해외 경험과 어학 능력을 갖춰 이런 일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그들에게 서양은 더 이상 ‘배울 게 많고 따라잡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앞서야 하고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대상일 뿐이다.

‘개인주의’도 이들의 특징이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관심이다. 물론 X세대와 N세대의 특징도 개인주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X세대는 사회와 나의 이분법적인 구도를 가지고 지나치게 ‘남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에 바빴다. N세대는 아예 사회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인터넷이라는 또 다른 공간에서 존재하는 ‘오직 나’만이 중요한 세대였다.

하지만 G세대는 다르다. 이들은 ‘내 행복’이 중요한 세대다. 이 때문에 나와 관계를 맺는 사회적 현상도 중요하다. 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회의 변화를 위해 움직일 준비가 돼 있는 세대다. 이들은 각종 봉사 활동, 환경 운동 등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현실적’이다. G세대의 행복을 이뤄주기 위해서는 물질적 만족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이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 현실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즉, 먼 꿈보다 눈앞의 목표를 좇는 성향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쉽게 좌절하기도 한다. 한 전문가는 “이들이 겉보기에는 개성이 강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학원·학교 과외와 같이 꽉 짜인 틀에서 자랐다”며 “한국 사회에 ‘룰’이 생긴 이후 자란 세대여서 그런지 ‘로봇’같은 측면이 있고 여기에서 벗어날 경우 쉽게 좌절하는 등 심지가 약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신감·당당…노골적 ‘현실성’도 지녀
‘실패’에 약한 단점도

이들은 고속 성장 시대 속에서 자란 부모세대와 달리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시기에 자랐다. 이 때문에 부모 세대가 누렸던 좋은 일자리는 사리지고 있는데 이들은 부모와 똑같은 일류 대학, 고액 연봉, 정규직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

풍요로운 시대에 살면서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보듯 상대적 ‘패배자’의 감성에 쉽게 동화되는 약점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다 뛰어난 유전자를 가진 이들을 좀 더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전 세대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언론에 보도된 빙상 국가 대표 훈련법은 아주 흥미롭다. 신세대 선수들에겐 전통적인 강압적 훈련 방식이 잘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코치진에 대한 반발만 생겨난다고 한다.

그래서 감독이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이끌었더니 훈련 효과가 높아졌다고 한다. 통제와 명령 대신 합리적인 동기부여를 해 주고 의욕만 북돋워 주면 각자가 알아서 자기 관리를 하는 형태로 진행했던 게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