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cm의 마술’ 3D 경제가 뜬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세계 TV 시장에 전운이 감돈다. 올해 경쟁 포인트는 ‘3차원(3D) 입체 영상’이다.

영화 ‘아바타’의 흥행 돌풍으로 불붙은 3D 붐은 정보기술(IT)과 방송·콘텐츠 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소니는 3D로 권토중래를 노린다. 영화사 등 콘텐츠 업계의 기대감도 무르익고 있다. 2010년은 성큼 다가온 ‘3D 경제’의 원년이다.

지난 3월 3일 개막된 ‘2010 디지털 케이블 TV쇼’ 행사장. 최근 ‘3차원(3D) 입체 영상’에 쏠린 뜨거운 관심은 이곳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가장 길게 줄을 늘어선 곳은 3D 안경을 쓰고 입체 영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 놓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초대형 부스다.
<YONHAP PHOTO-0763> A man takes a photo of a display at the Samsung Electronics booth during the 2010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CES) in Las Vegas, Nevada January 8, 2010. REUTERS/Steve Marcus (UNITED STATES - Tags: BUSINESS SCI TECH)/2010-01-09 21:55:44/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 man takes a photo of a display at the Samsung Electronics booth during the 2010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CES) in Las Vegas, Nevada January 8, 2010. REUTERS/Steve Marcus (UNITED STATES - Tags: BUSINESS SCI TECH)/2010-01-09 21:55:44/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3D TV의 두 가지 타입인 편광 안경 방식(박스 기사 참조)과 셔터 안경 방식의 제품을 모두 볼 수 있는데, 어떤 방식이든 입체감은 기대 이상이다. 자동차 경주를 담은 3D 영상에서는 비포장도로의 자갈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고 우승팀이 터뜨린 샴페인 줄기가 금방이라도 옷에 묻을 것 같아 움찔하게 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영화 ‘아바타’ 개봉과 함께 내놓은 플레이스테이션3(PS3)용 게임 ‘아바타 더 게임’은 3D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 실제로 낯선 외계의 정글 속에 뛰어든 것처럼 생생한 느낌이다.

후지필름이 만든 3D 디지털 카메라도 눈길을 끌었다. 이 제품은 일반 카메라와 달리 렌즈가 2개다. 이들이 사람의 왼쪽 눈과 오른쪽 눈처럼 서로 다른 각도에서 이미지를 잡아내 저장한다.

3D의 물결은 이제 가정으로까지 밀려들고 있다. 3D 영화를 보기 위해 굳이 영화관을 찾지 않아도 된다. 당장 마음만 먹으면 6월부터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 경기를 편안하게 집에서 3D 화면으로 볼 수 있다.

1838년 영국의 과학자 찰스 위트스톤이 입체 안경 ‘스테레오스코프’를 처음 발명한 이 후 무려 172년 만에 3D 기술이 진정한 개화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 172년 만에 찾아온 3D 혁명 = 그동안 3D가 시장에서 외면당한 데는 몇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3D 피로감’이 문제였다.

3D의 기본 원리인 양안 시차(왼쪽 눈과 오른 쪽 눈의 시각 차이)를 인체 공학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가 없었기 때문에 조금만 봐도 눈의 피로와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YONHAP PHOTO-0597> LG 보더리스TV, 예술과 '소통'



  (서울=연합뉴스) LG전자가 유럽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2009' 폐막을 사흘 앞두고 지난 6일 독일 베를린 중앙역 광장에서 테두리와 화면의 경계를 없앤 보더리스 TV를 홍보하기 위해 3D 아티스트 이벤트를 열었다. 사진은 독일 태생의 아티스트 에드거 뮐러(Edgar M?ller)의 3D 입체 작품. 2009.9.7

    photo@yna.co.kr/2009-09-07 12: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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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보더리스TV, 예술과 '소통' (서울=연합뉴스) LG전자가 유럽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2009' 폐막을 사흘 앞두고 지난 6일 독일 베를린 중앙역 광장에서 테두리와 화면의 경계를 없앤 보더리스 TV를 홍보하기 위해 3D 아티스트 이벤트를 열었다. 사진은 독일 태생의 아티스트 에드거 뮐러(Edgar M?ller)의 3D 입체 작품. 2009.9.7 photo@yna.co.kr/2009-09-07 12:39:12/ <저작권자 ⓒ 1980-200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Copyright 2004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
두 번째는 3D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였다. 이때문에 3D는 오랜 세월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러 가지 기술적 진보로 지난 수년간 3D 피로감이 크게 개선된 것은 분명하지만 최근 ‘3D 붐’의 일등 공신으로 영화 ‘아바타’를 꼽는데 주저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지난해 개봉된 이 영화는 3D의 뛰어난 흡입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전 세계 영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바타’는 국내에서도 1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영화에서 점화된 3D 열풍에 TV 업체와 방송·콘텐츠 업체들이 가세하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TV 업체들이다.

새로운 프리미엄 제품이 필요한 TV 업체에 3D는 새로운 돌파구를 의미한다. 세계 TV 시장은 2000년대 들어 기존 브라운관(CRT)에서 액정표시장치(LCD)로 급격한 변화를 경험했다.

현재 매년 세계에서 팔리는 TV 가운데 80% 가까이를 LCD TV가 차지한다. 그동안 LCD의 경쟁 축은 화질과 두께였다.

지난해 국내 업체들이 발광다이오드(LED)라는 새로운 광원을 채택해 LCD 시장을 휩쓸었으며, 두께가 1cm도 되지 않는 초슬림 제품까지 등장했다. 화질 경쟁과 디자인 경쟁은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TV의 제품 주기가 매우 빠르다는 데 있다. 보통 출시 후 1년 정도만 지나면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지난해 각광 받은 LED TV도 올해는 범용 제품으로 분류되면서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3D 기능을 추가하는데 드는 원가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판매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을 위해 새로운 프리미엄 제품이 필수적인 TV 업체에 3D는 최적의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3D TV가 LED TV에 이은 TV 업체의 새로운 주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화사 등 콘텐츠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콘텐츠 문제도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글로벌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드림웍스는 2009년 이후 모든 작품을 3D로 제작해 내놓고 있다.

영화 ‘아바타’의 성공에 힘입어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등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감독들도 차기작을 모두 3D로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와 콘텐츠 업체들이 3D에 적극적인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3D는 불법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골치 아픈 해적판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일반 비디오카메라로 3D 영화를 아무리 촬영해도 정상적인 감상은 불가능하다. 3D는 수익성에서도 매력적이다. 미국에서 ‘아바타’의 3D 관람률은 40%대였지만 수익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은 56%를 기록했다. 일반 영화에 비해 관람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영화계는 특히 ‘아바타’가 집에서 컴퓨터로 영화를 다운로드받아 보던 사람들은 다시 영화관으로 불러내는데 성공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영화관을 중심으로 영화 산업을 다시 재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안방 3차원 시대 개막…경쟁 ‘후끈’
◇ 한·일 TV 업체 불꽃 경쟁 = 한국과 일본 가전 업체들이 3D TV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다. 세계 TV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찌감치 관련 제품을 내놓고 시장 선점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콘텐츠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도 한국에 내준 TV 시장 주도권을 3D에서 되찾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말 세계 최초로 풀HD 3D LED TV를 선보였다. 경쟁사들보다 한발 빠른 조기 출시 전략을 통해 ‘3D TV=삼성’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최초로 3D 블루레이 플레이어, 3D 홈시어터, 3D 안경 등 3D TV 시청에 필요한 토털 솔루션을 두루 갖춘 것도 강점이다.

현재 46인치 450만 원, 55인치 600만 원에 팔리고 있는 삼성 3D TV는 자체 개발한 3D 전용 패널과 3D 칩을 통해 보다 생동감 있고 편안한 입체 화질을 구현하고, 무엇보다 사용자가 기존 2D 영상을 3D 영상으로 변환해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애초 3D 콘텐츠로 제작된 영상보다 입체감이 떨어지지만 전용 콘텐츠가 부족한 초기 시장에서는 매력적이다.

지난해 편광 안경 방식 3D TV를 내놓았던 LG전자도 오는 4월 셔터 안경 방식의 3D LED TV를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는 지난 2월 글로벌 TV 브랜드인 ‘인피니아’를 선보이는 등 시장 분위기 형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나오는 LG전자의 3D TV 제품은 모두 ‘인피니아’ 브랜드를 달게 된다. LG전자는 어떤 운영체제와 통신사에도 적합한 제품을 제공한다는 스마트폰 전략을 3D TV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LG전자는 내년까지 ‘세계 1위 3D TV 브랜드’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대반전을 노리는 일본 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특히 게임과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소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소니는 TV와 게임기, 블루레이 등 가전제품에 이어 카메라와 캠코더 등 영상 관련 기기 전 분야로 3D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소니는 세계적 다큐멘터리 채널인 디스커버리, IMAX 등과 24시간 3D 채널을 위한 조인트 벤처를 설립한데 이어 6월 남아공 월드컵 경기를 자체 개발한 3D 방송 장비로 찍어 앞선 기술력을 과시할 계획이다.

영화 ‘아바타’ 제작에 참여하면서 할리우드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한 파나소닉은 쇠락하고 있는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시장의 활성화 열쇠를 3D에서 찾고 있다. 이 업체는 올 초 열린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152인치 3D PDP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안방 3차원 시대 개막…경쟁 ‘후끈’
소니·파나소닉·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이 3D TV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기술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위협적이다.

최근 3D TV 경쟁에서 차별화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바로 3D 안경이다. 현재 기술로는 3D 영상을 보려면 반드시 전용 3D 안경을 써야 한다. 무안경식 3D TV도 연구되고 있지만 2~3년 내에는 현실화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집안에서 장시간 3D 안경을 쓴 채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이만저만 불편한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안경 착용의 불편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3D TV 판매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쏟아지는 3D 콘텐츠 = 볼만한 3D 콘텐츠가 없다는 불평도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아바타’ 성공 이후 3D 영상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런 흐름은 할리우드만의 현상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영화 ‘친구’를 제작한 곽경택 감독이 제2 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아름다운 우리’를 3D로 제작해 오는 6월 개봉할 예정이다.

작년 영화 ‘해운대’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윤제균 감독도 공상과학영화(SF) 블록버스터 ‘제7광구’와 판타지 영화 ‘템플 스테이’ 등 차기작 2편을 3D로 만든다.

방송 분야에서도 3D가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일본 위성방송 BS11은 2007년부터 3D 방송을 매일 15분씩 방송하고 있으며 또 다른 일본 위성방송 스카이퍼펙트TV는 2009년 11월부터 내부 테스트용 송출에 들어갔다.

영국에서는 위성방송 BSkyB가 2008년 3D 시험 방송을 한데 이어 오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일본 NHK와 공동으로 전 세계에 3D 위성중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미국 스포츠 채널 ESPN도 오는 6월 시작하는 남아공 월드컵을 소니의 3D 장비로 촬영해 중계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디지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올 초 24시간 3D 채널 ‘스카이 3D(채널1)’를 세계 최초로 열고 3시간 분량의 3D 프로그램을 반복해 내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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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3D의 원리

2대 카메라로 피사체 촬영
안방 3차원 시대 개막…경쟁 ‘후끈’
3D는 인간이 미간을 사이에 두고 6.5cm 떨어져 있는 왼쪽 눈과 오른 쪽 눈에 들어오는 이미지를 합성해 사물을 입체적으로 인식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우선 인간의 눈 구조와 동일하게 배치된 2대의 카메라로 피사체를 촬영해 2개의 영상을 만들어 낸 다음, 이를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각각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여기서 촬영된 2개의 영상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편광 안경 방식(패시브 방식)과 셔터 안경 방식(액티브 방식)으로 나뉜다.

전자는 LCD 패널에 편광 필터를 부착하고 이를 마찬가지로 편광 필터로 만든 안경을 통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왼쪽 영상과 오른쪽 영상이 뒤섞여 있는 화면에서 오른쪽 눈은 오른쪽 영상을 왼쪽 눈은 왼쪽 영상을 볼 수 있다.

반면 셔터 안경 방식은 LCD 화면에 왼쪽 영상과 오른쪽 영상을 초당 480회 정도의 초고속으로 번갈아 보여주는 것이다.

이때 LCD에 부착된 칩에서 동기신호를 보내면 전용 안경은 이를 받아 왼쪽과 오른쪽을 순간적으로 열고 닫아 오른쪽 영상이 보일 때는 오른쪽 눈이, 왼쪽 영상이 보일 때는 왼쪽 눈만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두 방식은 여러 가지 장단점을 갖고 있다. 특히 편광 안경 방식은 편광 필터의 가격이 비싸 제품 가격이 다소 올라가지만 안경은 매우 저렴하다. 반대로 셔터 안경 방식은 제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안경이 10만 원 대로 비싼 편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