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는 '앵무세'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는데, 짜여진 시나리오를 그저 아름답게 표현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널K에서는 별도의 대본이나 작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하루 3~4시간의 생방송을 소화해 내야 한다. 장중 시황 정보를 훤히 꿰는 것은 물론 그날의 경제 이슈나 변수에 대해 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기자가 한국 관료에게 막말을 했다니, 이런 기자는 때려죽여야 되는데 말이죠.” (강병욱 앵커)

“우리 연구원들 빠따 좀 맞아야겠는데요.” (최승연 투자 전문가)

“(이성태 총재가) 마지막에 고춧가루 확 뿌리고 가는 일은 없겠죠.” (강병욱 앵커)

키움증권의 온라인 방송 ‘채널K’를 보고 있으면 마치 방송인 김구라·조혜련 등이 출연한 만담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은 재미에 빠진다. 공중파 방송처럼 격식을 따지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속 시원히 얘기하다 보니 카타르시스조차 느껴진다.

그러나 재미는 덤이고 본질은 정확한 정보 제공인 만큼 무게중심을 잡아줄 필요가 있다.

채널K의 전혜현 앵커는 매끄러운 진행과 정확한 전달을 통해 ‘배(방송)’가 ‘산’으로 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말 그대로 ‘앵커’ 역할을 도맡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진행자들의 입담을 재치 있게 받아치면서 정해진 시간 내에 필요한 내용이 전달되도록 하는 역할이다.

흔히 아나운서는 ‘앵무새’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는데 짜여진 시나리오를 그저 아름답게 표현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널K에서는 별도의 대본이나 작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하루 3~4시간의 생방송을 소화해 내야 한다. 장중 시황 정보를 훤히 꿰는 것은 물론 그날의 경제 이슈나 변수에 대해 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방송 욕심으로 독하게 주식 공부했죠’
“동시 호가 마감 살펴보겠습니다. 2시 58분인데요, 예상 지수가 1682.41로 34.4포인트 오르며 마감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분 좋은 상승인데요, 코스닥시장은 강보합으로 마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오늘 전 업종에서 고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테마주이고, 외국계 창구를 살펴보면‥ 네, 증시 주변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환율은‥ 중국 상하이지수는‥ 미국 지수선물은 둘 다 강보합 상태입니다.” (전혜현 앵커)

장 마감 때 투자자가 직접 챙겨야 할 일을 전 앵커가 조목조목 다 살펴주니 투자자들은 앉아서 떡을 받아먹는 셈이다.

전문가 패널 시간에는 “오늘 상장한 대한생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라며 그날의 이슈를 잡아 질문을 던지는 것도 그의 몫이다.

전 앵커는 키움증권에 오기 전까지 주식에 손도 대어보지 않은 문외한이었다. 본인도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는데 의미를 두고 지원했다가 덜컥 수백 대 일의 경쟁을 통과해 뽑히고 말았다. 이때부터 그의 독한 공부가 시작됐다. 신문과 책, 증권사 리포트를 챙겨보는 것은 물론이고 주위 전문가들에게도 질문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딸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방송에 대한 욕심”이라고 그는 답했다. 프로페셔널은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다는 원리는 여기서도 통했다.

주위에 전문가들이 많으니 ‘주식으로 돈은 좀 벌지 않았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그의 대답은 “장중에 방송에 집중하느라 주식투자할 시간이 하나도 없다”는 것. 그래도 투자자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100만 원 이내의 소액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고.

전혜현 키움증권 방송 앵커

약력
: 고려대 서양어문학부 졸업. 2004년 대구MBC 아나운서. 2007년 OBS 국제팀 기자. 2008년 키움증권 온라인방송 앵커(현).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