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비즈니스’ 트렌드

홈플러스는 지난 3월 24일 ‘나홀로족’과 같은 1인 가구를 겨냥해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의 육류 팩 상품을 기존 용량 대비 30~50% 축소한 ‘홈플러스 싱글팩’ 17종을 출시했다.

지난 2008년부터 소량 상품을 클립으로 줄에 끼워 판매하는 ‘클립 스트립(Clip Strip)’ 진열 방식을 도입하고 이에 맞는 소포장 상품을 개발, 판매해 온 데 이어 보다 적극적인 소비자 유형에 맞는 맞춤형 상품 판매 방식인 셈이다. 이 밖에 나홀로족들을 겨냥한 소용량 상품들을 찾아보면 꽤 많다.

특히 식음료 부문에서는 ‘초대형이 아니면 소용량 제품만 잘 팔린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미니화·초경량화된 1인용 제품들이 전체 유통가를 휩쓸고 있다.

기존 상품의 2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미니 즉석밥’을 비롯해 ‘미니 두부’,1큰술(약 7g)씩 담긴 ‘고춧가루’, 보관도 간편한 튜브 타입의 초소용량 ‘고추장’, 낱개 포장된 ‘야채’와 ‘과일’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와인과 맥주 같은 주류 부문에서도 반 병 사이즈나 샘플용 미니어처와 같은 다양한 소용량 제품들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미니·컨비니언스 제품 ‘날개’ 달다
칸막이 라면 가게에서 토털 생활 서비스까지

나홀로족들을 겨냥한 미니화 바람은 1인용 침대·식탁·책상·옷장 등의 가구 집기류나 각종 일상생활 용품에도 이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미니 세탁기나 미니 청소기, 100리터가 채 안 되는 미니 냉장고, 콤팩트형의 미니 오븐 등의 1인용 전자제품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다기능 대신 꼭 필요한 알짜 기능을 갖춘 효율적인 면모로 나홀로족들의 지갑을 공략하고 있다.

사회에서 나홀로족들의 비중이 늘어감에 따라 이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산업들도 함께 발달하고 있는 추세다. 그중 신촌에 있는 일본 라면 가게인 ‘이찌멘’은 나홀로족, 싱글 고객을 공략해 월매출 4000만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대박 맛집이다.

혼자 식사하는 것에 익숙하면서도 남의 시선에 신경 쓰는 나홀로족들을 위해 마치 독서실처럼 칸막이를 설치해 가게 스태프들과 얼굴을 마주칠 필요 없이 주문에서 식사에 이르기까지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주문과 계산은 기계가, 메뉴에 대한 설명은 테이블 위에 부착된 설명서가 도와줄 뿐 철저하게 고객을 홀로 내버려 두는 이 방임형 가게는 그 덕분에 대학 인근에 있으면서도 오전 시간과 점심시간이면 거의 전 좌석이 나홀로족 샐러리맨 손님들로 가득 찰 만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맛과 영양까지 고려한 아침식사 배달업은 직장 생활에 바쁜 나홀로족들이 가장 유용하게 이용하는 대표적인 생활 편의 서비스 사업 중 하나다.

반찬·죽·국·샐러드 등을 비롯해 다양한 아침 식사와 제철 과일이 포함된 브런치 등을 매일 배달하는 ‘에이엠푸드’의 김상욱 대표는 “전체 고객의 약 20~30%가 나홀로족이고 시간이 갈수록 고객 중 나홀로족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나홀로족들은 다른 일반 고객들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샐러드의 비율을 조절하거나 먹고 싶지 않은 식재료들을 선별하는 등 식단을 꼼꼼히 짜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이 밖에 가사 지원 서비스 업체나 매트리스와 침대 청소 서비스 등 나홀로족들을 솔깃하게 하는 생활 편의형 서비스 등도 다양하다. 그중 토털 생활 서비스 프랜차이즈 업체인 ‘핸디페어’의 서비스는 주목할 만하다.

전국에 300여 개의 가맹점을 갖춘 이곳에서는 집 안 청소와 세탁, 베란다 창틀 먼지 제거, 에어컨 청소 등의 일상적인 가사 노동은 물론 집안 수리·도배·인테리어 전환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모로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다.

‘핸디페어’의 김선일 기획실장은 “화장실 변기가 막혔다거나 환풍기 청소를 한다거나 하는 어쩌면 사소하게 보이는 일조차 여성과 고령층 등의 나홀로족들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일 수 있다”며 “일상적인 살림살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세심한 서비스 제공 사업으로 나홀로족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생활 지원 서비스 외에도 노년층 나홀로족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실버산업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지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이후로는 전국적으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요양센터 등과 같은 요양 관련 시설들도 늘어나고 있어 나홀로족들의 노년에 대한 두려움을 한결 덜어주고 있다.

그 좋은 예가 바로 독일식 노인 요양센터인 송파 사랑마루다.이곳에서는 요양·간호·재활·의료 서비스에서부터 임종 시 장례를 토털 지원하는 장례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노년층을 위한 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센터다.

사랑마루 송파점 최영미 원장은 “대부분 건강상의 문제로 가족들과 함께할 수 없는 어르신들이나 자발적·비자발적으로 홀로 된 노년층들 중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있는 곳”이라며 “요양센터는 이 분들에게 새로운 노년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는 공간이자 돌아가시는 날까지 세심하게 건강을 보살피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요양센터만이 아니다. 노년 나홀로족들을 대상으로 간호 보조와 생활 보조를 받을 수 있는 방문 요양 서비스만이 아니라 말벗이 되어주고 동반 외출과 함께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 등의 실버시터 서비스 및 다양한 시니어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주거 공간도 작게,편리하게

서비스 분야뿐만 아니라 주택 시장에서도 나홀로족들을 겨냥한 생활공간이나 주택들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들이 늘어감에 따라 건축이나 리모델링이 비교적 손쉬워졌다.
미니·컨비니언스 제품 ‘날개’ 달다
또한 초기 리모델링에 따른 투자비용만 감안하면 특별히 크게 추가되는 비용 없이 꾸준한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요즘 지하철 역세권이나 서울 인근의 경기도 지역에서는 기존의 일반 건물이나 여관을 개조해 ‘사설 기숙사 형태’인 원룸텔이나 주거 전용 고시텔·코쿤하우스 등으로 만드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이들 소형 생활공간들은 대부분 보증금이 없는 월세 선불형 개념으로, 생활 집기가 무료로 제공될 뿐만 아니라 입주자를 위한 생활 가구도 구비돼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실제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훨씬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시에 연고가 없는 지방 출신 나홀로족들이나 바쁜 샐러리맨 나홀로족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요즘 한창 많이 건설되고 있는 초미니 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미니 아파트는 원룸텔이나 고시텔보다 좀 더 안정적이고 안락한 개인 생활을 가능하게 해 주는 공간으로, 또 소자본으로 가능한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가 높다.

지상 1~10층은 55.58㎡ 규모의 주거용 소형 오피스, 11~19층은 44.60㎡ 규모의 초미니 아파트로 구성된 도시형 생활 주택인 하나종합건설의 ‘하나세인스톤’은 얼마 전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나홀로족은 물론 소형 주택 수요를 겨냥한 투자자들과 주택 임대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성황리에 분양을 마쳤다.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고 높은 분양 인기를 자랑하는 하나종합건설의 김혁 경영지원팀장은 “저렴한 분양가와 무제한 전매 가능, 1가구 2주택 중과세 면제, 청약통장 무관 등 투자 부담을 최소화한 데다 현재 실질금리도 매우 낮기 때문에 꾸준한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미니 아파트나 소형 오피스텔은 투자 상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며 “나홀로족과 1인 가구가 갈수록 증가하는데, 아직 소형 주거 공간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도시형 생활 주택인 미니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주 객원기자 kart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