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751호 (2010년 04월 26일)

전통적 가족 해체…안전망 구축해야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선 혼자 사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1인 가구의 비율이 30%대에 이르는 이들 사회에서 ‘나홀로 가구’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나홀로 가구’는 고독사(孤獨死)나 이혼·사별 등 부정적인 단어와 함께 연상된다. 한국 사회에서 ‘나홀로 가구’ 혹은 ‘나홀로 사회’가 확산되는 원인과 전망, 그리고 정부의 대책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홀로 사회’ 풍조가 한국에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이들을 또 어떻게 봐야 할까요.

조호정 선임연구원(이하 조 연구원) : 혼자 사는 사람을 흔히 ‘1인 가구’라고 할 수 있는데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솔로족·싱글족·셀프 릴라이언스(Self-reliance: 홀로서기)족이 그것이죠.

솔로족은 쉽게 말해 ‘혼자가 편하다’는 생각이 강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인간관계보다 PC를 통한 게임이나 채팅·전자상거래 등에 보냅니다. 싱글족은 소위 말하는 ‘골드미스’를 지칭하는 것으로 가족보다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의 교류에 더 많은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특히 높은 소득을 바탕으로 고급 소비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홀로서기족은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인해 혼자 살게 된 싱글족입니다. 솔로족이나 싱글족은 스스로 선택한 것인데 비해 홀로서기족은 비자발적이라는 게 차이점입니다.

전통적 가족 해체…안전망 구축해야
최숙희 교수(이하 최 교수) :
저는 서울의 1인 가구를 4부류로 나눠 보았습니다. 도시의 트렌드세터로서의 골드미스(미스터), 우울한 싱글인 산업 예비군 그룹, 해체된 가족의 결과인 불안한 독신자 그룹, 고령사회의 중심 세력으로서의 실버세대 그룹이 그것입니다.

‘나홀로 가구’ 혹은 ‘1인 가구’가 확산되는 것은 우리 사회 경제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리 사회도 이웃 일본처럼 ‘나홀로 사회’의 초입에 와 있는 단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요.

조 연구원 :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1인 가구 수는 지난 2000년 226만2000가구에서 2010년 현재 347만 가구로 53.5% 증가했습니다. 2030년에는 471만3000가구로 2000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국 총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15.6%에서 2030년에는 23.7%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유럽 국가들의 평균 1인 가구 비중은 30%(2006년 기준)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최 교수 : 서울도 지난 5년 사이 1인 가구 증가율이 34%에 달해 혼자 사는 가구가 70만에 이르는 ‘1인 가구 20%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오는 2030년 서울의 1인 가구 비율은 25%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혼자 사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나홀로 사회’에서 비롯되는 문제점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 교수 : 앞서 말씀드렸듯 ‘나홀로 사회’ 자체가 나쁘다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대단히 빠른 속도로 ‘나홀로 사회’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경제적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복지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 내몰리기 쉽습니다. 참고로 서울의 1인 가구 10명 중 7~8명이 월소득 200만 원 미만의 소득 계층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조 연구원 :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의 특징은 긍정적이라기보다 부정적인 것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게 최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저소득화와 빈곤화였습니다.

2008년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 소득의 4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고령 1인 가구의 경우 뚜렷한 직업이 없고 대부분 최저생계비 이하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적 문제 외에도 다양한 사회 병리적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생활형 범죄 증가, 고독사 확산, 자살률 상승 등이 대표적이죠.

여성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나홀로 사회’에서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최 교수 :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이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홀로 사회’에서 노인들이 처한 현주소를 알 수 있습니다. 최근 경찰대가 발표한 ‘노인 자살 실태 분석과 예방대책‘에 따르면 61세 이상 자살자 수는 1989년 788명에서 2008년 4029명으로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황혼 이혼이 늘어나면서 노인 자살률은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높은 자살률은 한국인들이 50대 초반까지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경제생활을 유지하다가 은퇴 이후 얼마나 절망적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조 연구원 : 혼자 사는 사람들 중 고령자나 실업자, 은퇴자 등은 지속적인 사회 관계망이 형성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홀로 죽음(고독사)’을 맞는 사람도 많고요.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 개념이 희미해지고 가족 간의 유대관계도 약해지는 상황 속에서 노인들이 점차 설 땅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자살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 교수 : 전체 자살률을 살펴보면 2005년 현재 한국은 인구 10만명 당 24.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단연 1위입니다. OECD 평균은 11.7명입니다. 2위는 일본으로 19.4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참고로 미국은 10.1명이었습니다. 노인층의 자살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80세 이상 노인의 경우 1998년에는 자살자가 10만명 당 50.8명이었으나 2008년에는 112.9명으로 10년 사이 122.2%나 늘었습니다. 죽음의 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1998년에는 인구 10만 명당 18.4명이 자살해 한국인의 사망 원인 가운데 7위였지만 2008년에는 26명이 자살해 4위로 껑충 뛰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전통적 가족 해체…안전망 구축해야
조 연구원 :
특히 노인자살의 경우 자살 시도자의 3분의 2가 우울증 환자이며 자살 성공률 또한 젊은 사람들보다 높다는 조사 보고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이나 친구 등 주위의 사람들도 ‘기운이 없는 것은 나이 탓이다’며 방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주위의 특별한 관심이 있어야 하겠지요. 더불어 자살 못지않게 ‘고독사’ 문제에도 우리 사회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혼자 사는 사람들은 지속적인 사회관계망이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홀로 죽음’을 맞는 경우가 앞으로 더 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웃 일본처럼 ‘나홀로 사회’가 한국 사회에 확산되는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최 교수 : 조금 전 얘기가 나왔듯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를 들 수 있겠죠.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은 혼인율의 감소와 초혼 연령의 지체에 따른 미혼 독신가구의 증가, 이혼이나 별거에 따르는 단독 가구의 증가 등과 함께 맞물려 있습니다.

개인주의 가치관의 확산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교육과 취업의 기회가 지나치게 대도시에 집중돼 있는 것도 1인 가구 증가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원래 살던 곳에서 떨어져 나와 상대적으로 교육과 취업이 용이한 수도권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1인 청년 세대가 늘고 있다는 얘기죠.

조 연구원 : 개인주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가 아닌가 합니다. 구직 활동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젊은 세대들이 대학 진학 이후에도 어학 능력 향상, 경력·자격증 관리 등 자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준비가 중요해졌고 ‘상호’보다는 ‘혼자’ 활동하는 개인주의가 더 심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아웃사이더’라는 말이 부정적인 말이 아니라 학교 일보다 자기 경쟁력 강화에 더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바뀐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언론 등 미디어의 ‘화려한 싱글’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혼자 사는 게 은근히 멋지다는 관념을 유포한 것도 한 요인이 아닌가 합니다.

‘나홀로 사회’와 관련해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 연구원 : 우선 ‘나홀로 사회’로 인해 크게 증가할 수 있는 사회문제들, 즉 자살, 고독사, 생활범죄 증가, ‘묻지마 범죄’ 확산 등을 어떻게 줄여 나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제고하고 국격(國格)을 높이며 살기 좋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들입니다.

혼인율과 출산율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도 보완돼야 하겠지요. 고령자 커뮤니티 구축 및 확산을 통해 홀몸노인의 자활을 지원하는 등의 사회 안전망 강화에도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최 교수 : 범죄 감소를 위해선 무엇보다 치안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 이웃 일본의 사례를 참조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일본에는 ‘코반(koban)’이라고 불리는 지역공동체 경찰이 있는데 우리 식으로 보면 기존의 파출소를 좀 더 작은 규모로 세분화해 주민들의 생활 속에 밀착시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동네에나 하나쯤은 있는 슈퍼마켓이라고 보면 이해하기가 빠를 겁니다. 코반이 들어선 곳의 범죄율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제도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나홀로 가구’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경제인 만큼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합니다. 고령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고령자 근로수당’을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필요해 보입니다.

정부 정책적인 측면에서 지원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전통적 가족 해체…안전망 구축해야
조 연구원 :
유럽연합(EU)은 고령 인구의 점진적 퇴직을 위해 법정 퇴직 연령제를 폐지하는 방안, 연금 수급 자격이 있는 근로자가 일을 지속할 경우 연금액 증가율을 인상해 주는 방안, 연금 수급 기준 연령을 늦추는 방안 등을 검토하거나 추진하면서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초고령연금의 수급 금액을 현실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고령연금은 현재 월 최대 9만 원이 지원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적습니다.

최 교수 : 나홀로 죽음이나 고독사가 발생하는 것은 주위에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현재 사회복지사들이 나홀로 가구들을 돌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인원이나 예산 면에서 역부족인 실정이지요.

지금부터라도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서 나홀로 가구를 케어할 수 있는 지역 단위 통합 서비스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지역 비정부기구(NGO)·학교·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홀몸노인들의 기초 생활뿐만 아니라 취업·오락·심리상담이나 컨설팅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지원도 강화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담이나 컨설팅을 받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존심이나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와 연관이 깊은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20년 뒤인 2030년 한국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조 연구원 :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고령 세대가 소외 계층에서 사회 주도계층으로 대두될 전망입니다. 정치적으로 살펴보면 65세 이상의 유권자들이 급증해 정치적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65세 이상 유권자 비율은 2005년 15%, 2020년 25%, 그리고 2050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노령 인구의 구매력 파워가 신성장 동력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겁니다. 이와 맞물려 고령 친화형 산업 시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02년 약 6조 원에서 2010년 31조 원, 2020년에는 약 116조 원으로 팽창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 교수 :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는 조 연구원의 전망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고령의 저소득 1인 가구에 대한 복지 지출 확대로 국가 재정 여건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기업의 소형 1인용 상품 출시가 늘어나고 1인용 전문 식당이 등장하는 등 전체 소비 시장에서는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되겠지만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하면서 국내 소비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회·정리= 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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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4-22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