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 노원구 상계동

강북 저평가 바람을 타고 일었던 ‘노도강’ 열풍의 진원지는 단연 노원구 상계동이다. 쇼핑·여가 등 잘 갖춰진 기반시설, 강북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학원가, 4호선과 7호선의 더블 역세권 등의 인프라가 이 지역의 가격 상승을 주도한 요인들이다.

‘노도강’의 중심인 노원구 상계동 안에서도 ‘주공 7단지’는 시장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곳이다. 총 2600가구 중 59㎡가 720가구, 69㎡가 480가구로 주를 이루고 있는데, 59㎡의 경우 최고가는 2008년 말 2억5000만~2억6000만 원을 호가했다. 현재 시세(호가)는 1000만 원 정도 하락한 상태. 세입자 비중이 70%에 이르지만 투자든, 거주든 수요가 끊이지 않는 지역 특성 상 그나마 하락 폭이 작은 배경이다.

7단지 바로 맞은편에 있는 S부동산 이모 대표는 “현재 거래가 아예 중단된 상태”라며 “매수자들이 가격을 보고 ‘더 내려달라’는 추세로, 매도자가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에 급매물 1건을 처리하고는 지금까지 매매 거래가 전무합니다. 전세 수요도 많고 투자 가치가 있어서인지 매도인의 호가 양보도 없는 상태여서 더 답답하죠. 짧은 기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지역적 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비교적 하락세가 작다고 해도 거래가 실종돼 있는 상태에선 시세를 잡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호가 양보가 없어서 그렇지 실거래가는 59㎡의 경우 2억2000만 원 정도로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최고가 대비 많게는 20% 정도가 빠진 상태라는 것.

“2억2000만 원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어요. 다만 급격한 폭락보다는 연착륙이 이뤄져야죠. 주택 구매 수요층이 두터워지면서 가격도 빠지는 게 최상입니다.”

급매물 가격서 더 빠질 것

상계 주공 7단지의 경우 대략 세 가지 현안에 따라 가격이 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가 ‘재건축 연한 단축’ 문제다. 지난 1988년 첫 입주를 시작한 7단지는 현행 법령상으로는 재건축 허용 기간이 아직도 10년 이상 남아 있다.
보금자리 ‘직격탄’…개발 호재 안 먹혀
하지만 현재 서울시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개정안으로는 당장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7단지와 동1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창동차량기지국과 도봉운전면허시험장 등의 이전·축소 계획도 부동산 값 상승을 이끌 호재다.

8만9000㎡에 이르는 7단지 면적의 약 3배의 넓은 지역이 개발돼 분양되면 인근 시세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소유자들의 장밋빛 전망이다. 전세 시세는 인근의 장위와 당고개 뉴타운이 개발되면 멸실이 시작되면서 지금보다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7단지는 작년까지만 해도 매매가가 계속 올랐다. 59㎡의 매매가 2억5000만 원은 목동과 비슷한 면적의 반값에 불과하다는 등 저평가 기조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7단지는 훌륭한 입지 조건과 대규모 개발 호재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멈춰 있거나 간혹 급매물만 나오는 실정이다. 이 대표는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인근에 별내지구와 남양주 2차 보금자리 등이 배후단지로 들어설 예정입니다. 강남으로 치면 분당 격이죠. 실수요자들의 경우 기존 주택 매매보다 보금자리 청약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 대표는 “요즘엔 문의 전화도 매도자뿐이라며 ‘왜 이렇게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느냐’는 성화에 ‘천천히 상황을 보자’는 말밖에 할 수 없는 답답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 대표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기존에 지어진 주택 거래 활성화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는 듯해요. 새 아파트 건설과 분양을 통한 ‘건설 경기’ 향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죠. 자연히 기존 재고 거래는 실종되고 있어요. 매도자의 근심이 늘 수밖에 없는 것이죠. 신규 분양 시장도 매매(입주) 후면 어차피 재고 시장이 되는 겁니다. 너무 안이하게 바라보는 것 같아요.”

이 대표는 대출 임계점에 오른 물건들은 앞으로 급매 시세에서 10~15%까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