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 용인·분당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은 용인 안에서도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곳이다. 마치 강남3구가 서울의 대표적 부촌인 것과 비슷하다. 총 1만 가구에 이르는 가구 수 가운데 165~198㎡가 주를 이루고 있고 300㎡가 넘는 대형 평형도 적지 않다.

성복동을 대표하는 단지는 LG빌리지 1~7차로 201㎡의 경우 작년 7~8월만 해도 7억 원 선을 유지했다. 현재 시세는 1억 원이 빠진 6억 원 정도. 그나마 호가가 아닌 급매물 가격은 5억7000만 원 선까지 떨어져 있는 상태다. 급매물 실거래가 평당 1000만 원까지 밀려난 것이다.

인근 J공인중개사무소 김모 대표는 “안 그래도 저평가돼 있는 지역인데 가격까지 빠지면서 거래가 실종됐다”고 하소연했다.

LG빌리지 201㎡의 경우 작년 초에 비하면 그나마 가격을 회복한 수준이다. 5억 원까지 떨어졌던 것이 1억 원 가까이, 급매물의 경우도 7000만 원 정도 오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락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3.3㎡당 1000만 원 이하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전망이다.

성복 자이 1, 2단지, 힐스테이트 1~3차 등 오는 5월 말 입주를 앞둔 대단지가 많다는 것도 기존 주택가 하락을 불러오는 요인 중 하나다. 3.3㎡당 1600만 원의 높은 분양가 때문에 입주를 한 달여 앞둔 현재 60%의 분양률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 입주를 앞둔 단지가 대부분 주상복합이어서 기존 아파트 수요를 잠식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1억 원이나 떨어진 급매가의 원인은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에 들어갈 자금 마련 때문이다. 인근의 광교나 수원 등지에 새로 입주할 예정인 매도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매수자들이 201㎡를 5억5000만 원 선에 찾고 있어 급매가는 더욱 내려갈 전망이다.
급매도 안 팔려…추가 하락 가능성
거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요즘 같아선 화가 나서 못 살겠다”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강남 집을 팔면서도 용인~서울 간 고속도로, 신분당선 등의 호재 때문에 이주를 결정했어요. 강남은 무섭게 오른 반면 여긴 여전히 저평가돼 있죠. 집을 내놓으려고 해도 팔리지 않으니 잠이 오지 않아요.”

성복동은 세입자가 40% 정도로 실거주자 수가 더 많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은퇴 후 강남에서 이주한 다주택자들이 많다. 양도세 중과 면제 혜택이 사라지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과 주민들의 한목소리다.

대출금이 집값 역전시키기도

분당의 대표 격인 정자동의 시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더샵스타파크 맞은편에 있는 J공인중개사무소 이모 대표는 “지난 설날 즈음에서 1건을 거래한 후로 단 1건의 거래 실적도 없다”며 “굶어 죽게 생겼다는 게 엄살이 아니다”고 말했다.

매매 실종의 원인은 역시 추가 하락 기대감 때문이다. 지역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보금자리주택 등으로 인한 하락 분위기가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중대형 평형이 많아 그나마 거래가 힘들다는 게 인근 관계자들의 설명.

“급매물이 나와도 꼼짝 안 하네요. 2008년에 13억 원까지 갔던 스타파크 155㎡가 12억 원 정도 하다가 급매는 9억7000만 원까지 떨어졌어요. 매수자들은 ‘무슨 급매가 그렇게 나가느냐’며 그 가격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예요. 매수와 매도 희망 거래가 차이가 평균 2억 원 정도입니다.”

2009년 9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가격은 서서히 빠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규제 발표 후 완전히 바닥세로 돌아서 평균 20% 정도 하락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연말이면 세금 혜택이 사라지면서 그동안 관망했던 물건들이 쏟아질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전망이다. 급매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추가 하락은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B공인중개사의 정모 소장은 “규제가 있는 한 뾰족한 수는 없다”며 “은행도 현재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비판했다.

“돈 굴릴 데가 없으니 주택 담보대출 경쟁을 벌인 거죠. 정자동은 전체 가구의 70~ 80%가 대출을 끼고 있고 가구당 평균적으로 매매가의 50% 이상이 대출이에요. 12억 원씩 갈 때는 집값의 80%를 대출을 끼고 산 사람도 있죠. 대출금이 집값보다 많은 경우까지 생겼어요. 명의만 있지, 은행에 비싼 월세 내고 살고 있는 셈입니다. 그 책임을 누가 질지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