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business 제 751호 (2010년 04월 26일)

성공률 94%…‘발사 대행’ 등 사업화

기사입력 2010.04.20 오후 03:41

일본 규슈 남단 가고시마 공항에서 비행기로 30분 거리의 남쪽에 있는 섬 다네가시마. 제주도 면적 4분의 1 크기인 이 섬은 1543년 포르투갈 상인들이 일본에 조총을 처음 전해준 곳으로 유명하다. 일본은 1년도 안 돼 조총을 국산화했고 1592년 임진왜란 때 막강한 화력으로 활용했다.

성공률 94%…‘발사 대행’ 등 사업화
조총의 전래지 다네가시마가 지금은 일본 우주 개발의 전초기지로 변신해 있다. 섬 남단의 해안도로를 자동차로 달리면 대형 송전탑처럼 우뚝 솟은 로켓 발사대가 눈에 들어온다.

1968년 설립된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로켓 발사장)다. 대형 로켓 발사대 2곳과 로켓 조립 공장, 통제센터, 위성영상·데이터 관측소, 우주 전시관 등을 갖추고 있다.

발사대로 향하는 입구의 우주 전시관엔 지난 50여 년간 일본 우주항공 산업의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1954년 당시 맥아더 사령부의 허가를 받아 도쿄대에서 만든 지름 1.8cm, 길이 23cm, 무게 175㎏의 실험용 ‘연필 로켓’에서부터 일본이 자랑하는 최첨단 H2B로켓에 이르기까지 모형과 일부 실물이 전시돼 있다.

미와다 마코토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홍보그룹장은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는 단순한 로켓 발사장이 아니라 우주를 향한 일본의 꿈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 로켓 발사 성공률 ‘세계 최고’ = 일본은 우주 강국이다. 러시아·미국·프랑스에 이어 1970년 세계 네 번째로 자체 제작 인공위성 ‘오스미’를 우주 궤도에 올려놓았다. 군사 대국 중국보다 앞선 것이다. 1998년엔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로켓을 100% 국산화했다.

지금은 H2A와 H2B 등의 로켓으로 러시아와 상업적 경쟁을 벌일 정도다. 내년 발사될 한국의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3호’의 발사 대행도 러시아와의 경쟁에서 따냈다.

일본의 다음 목표는 유인우주선 발사다. 우주 개발의 전초기지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전경.

일본의 다음 목표는 유인우주선 발사다. 우주 개발의 전초기지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전경.

일본의 로켓 발사 성공률은 세계 1, 2위를 다툰다. 2001년 이후 10년간 모두 16기의 인공위성 로켓을 발사해 단 한 번만 실패하고 15번 성공했다. 94%의 성공률이다.

이는 오랜 노력의 결실이다. 일본이 로켓을 본격 연구하기 시작한 건 1965년. 도쿄대 생산기술연구소와 항공연구소 등이 통합해 우주항공연구소로 출범하면서부터다. 일본 정부는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를 건설하고 1969년에 JAXA의 전신인 우주개발사업단(NASDA)을 발족했다. 초대 이사장 시마 히데오는 신칸센 개발자였다.

일본이 미국 기술로 만든 1단 로켓에 일본산 2단 로켓을 달아 ‘N-1로켓 1호기’를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 건 1975년 9월이다. 한국의 나로호가 러시아제 1단 로켓에 국산 2단 로켓을 장착했다는 점에서 오는 6월 재발사에 성공하더라도 한국은 일본에 35년이나 뒤진 셈이다.

◇ 목표는 유인우주선 = 우주를 향한 일본의 다음 목표는 유인우주선을 개발해 발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연구실을 만들고 우주선을 대기권 안으로 귀환시키는 연구를 시작했다. 사카즈메 노리오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소장은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10년 이내에 유인우주선을 쏘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물론 일본의 우주산업이 탄탄대로였던 것만은 아니다. 취재에 동행했던 김경민 한양대 교수(군사학)는 “일본도 1970년 첫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기 직전에 발사했던 로켓은 네 번 연속 실패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인내와 정부의 지속적 지원으로 우주 강국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 개발은 그 나라의 산업 기술 경쟁력과 직결돼 있다. 일본의 로켓 제작 회사인 미쓰비시중공업 관계자는 “우주 로켓이야말로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라며 “탄탄한 기초과학과 고도의 산업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로켓을 개발 할 때도 인공위성 덮개는 세라믹 공학이 강한 일본 기업에 맡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 교수는 “우주 개발과 같은 거대과학에는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가 긴요하다”며 “경제와 산업 기술 발전을 위해서도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우주산업이 성장하면서 ‘우주 군사 대국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로켓 기술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일본 우주 개발 전문가들도 “적용하자고 들면 간단히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2008년 5월 우주기본법을 만들 때부터 이런 우려가 제기되자 평화적 이용을 내걸었다. 하지만 우주로 나갔다가 대기권으로 돌아오는 유인우주선 기술도 무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변국의 의심이 풀리지 않고 있다.

사카즈메 소장은 “인류 첫 우주 비행사인 가가린이 군인이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주 개발은 군(軍)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며 “그러나 이런 점을 확실히 인식하면서 우주의 평화적인 개발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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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카즈메 노리오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소장

“실패는 전진을 위한 밑거름…국가적 의지 중요”

성공률 94%…‘발사 대행’ 등 사업화
“한국은 작년 8월의 나로호 발사 실패에 실망하지 말고 우주 개발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의 사카즈메 노리오(58) 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 등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주산업에서의 실패는 전진하기 위한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로켓 엔진 개발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로켓을 개발하는 것은 한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한국이 우주 개발에 국가적인 의지를 쏟는다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한국의 나로호 발사 실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러시아는 최근 1700회 발사 성공을 자축한 우주 개발 선진국이다. 하지만 소유스호를 쏘아 올린 첫해에는 17회 중 7번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실패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일본도 현재 도킹 기술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깝다고 자부하지만 이것도 여러 차례 실패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실패는 전진하기 위한 밑거름이다.

나로호 실패의 원인이었던 페어링(위성 덮개) 분리 이상에 대한 견해는.

얼마 전에 만난 한국 전문가들로부터 ‘지상 실험에서는 거의 성공했는데 막상 발사할 때 실패했다’는 말을 들었다. 일본은 지난해 최신형인 H-2B 로켓을 쏘기 전에 지상 실험에서는 거의 실패했지만 실제 발사에선 성공했다. 로켓 발사 때 예상하지 못한 여러 가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상 실험 때 좀 더 엄격한 조건을 적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의 우주 개발에 조언한다면.

일본은 우주 개발에서 좀처럼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H-2 로켓을 개발할 때에는 정치적 결단에 따라 막대한 돈을 들여 로켓 부품을 모두 국산화했다. 이것은 현재 일본 로켓 기술의 밑거름이 됐다. 한국도 국가적인 의지를 쏟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대학과 기업 등 연구자의 힘을 모두 합칠 수 있다.

일본은 최근 우주항공개발연구기구(JAXA)의 예산을 일부 줄였는데.

JAXA의 1년 예산이 1800억 엔(약 2조1000억 원) 정도인데 올해는 이 중 130억 엔이 줄었다.이 때문에 중형 GX 로켓 발사는 그만둘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선 적게 줄어든 편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일본이 우주 예산을 줄이지 않는 게 좋다는 교훈을 얻게 되길 바란다.

일본의 유인우주선 개발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의지만 있으면 10년 이내에 유인우주선을 쏘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우주 군사 대국화를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본은 과거 한국이나 중국을 침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본인 스스로도 우주 개발에 대해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런 점을 확실히 인식하면서 평화적인 이용을 전제로 우주 개발을 할 필요가 있다.

다네가시마(일본)= 차병석 한국경제 도쿄 특파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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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4-23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