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진 동양생명 부회장

동양생명보험은 생명보험사로는 국내 최초의 상장을 성공리에 진행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은 곳이다. 동양생명의 상장은 업계 모범 사례로 꼽힌다. 실제로 2009년 9조1405억 원이었던 자산 규모가 올 3월에는 11조976억 원으로 21.41%나 증가했고 자기자본비율도 같은 기간 동안 57.9%나 늘었다.

성공적인 상장과 견실한 경영 실적을 이끈 이는 지난 2006년 취임한 박중진(59)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다양한 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문무를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 박 부회장을 만나 성공적인 경영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후 위축됐던 영업 환경을 극복한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기본·원칙에 충실…확고한 빅4 이룰 터”
힘든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영업 활동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쌓아간다면 자연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습니다.

금융 위기로 인해 영업이 극도로 위축됐지만, 단기적인 실적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것을 각 영업 채널에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부임 후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던 영업의 효율성과 생산성 강화에 주력해 영업 채널의 균형 발전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취임하고 ‘총력 영업 체제’를 구축했는데 성과는 어떻습니까.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 보험사의 매출이라고 할 수 있는 월납초회보험료와 수입보험료의 꾸준한 증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저는 이를 위해 총력 영업 체제를 구축해 회사의 매출 성장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 결과 부임 초 35억 원에 불과하던 월납초회보험료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수 있었습니다. 비록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소폭 하락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약 70억 원대의 월납초회보험료를 안정적으로 거둬들이며 업계 4위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영업 채널의 특성에 맞춘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힘썼습니다. 과거에는 설계사 위주의 채널이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방카슈랑스와 홈쇼핑 등으로 다변화됐죠.

금융 위기 속에서도 해외 자본 유치에 뛰어난 실적을 올렸습니다. 비결은 무엇인가요.

우리의 장점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경쟁사에 비해 발 빠른 상품 개발, 지속적인 성장 등을 부각시켰죠. 2009년 동양생명에 투자한 타이요생명을 비롯해 해외 투자자들은 동양생명을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장을 앞두고 진행한 2주간의 해외 기업홍보(IR)에서도 대부분의 해외 투자자들은 동양생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동양생명의 강점인 다변화된 판매 채널, 시장을 선도하는 상품 경쟁력, 업계 상위의 자산운용 수익률 등이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그 결과 총 800만 주가 배정된 해외 물량에 약 2 대 1의 경쟁률인 1500만 주 이상의 해외 투자자 청약이 이뤄질 정도로 성공적인 해외 공모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동양생명은 생명보험사로는 국내 최초로 상장했습니다. 금융 위기 이후인데 부담이나 리스크는 없었습니까.

이미 2008년 5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그해 8월 말 승인받고 상장을 준비했습니다. 비록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으로 상장 시기를 한 차례 연기했지만 준비는 완벽히 진행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 위기의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시점이어서 여전히 수급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동양생명의 강점을 알리는 적극적인 IR를 진행했고 그 결과 공모가 밴드 범위 내에서 공모가를 확정짓는 한편 청약 경쟁률 12.67 대 1을 기록하는 등 성공적인 투자 의견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이 밖에 상장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로 상장 이후 동양생명의 가치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받기 힘들었던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가는 기업의 실적과 장기 기대치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현재 주가는 저평가됐다는 판단입니다. 최소한 공모가 이상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적정 수준의 배당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세후 1000억 원의 순익을 올렸고 올해는 1300억 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장기 보유한다면 큰 걱정은 없을 겁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내실 있는 회사를 만들어 가면 시장에서도 합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상장을 통해 생명보험사에 대한 이해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그동안 손해보험에 비해 홍보나 연구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죠. 연이은 생보사들의 상장이 금융과 주식시장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위험기준자기자본(RBC) 제도를 도입하면 지급여력비율이 200% 초반대로 낮아집니다. 이를 극복할 대책은 무엇입니까.

상장 이후 대규모 자본 확충 및 실적 증가를 통해 2009년 12월 말 기준으로 201.5%의 RBC 비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RBC 비율은 감독 당국의 지도 기준인 150%를 상회하는 것으로, 국내 생보사들 중에서도 최상위의 RBC 비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조정하는 한편 자산 건전성의 꾸준한 개선을 통해 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산을 경쟁사에 비해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시장 상황에 맞게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동양생명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생보사들이 외국계에 비해 공격적인 자산운용을 하고 있는데요. 동양생명의 예정이율 및 투자 상품 비율 현황이 궁금합니다.

경영 환경의 변화에 따른 손익의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자산운용을 탈피하고 안정적인 수익률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예정이율은 약 4%이며 운용 자산의 약 40%를 채권에 투자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산 위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의 조정을 통해 RBC 비율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동양자산운용을 자회사로 편입해 자산운용의 전문성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이 때문에 동양생명의 운용 자산 이익률은 금융 위기가 발발한 2008 회계연도에도 5.3%를 기록하는 등 업계 평균을 웃도는 실적을 올렸습니다.

금융업, 특히 보험업은 우수 인재 영입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금융업은 사람이 전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데 성패가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저 같은 경우 보험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종합재무설계사(AFPK)나 국제재무설계사(CFP) 같은 자격증을 획득하는 사원들은 인사고과나 승진 등에 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몇 년 사이에 자격증 보유율이 10%에서 25%대로 높아졌습니다. 자기 계발이 결국 회사의 이익과 연결되는 것입니다.

또한 성과에 연동되는 회의 시스템을 갖추고 주요 성과 지표(KPI) 달성에 따른 연말 인센티브제 등을 도입했습니다. 필요할 때는 과감한 발탁 인사도 하고 팀장도 과장에서 부장까지 능력에 따라 발탁하고 있습니다. 팀장 등은 성과가 미진할 경우 과감히 일반 팀원으로 발령을 내 재충전과 주의 환기의 시간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동양생명의 경영 계획과 방향이 궁금합니다.

동양생명은 2012년까지 월납초회 기준으로 확고한 ‘빅4’로 자리매김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2010 회계연도의 경영 방침을 ‘부문별 경쟁력 업그레이드를 통한 회사 가치 제고’로 정하고 수익성과 성장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성장성 확보를 위해 ‘기본과 원칙 중시의 경영 체질화’라는 모토 아래 영업 효율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한편 지속적인 채널 다각화 전략으로 신계약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관리비 차익 및 위험률 차익의 점진적 증대를 통해 적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지속적으로 달성,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박중진 부회장은…

1951년생. 75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89년 미국 조지워싱턴대 MBA. 93년 동양생명보험 이사. 95년 동양생명보험 전무. 98년 동양종합금융(주) 대표이사 사장. 2001년 동양종합금융증권 대표이사 사장, 부회장. 2006 동양생명보험(주) 대표이사 부회장(현).


대담= 김상헌 편집장
정리=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