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에세이

카페 내부를 가득 채운 영어 동요 소리, 원어민 교사와 영어로 대화하는 아이들, 영어 동화책과 캐릭터 그림책을 펼쳐 놓고 독서하는 아이들.

외국 놀이 카페의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인천 구월동에 있는 496㎡(150평) 규모의 영어 키즈 카페 ‘키즈리퍼블릭(www. kidsrep.co.kr)’의 풍경이다. 아이들이 원어민 교사와 대화하면서 영어 실력을 뽐내기도 하고 영어 동화책을 읽으면서 외국 문화를 간접 체험하고 있다.

키즈리퍼블릭은 어린이공화국을 의미한다. 어린이공화국에서 뛰노는 아이들은 모두 ‘공화국 국민’으로 통한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여권’이 발급되고 각 매장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것.

“이곳에서는 풍부한 영어 콘텐츠를 자유롭게 접하면서 외국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교육 효과도 높아 인기가 좋습니다.” 키즈리퍼블릭을 운영하는 이유진 씨의 말이다.

학습이 아닌 체험을 통해 영어와 외국 문화를 익힐 수 있기 때문에 교육 효과가 높다는 것. 아이들은 당장 흥미가 가는 활동을 선택할 수 있기에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받는 주입식 교육보다 효과가 뛰어나다.

“현재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면 외국인과 만날 기회는 지금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세계가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잖아요. 어렸을 때 외국 문화를 체험해 두면 향후 성인이 되었을 때 비슷한 상황을 맞아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 이곳을 방문하는 부모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외국인을 만나면 항상 허둥지둥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자녀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당당한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 것.

키즈리퍼블릭을 방문하는 아이들은 한 달에 3000명 수준, 1년마다 갱신되는 연 회원 수는 4000명에 이른다. 한 달 매출은 6000만~7000만 원 선으로 순수익은 2500만 원이다. 최근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 체험 학습을 위해 예약제로 방문하는 단체 고객 수도 늘고 있다.
[Small Business] 새싹 마케팅 도입한 프랜차이즈 뜬다
체험 기회 제공하는 ‘엔젤 비즈니스’

저출산의 영향으로 자녀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부모들이 늘었다. 또한 자녀에게 각종 체험 기회를 제공하려는 움직임 역시 거센 편이다. 성인들이 어린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상황에서 엔젤 비즈니스가 활황을 맞고 있다.

엔젤 비즈니스의 경우 예전에는 의류와 완구 등 소비재 및 교육 분야 등에 한정됐지만 최근에는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신종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엔젤 비즈니스의 활황기 속에서 눈에 띄는 마케팅 기법으로 ‘새싹 마케팅’이 있다. 새싹 마케팅은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에게 ‘각종 체험’의 기회를 주고 미래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에서 시작됐다.

한국보다 한발 앞서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일본에서 2006년 오픈한 어린이 직업 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는 새싹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키자니아는 어린이들이 소방수, 비행기 승무원, 패션모델, 의사 등 70여 개 직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에듀테인먼트 시설이다. 키자니아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마케팅의 효과를 믿고 대기업들이 적극 참여했기 때문이다.
[Small Business] 새싹 마케팅 도입한 프랜차이즈 뜬다
코카콜라·존슨앤드존슨·소니·ANA항공·미쓰비시자동차 등 세계적 기업들이 미래 고객인 어린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직접 콜라를 만들고 시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비행기를 조종하는 멋진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 것.

어린이는 직접 만들어 마신 콜라의 브랜드를 기억해 성인이 되어 재구매하게 되고 승무원 유니폼에 찍힌 항공사 로고를 기억하면서 평생 고객이 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 대기업들의 투자를 이끈 가장 큰 이유였다.

이웃나라 일본의 성공을 지켜본 국내에서도 새싹 마케팅이 활발한 편이다. 삼성전자 하우젠오븐은 아이들이 직접 쿠키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체험 기회를 제공하며, 홈플러스 역시 ‘e파란 어린이 환경 실천단’을 발족해 4~6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환경 지킴이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의 속내야 어떻든 어린이들 입장에서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체험 기회를 갖게 되고 성인이 되었을 때 직업을 선택하거나 취미나 특기를 갖기에도 도움이 되기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이에게 체험 기회를 부여하는 새싹 마케팅이 인기를 끌면서 어린이들에게 색다른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창업도 활황을 맞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새싹 마케팅이 작은 매장에도 도입되기 시작한 것.

아예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DIY 업종이 있는가 하면 고객에 대한 업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등장한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매장이나 치킨을 직접 만들면서 조리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치킨 전문점의 사례 역시 새싹 마케팅이 창업 분야에 접목된 좋은 예다.

인천 주안에서 작년 9월부터 케이크를 직접 만들 수 있는 DIY 케이크숍 ‘단하나케이크(www.cakedan.com)’를 운영하는 김균배(38) 씨는 체험 학습 의뢰 전화가 몰리는 통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유치원 부모 체험 학습, 초등학교 특별 활동, 건강가정지원센터 체험교실 등에서 케이크 만들기 체험 학습 의뢰가 한 달에 많이 들어옵니다.”

조리 체험 후 재방문 이어져

김 씨는 알고 지내던 유치원 선생님이 ‘부모님 참관 수업’ 때 진행할만한 색다른 커리큘럼을 찾는 모습을 보고 케이크 만들기 체험 학습을 기획했다. 김 씨는 매장 주변 유치원을 방문해 케이크 만들기 체험 학습을 알려 나갔다.

그렇게 2009년 10월 주안의 한 유치원에서 첫 번째 체험 학습을 진행했다. 카스테라에 크림을 바르는 아이싱 작업과 생크림을 쌀주머니에 담는 법, 데커레이션하는 법 등을 1시간 동안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줬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수업에 아이들도 쉽게 따라하면서 즐거워하고 아이들이 직접 케이크를 만드는 모습에 참관한 부모님들도 흡족해 하더군요.”

참관 수업에 참여했던 아이들과 부모들의 좋았던 반응은 금방 입소문으로 퍼져 현재 김 씨의 한 달 매출 중 20~30%를 단체 체험 학습을 통해 올리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3월부터 치킨 전문점을 운영 중인 윤혜은(29·땡큐맘치킨 대치점, www.tkmomck.com) 씨는 지난 4월 안심 마케팅의 일환으로 주부들의 활동이 많은 인터넷 카페와 제휴,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치킨 조리 체험 행사’를 벌였다.

“오븐에 구웠는데 튀긴 것처럼 바삭한 비스킷 치킨을 내놓으니 조리법에 대한 문의가 많았어요. 고객들에게 일일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치킨 조리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통해 알리는 것이 더욱 효과가 높다고 판단해 기획한 행사였죠.”

윤 씨는 치킨 조리법에서부터 조리 기구 관리법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이후 어머니와 아이가 직접 치킨을 조리한 후 시식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치킨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효과가 높았던 것 같습니다.”

체험에 참여한 어머니와 아이들의 반응이 즉각 나타났다. 청결한 치킨의 조리 과정에 참관한 주부들이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매장을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조리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려면 비용이 들지만, 그 효과는 다른 홍보 전략보다 큰 것 같습니다. 대기업들이 벌이는 새싹 마케팅에서 착안한 마케팅 기법인데 작은 매장일수록 매출 향상 효과는 바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새싹 마케팅은 미래의 소비 주체인 어린이들에게 어필한다는 점에서 미래를 내다본 마케팅 기법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저출산의 영향으로 한 자녀만 둔 가정이 늘고 있다.

한 자녀에게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아낌없이 비용을 투자하는 만큼 향후에는 우주여행 등 상상하지 못했던 체험 마케팅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Small Business] 새싹 마케팅 도입한 프랜차이즈 뜬다
이경희 소장


1964년생.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세종대 경영학 박사.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자문위원, 한국여성창업교육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창업전략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ksbi@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