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스타, 연예 산업 판 바꾸다] 아이돌 스타 연예 산업 판 뒤집다
대한민국 연예계는 아이돌 스타들이 장악했다. TV를 틀면 드라마, 예능, 음악 프로그램은 온통 아이돌 스타 차지다. 최근 아이돌 스타들은 10년 전과 달리 철저히 실력으로 무장해 노래·무용·연기·예능·외국어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10대 소녀들 위주의 팬 층도 넓어져 대한민국 30대 남성들은 소녀시대에 푹 빠져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아이돌 스타들이 연예계를 장악한 데는 한국의 음반 시장이 황폐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아시는지?

가요계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진 것이 방송가를 장악하기 시작한 이유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아이돌 스타를 둘러싼 연예 산업의 핵심 이슈들을 심층 분석했다. ‘3040을 위한 아이돌 상식’은 덤이다.

“지금만 같아다오.” 지난 1분기 SM엔터테인먼트(SM)는 매출액 227억 원, 영업이익 104억 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1년 전체 매출액 617억 원의 3분의 1이 넘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전체 92억 원보다 더 많은 수치다.

회사 측은 “소녀시대 정규 2집 ‘오!(Oh!)’의 선풍적 인기에 힘입어 작년 하반기부터 소속 가수들이 왕성한 활동을 벌였고 해외 로열티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동방신기 해체 위기로 회사 분위기가 우울한 상황이지만 희망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다만 매출액을 분석해 보면 음원 판매 항목인 ‘제품 매출액’은 28억 원, 공연·광고모델·출연료 수익을 뜻하는 ‘용역 매출액’은 49억 원, ‘해외 로열티’는 146억 원이다. 용역 매출액은 전년 동기(52억 원)보다 살짝 줄었다.

제품 매출액은 전년 동기(41억 원)보다 31%나 낮아졌다. 해외 로열티는 전년 동기(46억 원)보다 세 배가량 늘었는데, 이는 동방신기의 해체설을 접한 일본 팬들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용역 매출액은 큰 의미를 남긴다. 1~3월 동안 SM의 주력 부대인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샤이니, 에프엑스 중 신곡을 발표하고 꾸준히 활동한 것은 소녀시대뿐이다. 연말 행사는 12월에 몰려 있고 대학 축제가 5월에 몰려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비수기인 1분기의 용역 매출액이 선방했다는 것은 그만큼 소녀시대가 꾸준히 공연·광고·방송 출연을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스템이 됐다는 뜻이다.

2분기에는 더 큰 기대를 해 볼만하다. 각종 행사와 축제가 몰린 시기인 데다 슈퍼주니어가 들고 나온 신곡이 인기 몰이를 하고 있고, 에프엑스는 이제 화제를 몰고 다닐 정도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2분기의 실적에 따라 향후 동방신기가 빠진 SM의 수익 모델을 가늠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난여름부터 TV를 켜면 온통 소녀시대, 카라, 브라운아이드걸스, 2NE1(투애니원), 티아라, 포미닛(4minute) 등의 걸그룹이 점령한 때가 있었다. 지금은 남성 아이돌 그룹들도 가세해 TV만 켜면 온통 아이돌 세상이다.

이렇게 변한 데는 음반 제작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가요계의 현실과도 관련이 있다. 앞서 SM의 매출에서 보듯 더 이상 제품 판매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연·광고·방송 출연 등으로 수익을 다변화해야 하는데, 솔로보다는 그룹이 더 많은 이점이 있다.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전체 넘어
[아이돌 스타, 연예 산업 판 바꾸다] 아이돌 스타 연예 산업 판 뒤집다
그룹의 이점 중 더 중요한 것은 인지도를 쉽게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팬이든 9명 중 1~2명에게는 호감을 가질 것이기 때문에 솔로보다 눈길을 끌기에 유리하다. 연예 산업은 소비자 1명이 늘어나는 데 추가 비용(한계비용)이 0에 가깝기 때문에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은 많을수록 유리하다.

슈퍼주니어의 멤버는 무려 13명이다. 일본의 아이돌 문화를 벤치마킹한 SM은 이런 점에서 진화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연예 기획사들의 해외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보아와 동방신기가 국내보다 일본 활동에 주력한 것이 그 예다. 한국은 불법 복제가 일단 시장을 가로막고 있고 그나마 유료 판매 시장도 이동통신사가 음원 수입의 75% 이상을 가져가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죽었다고 볼 수 있지만, 일본은 아직 콘텐츠 시장이 살아 있다.

최근 일본에선 동방신기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국내에서 저조한 시청률로 조기 종영한 ‘맨 땅에 헤딩(유노윤호, 고아라 출연. 둘 다 SM 소속)’에 단지 동방신기 멤버인 유노윤호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일본 최고의 배우인 기무라 다쿠야가 나오는 드라마가 방송 시간을 옮길 것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비와 원더걸스를 미국에 데뷔시킨 JYP엔터테인먼트(JYP)가 줄기차게 미국 무대를 노크하는 것도 한국 시장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연예인, 특히 아이돌 스타들의 실력이 크게 늘어난 것도 최근의 특징이다. 이제는 노래만 잘해서는 수명이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에 춤과 연기도 노래 못지않게 연습에 몰두한다. 또 버라이어티쇼에서의 화법을 배우기도 한다.

해외 진출을 위해 일본어·영어·중국어를 연습생 때부터 갈고닦는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미리 해외파를 멤버에 넣기도 한다.

소녀시대에는 티파니(황미선)와 제시카(정수연)가 미국 출신이고, 에프엑스에는 티파니의 동생인 크리스탈(정수정), 중국 출신의 빅토리아, 대만계 미국인인 엠버가 포함돼 있고 슈퍼주니어에는 한경이 중국 출신이다. 투피엠(2PM)에도 태국계 미국인인 닉쿤이 있다.

현재 한국의 가요계가 처한 현실에서 당분간 △다재다능한 멀티형 △다수의 멤버 △퍼포먼스 위주의 ‘아이돌 그룹’은 계속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