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부족한 제가 2년간 큰 잘못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고 이끌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개각이 있었던 지난 8월 8일 오후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자신의 트위터(twitter.com/taepyong)에 올린 글이다. 통상적인 퇴임 인사 같지만 이어진 “재임 중 농어민이 잘살고 농림수산식품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만 이제 측면에서 열정을 쏟겠습니다”라는 문장에서는 아쉬워하는 감정이 진하게 묻어났다.

당초 장 전 장관은 유임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2008년 8월 임명돼 재임 기간이 좀 길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교체 사유가 없었다. 이 때문인지 개각이 임박한 시점에도 농식품부 장관에 관해서는 하마평이 거의 돌지 않았다.

장 전 장관도 본인이 교체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그는 지난 8월 4~6일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개각이 발표된 8월 8일이 일요일이었으므로 휴가 중에 개각 소식을 들었던 셈이다.
장태평의 ‘눈물’…최경환의 ‘웃음’
8월 2일 아침에는 “원주 새벽시장을 다녀와서 소비자들이 우리 농식품을 사고 싶게끔 만들어야겠다는 점을 느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8월 4일 아침에는 “농어촌 독거노인들을 위한 노후 주택 개량 봉사 활동에 참여하려고 한다”는 글을 올리는 등 업무에 대해서도 열의를 보였다. 장 전 장관은 못내 아쉬운 듯 8월 9일 오전 퇴임 인사 차 농식품부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 눈물을 글썽거렸다고 한다.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교체된 것도 관가에서는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최 전 장관이 임명된 지 11개월밖에 되지 않은데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하고 3D 산업과 녹색 성장 산업 지원 방안을 수립하는 등 비교적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 전 장관은 유임이 확실시됐지만 국회의원으로서 장관을 겸하고 있어 지역구(경산·청도) 관리에 소홀했다며 스스로가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스로가 원해서였기 때문인지 최 전 장관은 개각 다음날인 8월 9일 매우 밝은 표정으로 출근했다고 지경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퇴임하는 장관 중에 저렇게 표정이 밝은 사람은 처음 봤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두 사람 모두 교체 예상 못한 듯

예상을 깬 두 장관의 교체는 서로 무관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친박 배려’라는 고리로 연결돼 있다. 최 전 장관은 한나라당 내에서 친박근혜계로 분류된다. 지난해 9월 최 전 장관이 입각할 때 ‘친박 몫의 한 자리’로 해석됐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최 전 장관이 물러나면서 비게 된 ‘친박 몫’을 다른 인물로 채워야 했고 그 과정에서 발탁된 인물이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인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다. 최 전 장관을 교체하기로 하면서 장 전 장관도 교체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유 장관은 친박 중에서도 핵심으로 분류된다.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던 2005~2006년 비서실장을 지낸데 이어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도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했다.

한나라당 내 친박 의원 모임인 선진사회연구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고 세종시 정국에서는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친박 중에서도 활동이 두드러져 최 전 장관이 온건파라면 유 장관은 강경파라는 식의 분석도 가능하다.

농식품부 공무원들은 장 전 장관이 교체된 것만큼이나 유 장관이 임명된 것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가 2005년 한나라당 농어촌살리기특별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것 외에는 농식품부와 관련된 경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내무부에서 근무하다가 군수와 시장 등을 거친 정통 내무 관료 출신이다.

물론 반드시 해당 부처 출신이나 관련 분야에 경력을 가진 사람을 장관 자리에 앉혀야 한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외부에 있던 사람이 장관으로 가면서 기존에는 생각지 못했던 신선한 아이디어로 새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장관 인사에 계파를 따지는 정치적 고려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유승호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