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커머스의 매력과 문제점

A씨는 e메일을 한참 들여다봤다. 회사 근처에 멋진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레스토랑의 최고급 세트 메뉴 70% 할인권을 오늘 하루만 판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사진을 보니 군침이 돌았다.

B씨는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성형외과를 이용해 보고 싶었다. 워낙 솜씨가 좋다고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오늘 하루만 이용권을 50% 할인해 준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A씨와 B씨는 즉시 해당 판매 사이트에 접속해 구매했다.

이것이 요즘 뜨고 있는 소셜 커머스다. 레스토랑·헤어숍 등 인근 업소의 서비스를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단 하루만 판매하는 걸 말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구매함으로써 대폭 할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공동 구매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따봉’이다. 50% 이상 할인해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제값 치르고 이용할 때와 서비스 품질만 똑같다면 평소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서비스라도 한 번쯤 이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평상시 기회가 없어 이용하지 못했던 주변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반값에 말이다. 이것이 바로 소셜 커머스의 매력이다. 주요 고객층은 20대와 30대 여성이다. 이들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원하면서도 가격에 민감하다.

소셜 커머스의 특징은 e메일·트위터·미투데이·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고 하루 1건만 진행한다는 점이다. 소셜 커머스 사업자는 날마다 회원들에게 그날의 딜(deal)을 e메일로 알려준다.

이걸 보고 구매한 소비자는 트위터·미투데이·페이스북 등을 활용해 입소문을 낸다. 구매 인원이 일정 숫자를 넘어서야 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루에 1건만 진행하는 것도 소셜 커머스의 비법이다. ‘오늘만 할인’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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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커머스는 홍보 수단으로 생각해야

소셜 커머스의 또 하나의 특징은 공산품이 아니라 지역 서비스 상품만 취급한다는 점이다. 공산품이라면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할 수 없다. 공산품은 다른 유통 채널이 반발하기 때문에 파격적인 할인이 불가능하다.

지역 서비스 상품은 다르다. 업소 사업자가 홍보해야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50%든 90%든 할인 판매할 수 있다. 미국에서 소셜 커머스에 대해 ‘구글 이후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호평이 나온 것도 이런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소셜 커머스 사업자 쪽에서 보면 비즈니스 모델은 간단하다.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지역 서비스 상품을 발굴해 유치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거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 단계는 그 업소에 가서 사진을 찍고 취재해 거래일에 맞춰 사이트에 보기 좋게 올린다.

거래가 성사된 뒤에는 들어온 돈을 처리하고 서비스가 제대로 되는지 관리하기만 하면 된다. 이것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다. 게다가 현금 장사다.

소셜 커머스에서 자금 흐름은 이렇다. 서비스 사업자는 딜을 파격적인 가격에 소셜 커머스 사업자에게 넘긴다. 소셜 커머스 사업자는 이 상품을 포장해 하루 동안 판매한다. 소비자들은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서 신용카드나 계좌이체 방식으로 구매한다.

소셜 커머스 사업자는 대금을 받아 절반가량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다. 나머지는 서비스 사업자의 몫인데 30~50%만 먼저 넘기고 50~70%는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까지 두세 차례 나눠 지급한다.

소셜 커머스를 모르는 사람에게 이걸 설명하면 당장 질문이 들어온다. “소비자나 소셜 커머스 사업자 쪽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어떤 바보가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서비스를 내놓겠느냐”, “그렇게 팔고도 남겠느냐”는 것이다.

업소 쪽에서 보면 거의 공짜에 파는 셈인데 왜 그렇게 하겠느냐는 얘기다. 바로 이것이다. 소셜 커머스에 대한 오해와 실패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서비스 사업자에게 소셜 커머스는 매출을 늘리는 수단이 결코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 소셜 커머스는 홍보 수단이고 광고 수단이다. 업소나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소셜 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한다. 레스토랑을 새로 열고 입소문을 내고 싶을 때 적합한 홍보 수단이다. TV나 인터넷에 광고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그렇다고 전단지에 광고를 하면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 소셜 커머스는 다르다. 자기 업소 상품을 판매하는 날은 하루 종일 거래 사이트를 독점해 홍보하는 셈이 된다. 이용자들이 만족하면 입소문까지 난다.

미국 시카고에서 그루폰(Groupon)이란 사업자가 소셜 커머스로 대박을 터뜨리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그루폰 벤치마킹’ 열풍이 거세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월 말 위폰이 서비스를 시작하고 5월 10일 티켓몬스터가 ‘1일 1건 거래’를 시작한 후 30개가 넘는 사업자가 생겨났다.

사흘에 하나꼴로 사업자가 생겨난 셈이다. ‘업체 난립’이란 말도 나오고 소비자의 불만도 터져 나온다. 이렇게 가다간 시장이 붕괴하고 모두가 망할 수 있다는 말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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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개 업체 난립으로 ‘옥석 가리기’ 필요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퀄리티(품질)’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반값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구매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실망했다는 소비자도 있다.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서 서비스를 구매해 다섯 차례 이용해 봤다는 한 소비자는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다”면서 “제값 주고 왔다면 후회했을 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셜 커머스 사이트를 살펴보면 상품을 제때 유치하지 못해 ‘1일 1건(one deal a day)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곳도 있다. 거래가 이틀이나 사흘 동안 진행되면 소셜 커머스의 매력은 반감된다. 당장 사지 않아도 된다면 서두를 이유가 없다.

충분한 구매자를 확보하지 못할까봐 할인 적용 인원을 20명이나 50명으로 대폭 낮춰 잡는 경우도 눈에 띈다. 상품에 따라서는 20명이나 50명으로도 충분할 수도 있지만 인원이 너무 적으면 홍보 효과가 떨어진다.

서비스 사업자의 이해 부족으로 할인 고객을 차별할 위험성도 크다. 소셜 커머스를 광고나 홍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매출 증대 수단으로 오해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거래 사이트에 오른 사진에는 송이버섯이 3개였는데 업소에 가서 먹어 봤더니 2개뿐이라든지, 사진으로는 피자 지름이 20cm가 넘었는데 가서 봤더니 15cm밖에 안 됐다면 소비자는 불만을 갖는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소셜 커머스 사업자들은 “상품을 유치하기 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판매한 후에 사후 관리한다”고 말한다. 상품을 유치할 때 매출 증대 수단이 아니라 광고·홍보 수단이란 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력이 부족하고 상품 유치에 급급하다 보면 매력이 떨어진 상품을 유치하거나 서비스 사업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수도 있다. 퀄리티 관리 조직을 갖춘 사업자도 아직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소셜 커머스 붐이 일면서 모처럼 활기가 넘친다. 10년 전 닷컴 붐이 꺼진 이후 소셜 커머스 만큼 주목 받은 서비스가 있었나 싶다. 우리나라 소셜 커머스 시장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동문 3명이 세운 티켓몬스터가 주도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 4학년생 이관우 씨가 창업한 데일리픽도 있고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선후배 3명이 주도하는 쿠팡이란 업체도 등장했다. 소셜 커머스는 과연 어떻게 진화할까. 기회이면서 위험 요소도 있는 것 같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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