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 한국의 록히드 마틴 탄생이 멀지 않았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방위산업(방산) 수출액은 15억 달러를 돌파해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372억 달러로 수출 1위를 기록한 조선업과 비교할 때 미약한 수준이지만 성장세를 보면 놀랍다.

2006년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액은 2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불과 4년 만에 6배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방산 수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방위사업청의 목표에 따르면 2012년 수출액은 올해의 두 배인 3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수출 대상 국가도 2004년 35개국에서 2009년 74개국으로 다양해졌다. 품목 역시 과거 함정, 탄약 일변도에서 항공기·전차·장갑차·통신전자 등 고부가가치 항목으로 다원화되고 있다.

방산 수출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큰 배경은 선진 업체와 같은 품질에 가격이 평균 20% 저렴하다는 점이다. 이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라 산업을 성장시키기고 고정비를 회수할 수 있을 정도의 수요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배경은 우리나라에 이미 정보기술(IT)·철강·자동차·조선 등 주요 연관 산업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데 있다.

더욱이 방위산업을 수출 산업화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다. 수출 증대는 가동률 상승 및 고정비 하락으로 이어져 역으로 군의 국내 무기 도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방산 수출이 늘어날수록 부품 산업 등 관련 산업의 동반 성장에 따른 국가 세입 증대,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이유가 된다.

내수 시장도 꾸준히 성장 중
[화제의 리포트] ‘해외로, 해외로’…풍산·S&T重 ‘주목’
우리나라의 국방 예산은 지난 2005년 21조1000억 원에서 올해 29조6000억 원으로 40% 늘어났다. 그동안 병력 운영과 현재의 전력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인 경상운영비는 15조7000억 원에서 20조5000억 원으로 31% 증가한 반면 방위력 개선에 투입된 예산은 5조4000억 원에서 9조100억 원으로 70%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병력보다는 첨단 무기 개발 및 배치에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내수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이유는 먼저 미군을 제외하면 군사력을 비교할 때 남한이 북한 대비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시작전권 이양이 2015년 말로 예정돼 있어 자주국방 차원에서도 전력 보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무기 교체 시기가 됐다는 점이다. 2000년대 들어 일부 교체되고 있지만 주요 무기 중 대부분이 1980년 이전에 도입된 것들이어서 노후화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보통 방산 제품의 수명 주기는 약 30년 내외로 본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이 분석 중인 삼성테크윈·한화·풍산·S&T중공업 등 4개 방산 업체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향후 3년간 각각 55%, 101% 증가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7%에서 2012년 9%로 매년 약 1%포인트씩 꾸준히 개선될 전망이다.

사실 방산 업체들의 실적 증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뤄져 왔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지난 4년간 국내 9개 주요 방산 업체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5%와 161% 증가했다. 연평균 각각 13%와 27%씩 성장한 셈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2005년 4%에서 2009년 7%로 늘어났다. 이는 특히 지난해 금융 위기 여파를 극복하고 이뤄 낸 실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유니버스 내 4개 방산 기업에 대해 모두 ‘매수’ 투자 의견을 제시한다. 이 가운데 최선호주로 풍산과 S&T중공업을 선정했다. 풍산은 수익성 좋은 방산 부문 수출 증가로 향후 2년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30%에 달하는 등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이익 성장이 기대된다.

이는 저수익성인 신동사업으로 발생했던 할인율의 감소 및 주가 재평가(re-rating)로 이어질 전망이다. 풍산의 목표 주가는 4만8000원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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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산 업체 영업익 4년간 16% 늘어

풍산의 양대 축인 신동 부문과 방산 부문의 매출 총이익은 2007년에 각각 700억 원과 626억 원, 2008년에 각각 1105억 원과 1110억 원, 2009년에는 각각 942억 원과 1198억 원을 기록했다. 2009년 방산 부문의 매출 비중이 25%에 불과하지만 매출 총이익 비중은 56%다. 신동 부문보다 방산 부문에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방산 부문의 매출 총이익률은 2007년 18.1%, 2008년 25.8%, 2009년 25.6%에 달한다. 방산 부문이 이렇게 높은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는 배경은 수출 증가에 있다. 2000년대 초반 20%에도 미치지 못하던 수출 비중이 2000년대 중반에는 20%를 넘어서고 2009년에는 36%, 2010년 상반기에는 46%를 기록했다. 수익성이 높은 수출 비중이 커져 전체 수익성이 상승한 것이다.

방산 부문의 수출 증가는 구조적인 것이다. 국내 업체들의 총기와 전차 수출이 늘면서 이들 제품을 수입한 국가들은 풍산을 통해 탄환과 포탄을 조달해야 한다. 탄환이나 포탄은 수입 국가들이 자체 제작할 수 없다.

설계 도면이 없고 자체 제작의 경우 사고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풍산은 국내 방산 업체들의 수출이 늘면 구조적으로 실적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S&T중공업은 국내 방산용 변속기와 중형 무장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업체가 무기 체계를 수주하든지 수혜가 집중된다. 향후 2년간 48%가량 빠른 EPS 성장이 예상된다.

이유는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방산 부문에서 전차 K9, K10, K21 등 주력 제품이 미리 정해진 군의 조달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공급돼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S&T중공업은 2004년 이후 7년째 영업이익률 상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써 가고 있다.

더욱이 2011년 이후 기존 제품에 더해 K2 흑표 전차 매출이 본격화돼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흑표 전차는 장기적으로 노후화된 2000대 이상의 전차를 교체하는 사업으로 올 연말 공급 계약 체결 후 내년부터 매출이 시작돼 2012년부터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전차가 교체될 경우 장기적으로 2조 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한 프로젝트다. 목표 주가 3만 원을 유지한다.

삼성테크윈은 업종 내 대표주로서 꾸준한 관심이 요구된다. 호주 K9 자주포 수출, 인도네시아 T50 고등훈련기 수출 가능성이 높아 주가의 촉매가 될 전망이다. 다만, 현 주가가 2011년 예상 주가수익률(PER)이 15배로 글로벌 방산 업체 대비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양정동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약력 : 1976년생. 2003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2003년 삼성증권.
2009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현).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