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 라오스, 증권거래소 10월 오픈

한국거래소(Korea Exchange)가 지분 투자한 라오스 증권거래소가 곧 문을 연다. 라오스 비엔티안 타임즈에 따르면 라오스 증권거래소는 10월 10일 공식 출범하고 내년 1월부터 주식거래를 개시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가 베트남에 호찌민시티 증권거래소를 만들어준 지 10여 년 만에 지분 투자 방식으로 ‘자본주의의 꽃’인 증권거래소를 사회주의 국가 라오스에 개설해 주는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3년 동안 공을 들인 끝에 라오스 중앙은행과 함께 증권거래소의 문을 여는 성과를 올린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07년 9월 라오스와 증권시장 개설에 따른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09년 7월 합작 계약을 체결한 뒤 라오스 증권거래소 개소를 위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라오스 증권거래소는 라오스 중앙은행과 한국거래소가 각각 51%와 49%씩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부이사장을 선임하는 등 라오스 증권거래소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실무진은 이미 현지에 파견돼 증권거래소 개장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상업은행·전력청 1차로 상장
[라오스] 자본시장 개방…한국거래소 경영 참여
필자는 지난 8월 라오스 증권거래소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라오스 인부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라오스 증권거래소가 완공되면 건물 자체만으로도 수도 비엔티안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라오스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은둔의 나라’로 알려져 있었다.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는 한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상당히 거리가 있는 나라로 막연히 인식돼 왔다.

하지만 라오스는 2008년 뉴욕 타임스가 세계 최고의 여행지로 선정할 만큼 서양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나라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라오스 최대 기업인 한상(韓商) 기업 코라오그룹이 자주 소개되고 코라오그룹의 모기업인 코라오디벨로핑의 한국거래소 상장이 추진되면서 라오스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라오스의 인구는 대략 600만 명 정도로 중국·태국·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내륙 국가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은 라오스에서 가장 발달된 상업도시다. 루앙프라방·사바나켓·팍세 또한 라오스의 대표적인 도시다.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가량으로 현재 라오스 일자리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태국·베트남·중국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2009년 기준 GDP는 59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GNI)은 880달러다.

단순 수치상으로만 보면 극빈 국가이지만 라오스인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세계 그 어느 나라 국민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초적인 사회 기반 시설(도로·철도·통신 등)은 상당히 부족한 편인데 그만큼 투자 기회가 많은 잠재력이 있는 국가라고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의 직접투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라오스 기획투자부(Ministry of Planning and Investment)에 따르면 한국은 태국·중국·베트남·프랑스에 이어 5번째로 직접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라오스의 통화는 키프(KIP)로 1988년부터 관리형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키프화의 환율은 2008년 미국 달러화 대비 평균 9.8% 절상된 후 2009년부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키프화의 강세 기조는 양호한 경제성장률과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가 낮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수출업자들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라오스 중앙은행은 키프화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 내에서 키프화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또 라오텔레콤과 라오플라자호텔 등 라오스 중앙은행의 정책에 따라 제품 및 서비스를 키프화로 광고하는 기업들에 감사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키프화를 기축통화로 가져가겠다는 라오스 정부의 확고한 태도는 최근에 라오스 중앙은행 총재가 라오스 증권시장에서 주식거래를 할 때 키프화를 사용해야 한다고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외국인 투자 제도적으로 보장
[라오스] 자본시장 개방…한국거래소 경영 참여
라오스는 1980년대부터 외국인 투자에 대한 경제적인 제한을 완화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 1997년에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회원국이 되면서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세계무역기구(WTO)에 회원 가입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법률 체계가 국제적인 수준에 비해 미숙한 점이 있지만 외국인 투자와 관련해서는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매우 안정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외국인 투자 유치를 보다 체계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2010년에 통합투자촉진법을 제정, 등록 자본금이 50만 달러 이상인 사업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라오스인에게만 허용되는 토지사용권(Land Use Rights)도 부여할 수 있게 했다(기존에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토지임차권만 인정함).

라오스에는 외국 로펌 2개와 로컬 로펌 몇 개가 있었는데, 작년에 한국 로펌으로는 유일하게 법무법인 지평지성이 진출해 라오스의 자본시장 업무 및 외국인 투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라오스 정부는 10월 라오스 증권거래소 개장과 내년 1월 매매 거래 개시를 목표로 우선적으로 국영기업인 라오스국제상업은행(BCEL)과 라오스전력청(EDL)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국영기업의 상장은 일종의 민영화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공기업들을 우선적으로 상장시켜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안정적인 거래가 이뤄질 경우 일반 민간 기업들의 상장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라오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라오스 기업들이 유동성이 좋은 한국거래소에 2차 상장하는 사례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코라오그룹의 모기업인 코라오디벨로핑이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라오스와 라오스 기업 및 관련 법제 등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와 검증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나 베트남 중심으로 구성된 해외 주식 투자 펀드 포트폴리오에 라오스 증권거래소 상장 기업도 충분히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라오스 정부는 지난 5월 라오스 증권거래소 설립 실무를 맡고 있는 라오스 증권시장설립위원회(SMEC)의 제안에 따라 증권 및 증권시장에 관한 총리령을 공표했다. 7월에는 증권회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규칙과 증권 발행 및 공모에 관한 규칙도 제정했다.

이러한 관련 법규 마련으로 라오스 증권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한국 증권 회사의 현지 진출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태국계 증권사와 베트남계 증권사도 라오스 증권시장 진출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라오스 증권거래소가 10월에 성공적으로 개장돼 그동안 증권거래소 설립을 위해 애써 온 한국거래소 임직원들과 관계자들 및 라오스 관계자들의 노고가 알찬 결실을 거두길 바란다.


이행규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

약력 :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연수원 제28기 수료.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 법학 석사. 뉴욕 주 변호사. 미국 화이트 앤드 케이스 LLP 뉴욕사무소 근무. 법무법인 지평지성 파트너변호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