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니어가 되는 법

[인터넷 뉴 트렌드 '디지털 시니어' 가 온다] 전문성 ‘살리고’…온라인 활동 ‘늘리고’
“노후에 대한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적게 벌어서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비용만을 쓰겠다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부류는 자기 수준에 맞는 노후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과감하고 끊임없이 자산을 운용하겠다고 한다.

따라서 은퇴 후 예순 살이 넘어 일흔 살까지, 최소한 10년간은 성공적으로 자산을 운용해야 은퇴 후에도 은퇴 전과 같은 수준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시니어를 위한 포털 사이트 유어스테이지(seniorblog.yourstage.com)에는 노년기에 맞는 재테크 정보가 가득하다. 대우증권 국제본부장과 법인영업본부장을 역임했던 구자삼 우송대 교수는 시니어를 위한 자산관리, 부동산 투자 요령, 시니어 성공 투자 사례, 리스크 관리 등의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딱딱할 수도 있는 재테크 이야기지만 특유의 편안하고 쉬운 문체로 소개한다. 예를 들면 ‘딸의 남자 고르듯 리스크 관리를’이라는 식이다. 연륜이 묻어나오는 글들이다.
[인터넷 뉴 트렌드 '디지털 시니어' 가 온다] 전문성 ‘살리고’…온라인 활동 ‘늘리고’
이곳에는 재테크 정보뿐만 아니라 지긋한 나이의 전·현직 의사인 저자들의 건강 칼럼, 회원끼리 떠난 강화도와 제부도 맛 기행, 노인의 성(性), 바둑 등 취미 생활, 그리고 치매 예방 게임까지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또한 시니어 비즈니스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시니어 트렌드 포럼’, ‘재테크 트렌드와 은퇴 설계 전략’ 등 행사나 세미나 정보도 이곳에 모인다.

이 시니어 포털 사이트에서 간단한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회원으로 등록하면 자동으로 블로그가 개설된다. 이곳에 자신만의 글을 올리면 다른 회원들과 어렵지 않게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

만일 야후·네이버·다음·티스토리·조선닷컴 등 일반 포털 사이트에 이미 블로그를 개설해 놓았다면 기존의 블로그 주소를 시니어 포털 사이트에 등록할 수 있다. 그러면 특히 50세 이상의 시니어들에게 더 많이 블로그가 노출되고 방문자를 늘릴 수 있다.

인기 블로거가 되는 쾌감
[인터넷 뉴 트렌드 '디지털 시니어' 가 온다] 전문성 ‘살리고’…온라인 활동 ‘늘리고’
시니어 블로그만이 모인 대표적 메타블로그(하나의 주제에 따라 모인 블로그의 집합체) ‘실버클럽(www.silverclub.kr)’도 같은 방식으로 블로그를 개설해 준다. 각자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글 제목과 요약문이 자동으로 이곳에 수집돼 1~2시간 후에 메타블로그 사이트에 오르고 사람들이 이를 클릭하면 본인의 블로그로 바로 연결되는 구조다.

실버클럽을 개설한 강연식(53) 씨는 이러한 온라인 시니어 클럽을 만든 동기에 대해 “2003년부터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우연히 사진 촬영 기술이 뛰어난 60대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방문하게 됐다. 댓글과 이웃을 따라가다 보니 각종 분야에서 대단한 내공을 지닌 실버세대 블로거가 무척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의 글을 모아서 누구나 쉽게 보게 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이제 머지않아 실버세대 블로그가 시대적 대세라는 확신이 들어 실버클럽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시니어에게 유용한 사이트로 희망제작소 해피시니어 블로그 사이트(blog.makehope.org/happysenior) 등이 있다.

각자 블로그를 통해 멋진 시니어 생활을 영위하는 이들과 서로 교류·교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게는 경험과 지혜를 전하며 자신과 블로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애초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블로그에 여러 가지 생각과 정보를 올리다 보니 어느새 인기 블로거가 됐다는 시니어들도 적지 않다. 자신의 글이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받을수록 자칫 소외받을 수 있는 노년기에 인기인으로서 짜릿한 쾌감을 얻기도 한다.
<사진-> 어르신 인터넷 과거시험

26일 경로의 달의 맞아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05 어르신 정보화 제전'에서 인터넷 과거시험에 응시한 할아버지들이 조심스럽게 정보검색을 하고 있다./한상균/사회/2005.10.26 (서울=연합뉴스)

xyz@yna.co.kr







<저작권자 ⓒ 2005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 어르신 인터넷 과거시험 26일 경로의 달의 맞아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05 어르신 정보화 제전'에서 인터넷 과거시험에 응시한 할아버지들이 조심스럽게 정보검색을 하고 있다./한상균/사회/2005.10.26 (서울=연합뉴스) xyz@yna.co.kr <저작권자 ⓒ 2005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블로그 개설을 마쳤다면 이제 어떤 콘텐츠로 사랑받는 블로거가 될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자신이 흥미를 갖고 있거나 전문 지식이 있는 분야가 최적이지만, 소소한 일상생활을 특유의 멋과 풍류로 그려낸 이들의 블로그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유어스테이지의 인기 순위에 올라 있는 블로그 몇 개의 콘텐츠를 살펴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어 보자.

‘캉캉의 글 모음’ 블로그는 강신영 씨가 댄스 스포츠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세계의 민속춤 이야기에서부터 댄스 영화, 댄스에 대한 연구 결과까지 섭렵하는 깊이 있는 글들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많은 팬들의 댓글이 따라붙고 있다.

‘밝은숲 속 이야기’ 블로그는 운영자가 농장을 운영하며 화초나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을 사진과 함께 상세히 그려내고 있다. 때로는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과 혜택을 아름다운 시로 표현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젊은층이 따라올 수 없는 콘텐츠로 승부

마지막으로 ‘풍금소리’ 블로그는 시니어들이 좋아할 만한 건강식 요리의 레시피를 담고 있다. 먹음직한 요리 소개뿐만 아니라 세상을 통찰하는 에세이, 감성적인 시들도 수준급이다. 이와 같이 인기 시니어 블로거들의 글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삶의 향기와 추억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젊은 블로거들이 따라갈 수 없는 차별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니어로서 온라인 활동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연배가 비슷한 이들과 오프라인 클럽 활동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유어스테이지에는 인기가 많은 사진 클럽 외에도 궁궐 탐방, 건강식과 맛 기행, 댄스, 시나 문학 등 필력을 뽐내는 곳, 시니어가 소홀하기 쉬운 사회 트렌드 따라 가기, 외국어, 자격증 등과 관련한 다양한 모임이 있어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만남을 갖기도 한다.

한편 자신의 육성을 담아 세상 이야기를 전하는 인터넷 라디오나 동영상을 직접 촬영해 설명과 함께 올리는 방송국을 개설하는 적극적인 디지털 시니어도 늘고 있다. 인터넷에서 음악방송 ‘고야’로 젊은층에도 인기를 얻고 있는 김정열 씨의 경우처럼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영상 방송 전문 사이트에 우선 가입해야 한다.

국내에 가장 대표적인 사이트는 아프리카(www. afreeca.com)로 이곳에서 방송 채널을 선택하고 방송국명을 정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가정에서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갖춰야 하고 영상을 올리려면 캠코더가, 라디오 방송을 위해서는 고성능 마이크가 있으면 준비 완료. 집의 한쪽 구석을 이용해 스튜디오를 하나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개인의 단계를 넘어 마음 맞는 시니어들이 모여 정보 제공자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실버넷뉴스(www.silvernetnews. com)는 2002년부터 현재 6기까지 약 130여 명의 시니어 기자들이 자원 봉사 활동으로 인터넷 신문을 만들고 있다.

시니어카페(www.seniorcafe.co.kr)를 운영하고 있는 조한종 씨는 “최근 시니어들은 건강, 질병, 경제적 어려움, 역할 상실, 외로움 등과 함께 지류고(遲流苦)가 하나 더 늘었다고 한다. 시대적 변화와 흐름에 뒤처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만일 시니어가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멀티미디어 사용법을 익혀 정보도 얻고 풍요로운 여가 생활을 보낼 수 있다면 5가지 고통도 모두 날려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시니어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으로 SK텔레콤과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공동으로 ‘어르신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휴대폰 활용 교육’을 개설해 놓았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로 ‘경로당 정보화 프로젝트’, ‘어르신 온라인 창업 아카데미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KT와 실버TV(www.silver-tv.com)는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IT 교육 프로그램인 ‘원더풀 IT 세상’을 함께 제작해 스카이라이프 메가TV 등의 케이블 TV를 통해 방영하고 있다. IT에 취약한 시니어에게 쉽고 재미있게 인터넷 이용법, 휴대전화 활용법, 디지털카메라 사용법, 문서 작성법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내용들을 설명해 준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