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아주대 총장직무대행

[스페셜 인터뷰] “국내 톱10 대학 재진입 반드시 이룰 것”
1990년대 후반 아주대는 대학가의 돌풍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급성장 궤도를 밟아 국내 톱 클래스 대학 수준에 진입했었다. 하지만 재단인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아주대의 위상은 떨어졌고, 한 언론사의 대학 평가에서 종합 순위 18위까지 내려앉았다.

2000년대 들어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아주대는 올해 재기에 성공한 듯싶다. 같은 대학 평가에서 올해 13위로 5계단을 점프한 것.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을 역임한 박종구 총장직무대행을 지난 3월 영입하면서부터 아주대의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박 총장대행은 지난 수개월 동안 거의 주말을 반납하고 교직원들이 ‘워커홀릭’이라고 부를 정도로 학교 일에 매달렸다. 전국의 고등학교에서 열린 입시 설명회에 일일이 찾아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그는 학교 행정에 ‘스피드 경영’과 ‘성과주의’ 등 기업식 요소를 도입해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차관 재직 이후 기업에 가지 않고 왜 학교로 돌아왔는가’란 질문에 “공직과 대학 사회가 공통으로 공익성을 추구하는 점이 내 DNA에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 11월 8일 아주대 캠퍼스 총장실에서 만난 박 총장대행은 ‘국내 톱 10위권 탈환’이라는 아주대의 야심찬 계획을 말하는 등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모습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최근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대학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기업과 다른 게 없을 겁니다. 효율과 경쟁이라는 CEO에게 요구되는 원칙을 대학에 접목한다는 점에서 봐야 할 것으로 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입니다.

효율성과 공공성이 상존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지만 교육기관도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등 오랜 관료 생활이 대학 총장으로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공직 생활을 통해 대학을 둘러싼 사회 여건의 변화를 폭넓게 볼 수 있는 시야를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공무원 조직은 목표 지향적이라는 점에서 학교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대학이 공공성을 지향하다 보면 자칫 느슨해질 수도 있는데 조직의 목표를 명확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직 시절의 인적 네트워크도 학교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의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우수 학생 유치가 관건인데요.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미션은 좋은 학생을 뽑아 잘 가르치고, 좋은 직장에서 활약하도록 교육하는 것입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아주대에 매력을 느껴야 그들을 유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입시생들의 정보를 얻기 위해 고등학교의 교감·교장과 많이 교류했고 발로 뛰는 행정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국 주요 도시 입학 설명회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오로지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교육의 질을 높여 취업률을 높이는 데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아주대는 최근 대학 평가 발표에서 취업률이 64.9%를 기록해 20개 주요 대학 중 4위에 올랐습니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에게 내실 있는 교육으로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도록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나름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내실 있는 교육은 무엇을 말합니까.

학생들에게 공부를 엄격하게 시키고 있습니다. 출석·학점 관리를 철저히 할 뿐만 아니라 평균 하루 2.5시간의 공부 시간을 5시간으로 늘리도록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편입니다. 서강대가 공부 많이 시키기로 유명한데 평가에서 보면 아주대와 점수가 거의 비슷합니다. 학생들도 이러한 면학 분위기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져 학교의 제도를 잘 받아들이고 있고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등록금 1000만 원 시대가 아닙니까. 이에 상응하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학교에 있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적 책무이기 때문에 엄격한 학생 관리에 대해 구성원 모두가 깊은 마인드를 갖고 있습니다.
[스페셜 인터뷰] “국내 톱10 대학 재진입 반드시 이룰 것”
뛰어난 교수를 유치하고 연구 역량을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교수의 질은 연구 경쟁력 제고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석학들을 초빙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근과 채찍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우수 연구 그룹 지원 등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이 당근이라면 강의 평가 전면 공개, 교원 능력별 연봉제, 교수 평가 차등 폭 확대, 표절 심사 의무화 등은 채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연구 역량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를 선도하는 교수 집단이 있습니다. 10개 정도의 우수 연구 그룹을 선정해 수억 원대의 예산·기자재 등을 선별적으로 지원합니다.

아주대는 ‘융합 학문을 선도하는 세계 수준의 대학’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금융공학부·미디어학부·문화콘텐츠전공 등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융합 학문을 지속적으로 키워 나갈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대표적 융합 학문인 약학대학과 설립을 검토 중인 지식재산학부 등 실용·융합 학문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아주대가 국내 톱 10 대학에 재진입하기 위해 전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최근 그 성과가 하나 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방에 있는 것이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을 텐데요.

수원은 서울 강남에서 30~40분이면 닿는 거리이기 때문에 우리 대학은 중심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수도권 대학으로서 어느 정도 서울권 대학과 갭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고의 교육·연구 환경을 제공해 갭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경쟁 대학에 비해 교육 환경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톱 10 대학으로 재진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현재 ‘톱 10’기업 중 1960년대 10대 기업 랭킹에 있던 기업은 삼성과 LG밖에 없습니다. 지금 톱 10 기업 중에는 그때 존재하지 않았던 기업도 있습니다.

순위의 변화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지만 분명 기회를 잘 잡는다면 변동은 이뤄집니다. 최근 대학 평가에서 아주대는 5계단 상승해 종합 13위에 올랐습니다. 능동적인 대처가 이러한 변화를 가능케 했다고 봅니다.

총장대행 취임 후 여러모로 변혁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교원 능력별 연봉제 등에서 교수들의 반발도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소통과 설득이 중요합니다. 지난 3월부터 총장대행 직을 맡고 약 300명의 교수와 개별적으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막걸리 행사 등을 통해 소통하는 자리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올해 학생들의 분규가 전혀 없었고 면학 분위기가 잘 조성됐습니다. 이러한 소통의 노력으로 큰 갈등 없이 내부적으로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시행할 수 있었고 안착해 가고 있습니다.

산학 연계 프로그램도 대학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입니다.
[스페셜 인터뷰] “국내 톱10 대학 재진입 반드시 이룰 것”
아주대는 전통적으로 이공계 중심 대학으로 삼성·LG·현대 등 대기업과 공동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우리 연구소들이 국책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공동지도·연구·특허 작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약학대학의 설립을 허가 받았습니다. 임상약학 중심의 최고 ‘명품 약대’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다른 대학 약대와 비교해 더욱 특화된 ‘신약개발중개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이 센터는 기초연구기관과 임상연구기관을 이어주며 신약 개발 연구를 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대형 제약 회사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더욱이 학교와 가까운 광교 및 판교 테크노밸리는 신약 및 의료 기기 분야의 연구·개발(R&D)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생명공학 분야의 산학협동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며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명품 약대’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육성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5년 내 국내 톱3 약대에 진입하겠다는 기본 계획을 세웠습니다. 기존 20개 약대에 올해 13개 대학이 설립 허가를 받았습니다. 총 33개 대학 중 상위 10%에 들어가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20여 명의 수준급 약대 교수를 선임했습니다. 학생 정원이 20명으로 작은 규모지만 경쟁력 있는 약대를 만들고 아주대의료원과 연계해 임상약학 분야에서 명문 약학대가 되겠다는 세부적인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아주대의 글로벌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대학의 글로벌화는 시대적 조류지만 우리는 보다 내실 있는 글로벌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즉 교류 대학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많은 대학들이 중국 유학생을 받는 게 대부분입니다. 우리 대학은 중국 유학생 비율이 총 유학생 700명 중 10% 수준입니다.

대신 유럽의 많은 대학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유학생이 전체 유학생 중 52%에 달합니다. 최근 ‘인터내셔널데이’ 행사 때 이러한 다양성이 여실히 나타나 43개국 450명 유학생이 참가했습니다.

아주대는 일찍부터 국제화를 선도해 벌써 20년 가까이 진행해 왔습니다. 일리노이공대·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등 해외 대학과 복수 학위제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고 이때 교육부 규정이 적절하지 않아 개정하게 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아직 대외적으로 공표할 단계는 아니지만 글로벌 캠퍼스 구축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경쟁력은 일정 부분 재정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재정 확충을 위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요.

공자님 말씀에 정재절재(政財節財), 즉 다스림은 재물을 아끼는데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선 과용 재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학교 전략에 따라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 비전이 있는 부분에 재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아주대는 2010학년도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교육 역량 강화 사업 지원 대학으로 선정돼 23억7300만 원을 지원받습니다. 이는 수도권의 재학생 5000명 이상 1만 명 이하 7개 대학 가운데 최대 지원 규모입니다. 정부 지원금은 학생과 교원의 역량 강화, 교육과정 개편, 교육 인프라 확충 등 창의적 사업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산학협력, 국책사업 참여, 기업 기부 등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문을 대상으로 한 사람이 한 달에 1만 원을 기부하는 ‘원원원’ 프로그램을 지난 3년간 진행해 왔습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현재 7억8000만 원 정도 기금이 모였습니다. 기업의 주요 직책에 있는 동문을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고 동문회장단과는 매주 만나거나 통화하면서 동문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학 구성원에게 제가 강조하는 건 돈만이 대학 발전의 요소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가 실시한 강의 평가 전면 공개는 돈이 드는 게 아닙니다. 비용이 들지 않고 대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아젠다는 많습니다. ‘돈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는 등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재임 기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세 가지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첫째, 국내 톱10 대학 재진입. 둘째, 국내 정상의 취업률 유지. 세 번째, 학생 중심의 대학을 이루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모든 대학이 ‘학생 중심’을 부르짖고 있지만 실천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양질의 교육 서비스로 양식 있는 교육기관으로 아주대를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약력 :
1958년생. 79년 성균관대 사학과 졸업. 미국 시러큐스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87년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2003년 국무조정실 정책 차장. 2007년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2010년 아주대 총장직무대행(현).

대담= 권오준 취재부장
정리=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