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훈훈한 감동 주는 강우석의 신작

‘글러브’

사람들이 스포츠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은 결국 정직한 노력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의 세계다. 경기를 매끄럽고 박진감 넘치게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그 자체에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기는 것은 물론이다. ‘스포츠는 인생’이라는 평범하지만 가슴 뭉클한 얘기가 바로 그래서 나온다. 강우석의 신작 ‘글러브’는 어린 학생들의 야구 이야기다.

‘공공의 적’ 시리즈나 ‘한반도’, 그리고 만화 원작의 ‘이끼’ 등 그는 주로 정치나 스릴러 장르처럼 어딘가 무게 잡는 남성적 이야기에 천착해 왔던 감독의 행보에 비춰보면 다소 의외의 영화다.

하지만 그가 늘 대중과의 접점을 찾는데 골몰하는 흥행 감독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리 뜻밖의 일도 아니다. 영화가 끝나고서도 어린 아이들의 여러 표정들이 지워지지 않는 ‘글러브’는 설 연휴까지 그 흥행이 예상되는 흔하지 않은 감동의 영화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였던 김상남(정재영 분)은 음주와 싸움을 일삼는 사고뭉치 ‘먹튀’로 전락해 있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그를 위해 매니저인 철수(조진웅 분)는 청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의 임시 코치 자리를 구해 온다.

열성은 대단하지만 실력은 그리 좋지 않은 이 아이들은 전국대회 1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런 의지도 없던 그였지만 점차 야구에 미쳐 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결국 그들의 1승을 돕기로 한다.

청각장애 학생들의 야구부 이야기라는 점에서 선뜻 손수건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타격음의 강도를 분간할 수 없기 때문에 낙하지점을 찾기 힘들고, 소리치지도 못하기 때문에 선수들 간의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다른 팀 선수들이 그들과의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잘하고 싶어도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장애 때문에 그들은 여러 방법들을 생각해 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체경기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김상남은 바로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그 자신의 인생의 추락과 아이들의 야구를 향한 열망은 그렇게 함께 상승작용을 한다. 야구부를 연기하는 풋풋한 어린 배우들의 모습은 생생하고 사랑스러우며 정재영은 계속 재발견하게 되는 배우라는 점에서 또 놀라게 된다.


아이 엠 러브

밀라노의 상류층 재벌 가문인 레키가에 시집온 엠마(틸다 스윈튼 분)는 존경 받는 아내이자 세 남매의 자상한 어머니다.

시아버지의 생일날, 남편 탄크레디와 아들 에두아르도가 집안의 공동 후계자로 지명되며 서서히 가문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화려하지만 어딘가 결핍돼 있는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던 엠마는 아들의 친구인 요리사 안토니오와의 만남에서 알 수 없는 열정에 사로잡힌다.


윈터스 본

오자크 산골 마을의 열일곱 살 소녀 리 돌리(제니퍼 로렌스 분)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마약 판매 혐의로 실형 선고를 앞두고 집을 담보로 보석금을 내고 종적을 감춘다.

경찰은 아버지를 찾지 못하면 집이 경매에 넘어가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어머니와 어린 두 동생까지 돌봐야 하는 돌리는 유일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거기에 뭔가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죽이러 갑니다

엄 사장(김병춘 분)은 가족과 함께 피크닉을 떠난다. 하지만 가족들은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낯선 괴한의 습격을 받고 순식간에 온몸 여기저기를 난도질당한다.

괴한은 바로 얼마 전 엄 사장의 회사에서 해고당한 노동자 김 씨(이경영 분). 김 씨의 요구는 딱 하나, 엄 사장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다. 가족들은 엄 사장에게 빨리 요구를 들어주라고 다그치지만, 엄 사장은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데….


주성철 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