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워해야 할 일본 기업은 닌텐도가 아니라 DeNA다

일본에 소니보다 무서운 테크놀로지 기업이 있습니다. 닌텐도가 아닙니다. 닌텐도보다 더 무서운 기업입니다. ‘모바게타운’으로 널리 알려진 디엔에이(DeNA)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왜 우리는 닌텐도 같은 기업을 못 만드나?”고 하셨죠. 당시엔 닌텐도가 동작 인식 게임기 ‘위’로 깃발을 날리던 때니까 그럴 법도 합니다. 하지만 잠재력으로 보면 DeNA가 훨씬 무섭습니다.

DeNA는 한마디로 모바일 플랫폼 기업입니다. 모바게타운이 바로 그 플랫폼이죠. 콘텐츠 개발사들은 모바일 게임 등 각종 모바일 앱(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모바게타운에 올려 서비스합니다. 일본이 “갈라파고스(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섬)”라고 놀림 받던 시절에도 모바게타운 만큼은 알아줬습니다. 이제 ‘갈라파고스’는 옛말입니다. DeNA는 세계를 향해 나가고 있습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 모바일 강자…이익률 50% ‘꿈의 기업’
1인당 매출액 NHN의 4배

DeNA의 2010 회계연도 3분기 실적 자료를 봤습니다. 3월 회계법인이니까 작년 4분기 자료입니다. 2010년 회계연도 연결 예상 매출이 1130억 엔, 영업이익이 55억 엔이라고 합니다.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매출 1조5400억 원에 영업이익이 약 7500억 원입니다. 2009 회계연도에 비해 매출은 2.3배, 영업이익은 2.6배나 됩니다. 영업이익률은 49.1%로 ‘꿈의 이익률’ 50%에 가깝습니다.

작년 10~12월 실적만 볼까요. 순매출 295억 엔에 영업이익이 147억 엔. 둘 다 5분기 연속 신기록 경신이랍니다. 지난해 펄펄 날았다는 얘기군요. 영업이익률은 49.99%. 반올림하면 50%. 100원어치를 팔면 50원을 이익으로 남긴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노키아가 한창 잘나갈 때 이익률이 40%를 살짝 넘었습니다. 50%라면 ‘돈을 갈퀴로 긁는다’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2010 회계연도 매출이 1조5400억 원쯤 될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NHN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그런데 종업원이 839명이라고 합니다. 1조5400억 원을 839명으로 나누면 1인당 매출이 18억 원이 넘습니다.

NHN의 종업원 수는 3400명이니까 1인당 매출만 놓고 보면 DeNA가 NHN의 4배쯤 됩니다. 이동통신사도 아니고 이동통신사 자회사도 아닌데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요.

DeNA의 매출에서 ‘게임 관련’이 차지하는 비중은 82%입니다. 요즘 모바게타운에서 즐기는 모바일 게임은 대부분 소셜 게임이죠. 그래서 ‘소셜 미디어의 매출 비중이 80%가 넘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모바일 게임에서 결제 수수료를 챙기고 게임 내 광고나 서드파티(협력사) 게임 광고로 돈을 벌고, 가상 화폐 ‘모바코인’을 팔아 돈을 법니다. 전자상거래(e커머스)의 매출 비중은 12%입니다.

모바게타운에는 소셜 게임이 몇 개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는 모바일 소셜 게임은 아니지만 네이트 앱스토어에 약 100개가 있습니다. 모바게타운에는 309개의 서드파티 소셜 게임 764개(2011년 1월 25일)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소셜 게임에서 뒤처져 쫓아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모바일 게임과 소셜 게임을 결합한 모바일 소셜 게임은 이제 시작이죠.

DeNA는 이제 글로벌 기업을 지향합니다. 작년에는 모바일 게임 ‘위룰(We Rule)’ 유통사인 엔지모코를 4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삼성전자와 제휴하고 올봄에는 모바게타운이 탑재된 디바이스도 내놓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DeNA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정부와 관련 업계가 잘 알 것입니다. 세상을 넓게 보고 창의력을 발휘했으면 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