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명승은 티엔엠미디어 대표

2007년 늦여름이었던 것 같다. 당시 태터앤컴퍼니의 한영 팀장이 찾아와 블로그 네트워크에 대해 설명했다. 그해 5월께 블로그를 막 시작해 블로그 초보였던 내게 (당시) 한영 팀장은 각각의 전문적인 영역을 갖고 있는 블로거들 50여 명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미디어를 하겠다고 했었다.

처음 50명 안팎으로 시작했던 티엔엠미디어는 이제 200명이 넘는 파워 블로거를 보유한 블로그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그리고 작년에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블로거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앱)을 출시하는 사업을 전개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한영 대표 체제로 출발한 티엔엠미디어는 지난해 명승은 대표가 공동대표로 취임하면서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4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이 좁은 지면에 일일이 다 풀어쓸 수 없을 만큼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티엔엠미디어는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살아남았고 성장해 왔다.

블로그 네트워크로 출발해 온라인과 모바일을 아우르는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티엔엠미디어의 다음 계획은 뭘까. 한영·명승은 두 공동대표를 만나기 위해 압구정동 사무실을 찾았다.

미디어 산업의 개척자 역할 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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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엠미디어가 이렇듯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미디어 산업의 개척자 역할을 자임해 온 한영·명승은 두 대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자연히 두 사람의 이력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한 대표는 오마이뉴스 시절부터 태터앤컴퍼니를 거쳐 티엔엠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뉴스의 변화를 보면서 직접 새로운 미디어의 창출을 고민해 온 인물이다.

블로그 업체였던 태터앤컴퍼니에 있을 때 자신이 직접 태터앤미디어를 기획했고 한국의 가장 강력한 블로그 네트워크를 보유한 회사로 키우게 됐다. 그의 특징은 블로그라는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미디어 전반에 걸쳐 폭넓은 이해와 기획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명 대표는 ‘그만’이라는 블로그 필명으로 더 유명하다. 2009년까지 야후코리아 차장으로 근무하던 그가 티엔엠미디어 공동대표로 취임한다고 했을 때 ‘블로거가 대표가 된다!’라고 알려질 만큼 그는 블로거로서 명성을 쌓아 왔다.

명 대표는 항상 ‘콘텐츠를 생산하는 저작권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날을 꿈꾼다!’며 그의 비전을 피력하곤 했다. 그가 수많은 온라인 필자들에게 지지와 공감을 얻는 것은 그의 이런 비전이 갖는 힘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자세한 이력을 풀어쓰는 것보다 그가 가진 이런 꿈을 언급하는 게 그의 행보를 설명하는데 훨씬 적절할 것 같다.

하지만 티엔엠미디어의 행보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블로그 마케팅 업체라고 비난을 받기도 했고(물론 이게 왜 비난을 받을 이유인지는 별개다), 그들이 애당초 꿈꿨던 블로그 네트워크와 콘텐츠 저작을 통한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티엔엠미디어의 도전은 계속됐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6월 SK텔레콤과 공동으로 올댓시리즈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인 것이다.

“지난해 2월 초 SK텔레콤 분들을 만났을 때 ‘블로그 콘텐츠를 앱으로 제작하면 어떨까’하고 제안한 게 시초였습니다. 4월부터 제작에 들어갔고 6월에 첫 작품이 나왔죠.” 한 대표의 설명이다.

처음에 얼마만큼 기대를 했을까. 명 대표는 “‘1년 안에 20만 다운로드를 할 수 있으면 성공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만의 생각은 아니었고 SK텔레콤에서도 그렇게 말씀을 하더군요”라고 말했다.

첫 달에 1만1000개가 다운로드됐다. 사실 좀 불안했다. 아무리 처음이라고는 하지만 기대에 살짝 미치지 못한 것이다. 1년 안에 20만 다운로드가 가능할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오픈한 지 두 달이 채 안 돼 25만 다운로드를 가볍게 넘어섰다.

그리고 10월 말에는 100만 다운로드마저 돌파했다. 총 100개가 나온 올댓 라이프 100 시리즈 중 7개가 10만 다운로드 이상을 달성했고 최근에는 200만 다운로드도 돌파했다.

올댓 시리즈는 올 들어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2월에는 올댓 홍대, 올댓 인사동 등 로컬 시리즈로 나갈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소셜 커머스도 붙여서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습니다.” 한 대표의 설명이다.

원래 올댓 시리즈가 만들어진 것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콘텐츠를 알리는 창구 하나를 더 만들어주자는 취지였다. 스마트폰의 확장과 함께 콘텐츠형 앱이 뜰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생활 속의 모바일 백과를 지향했던 올댓 라이프 100은 성공을 거뒀다.

올댓카앤드라이빙·올댓개봉영화·올댓국민술안주·올댓매일반찬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구성된 앱들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 덕분에 유명 블로거들이 모바일에도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티엔엠미디어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바일 저널리즘 플랫폼, 또는 모바일 퍼블리싱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모바일은 개인화와 위치 정보, 집중도 등의 이유로 광고 단가가 기존 웹에서보다 더 높게 나타납니다.” 한 대표의 설명이다.

“모바일 저널리즘 플랫폼 만들겠다”
[한국의 스타트업] 올댓 시리즈 ‘인기’…모바일 데뷔 ‘성공’
티엔엠미디어는 3월 중 SK텔레콤에서 T애드가 출시되면 모바일에서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 PC 전용 서비스도 기획 중이다. 한 대표는 “지역 기반의 올댓 스퀘어, 태블릿용 모델, 그리고 플랫폼 확장 등이 모바일 비즈니스 2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명 대표는 항상 콘텐츠 제작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건 아마 그가 기자 생활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블로거로 생활하면서 콘텐츠와 정당한 대가의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해 왔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아직 그런 세상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할 일이 많다.

명 대표는 ‘콘텐츠 팜(Contents Farm)’을 티엔엠미디어의 다음 사업으로 제시했다. 콘텐츠 오픈마켓이라고도 할 수 있다. 콘텐츠를 단순히 사고파는 정도가 아니다. 명 대표는 야후가 1억 달러에 인수한 미국의 어소시에이트 콘텐츠(Associate Contents)를 예로 들었다.

“어소시에이트 콘텐츠와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사고파는 것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주문해 생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내가 원하는 어떤 종류의 콘텐츠가 있는데 이것을 원하는 시간 내에 가장 적절하게 써 줄 사람을 이 장터에서 찾는 것이죠. 가격도 협상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장이 만들어지면 지금 아는 사람들끼리 알음알음 이뤄지던 콘텐츠 의뢰 등의 시장이 더 활성화될 겁니다.”

그의 말 대로라면 전문적인 콘텐츠를 찾아 온·오프라인을 헤매는 많은 사람들과 콘텐츠를 갖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왔던 이들에게 희소식이 될 게 분명하다. “내심 이런 기회를 찾는 수요와 공급이 많다고 봅니다.

기업체든, 개인이든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필요할 때 얻는다는 것은 아직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수요와 공급이 있는데 적당한 장터가 없었던 겁니다. 우리는 그 빈틈을 파고들 생각입니다.”

임원기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