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에세이

신촌에 있는 99㎡(30평) 규모의 포장마차 주점 ‘아부라(www.abura.co.kr)’는 1000원 수제 꼬치로 주목받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맛까지 있어서 경제적인 가격으로 술 한잔 기울이려는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에게 어필, 월 4000만 원의 대박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안주가 대박 매출을 만들어 낸 비결일까. 아부라는 저렴한 안주 가격에 더해 1000가지의 다양한 메뉴를 선보여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에 부응하고 있다. 가맹 본사인 이수푸드빌은 가맹점이 원하는 1000가지 메뉴를 언제든지 세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고객이 원하지 않는 메뉴는 한 달에 한번씩 ‘메뉴 퇴출제’를 통해 빼고 새로운 메뉴를 세팅한다. 이런 과정을 6개월간 거치면 인기가 높은 메뉴만 남아 고객들의 재방문율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고.

신촌 아부라는 원래 2008년부터 양푼 갈비 전문점으로 운영됐었다. 점주인 김복래(51) 사장은 매출 부진 때문에 업종을 전환해 2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3000만 원을 투자해 한 달간 내부 공사를 벌인 후 포차 주점으로 업종을 변경한 것은 2010년 9월 중순쯤.

“가맹 본사 담당자는 신촌 상권에 적합한 안주를 컨설팅해 주었죠. 강남 역세권과 동네 상권에서 똑같은 메뉴로 어필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죠. 신촌은 젊은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주요 소비층이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안주 위주로 세팅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아부라의 메뉴는 1000원, 3000원, 5000원, 7000원, 9000원 등 5가지 가격대로 나뉜다. 최근 수작 요리를 표방하는 주점의 한 가지 메뉴 가격이 1만5000원 수준인 것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메뉴의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특별히 세트 메뉴를 구성하지 않고 각 가격대의 메뉴 몇 가지를 모아 고객 스스로 세트 메뉴를 만들 수 있다.

“나만의 것을 원해!”
[창업] 개인화에 초점 맞춘 업종이 뜬다
“고객들은 5가지 가격대의 안주 중 몇 가지를 묶어 자신 만의 세트 메뉴를 고안해 내는 재미도 있다고 말합니다. 3000, 5000, 7000원 메뉴 3개를 선택해 주문해도 1만5000원 수준이어서 일반 수제 요리 주점과 가격대가 비슷합니다.”

가맹 본사의 이규용 이사는 “한정된 세트 메뉴로 고객에게 어필하기보다 고객이 직접 세트 메뉴를 고를 수 있도록 1000가지 메뉴를 취급할 수 있는 식자재 공장과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부라는 33㎡(10평) 기준 점포 구입비를 제외하고 4000만 원의 투자비로 창업이 가능하다. 김 사장처럼 업종 전환 역시 가능하기 때문에 창업비용을 더욱 절감할 수 있다. 소형 점포는 주방 1명, 홀 1명으로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메뉴 퇴출제 및 1000가지 메뉴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주택 및 오피스 밀집 지역, 대학가 등 입지의 제약은 없다.

고객들이 개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맞춰 손님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는 개인화 업종이 유행하고 있다. 개인화 업종은 비빔밥 전문점에서 ‘쇠고기비빔밥’, ‘낙지비빔밥’ 등 이름이 있는 메뉴가 아닌 다양한 토핑 재료를 제공해 고객이 자신에게 맞는 맛을 찾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최근 CJ가 내놓은 직접 만드는(DIY) 비빔밥 전문점 브랜드 ‘비비고(www.ibibigo.com)’의 성공 역시 고객의 개성에 맞춰 밥·소스·토핑 재료를 선택해 64가지 비빔밥을 먹을 수 있도록 자유도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비비고 광화문 매장은 매장 입구에서부터 고객이 밥·소스·토핑을 선택해 비빔밥을 설계한 후 계산까지 완료해 원하는 비빔밥을 바로 먹을 수 있는 방식이다. 비비고라이스·비빔밥·돌솥비빔밥과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타파스(Tapas) 형태의 한식 메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탄산 음료와 비타민워터 등을 판매한다.

CJ 측은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만든 콘셉트로 향후 해외 매장의 90%는 광화문 매장처럼 고객이 직접 메뉴를 선택해 먹을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형태의 퀵서비스 레스토랑(Quick Service Restaurant)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화 업종이 각광받는 이유는 제품을 선택할 때 고객 개개인의 다양한 개성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품 수를 수백 가지로 늘려 모든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느 정도 틀을 갖추고 부가적인 부분에서 자유도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 각광받는 무한 리필 구이 전문점과 DIY 케이크 숍 역시 퍼스널라이징 업종으로 규정할 수 있다.

무한 리필 구이 전문점 ‘고기킹(www.kogi king.co.kr)’은 15가지의 쇠고기와 돼지고기 메뉴를 1만4900만 내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곳인데 종로 관철동 매장은 하루 평균 38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61㎡(79평) 규모의 종로 관철동 매장은 평일에도 저녁 7시 이후에는 입장 순서를 적은 순번을 받아서 30~40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호황을 누린다. 이곳이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점은 자유롭게 무한정 선택할 수 있는 15가지 고기 메뉴 때문이다.

관철점을 운영하는 이민우 매니저는 “고객 테이블을 관찰해 보면 같은 식구라도 불고기·삼겹살·수제소시지·떡갈비 등 선호하는 메뉴가 모두 다릅니다. 고객의 니즈가 점점 다양해지다 보니 15가지 메뉴 외에도 등갈비와 육회 메뉴를 따로 마련해야 할 정도”라고 말한다.

실제로 2010년 고기 전문점 중 무한 리필 구이 전문점이 호황을 누렸다. 고기킹은 가맹 사업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돼 54개 매장을 오픈할 정도로 빠르게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창업비용은 231㎡(70평) 기준으로 점포 구입비를 제외하고 1억7290만 원이다.

비빔밥·고기·케이크 등으로 개인화 확대
[창업] 개인화에 초점 맞춘 업종이 뜬다
나만의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인 DIY 케이크 숍 역시 개인화 업종으로 볼 수 있다. DIY 케이크 숍은 베이커리의 정형화된 케이크에 식상함을 느끼는 10대 여학생들의 개성을 자극하면서 올해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만 35개의 가맹점을 오픈한 DIY 케이크 숍 ‘단하나케이크(www.dancake.com)’는 고객에게 케이크의 기본이 되는 베이스 빵에 초코나 생크림을 발라서 밑 작업을 도와준다. 베이스 빵의 크기가 가격대별·형태별로 달라 고객의 니즈를 적극 반영했다.

베이스 빵을 받은 고객은 여기에 아몬드, 초코칩, 예쁜 글씨, 케이크 장식 등 200여 가지 토핑 재료를 올려 나만의 케이크를 완성할 수 있다.

본사가 공급하는 토핑 재료 외에도 점주의 특성이 담긴 설탕 공예품 등의 토핑 재료 역시 고객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케이크 디자인에는 한계가 없다. 이곳의 케이크는 상용화된 케이크보다 저렴한 편이다.

제과점 케이크 가격이 2만3000원 수준인데 비해 단하나케이크는 충분한 양의 토핑 재료로 케이크를 장식해도 1만7000원에서 2만 원이면 완성할 수 있다. 단하나케이크 박성민 사장은 “10대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직접 만든 케이크를 서로 자랑하는 문화로 정착하면서 가맹점 확산 역시 빨랐던 것 같습니다.

현재 공장 시설 문제로 가맹점 수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하루 20~30통의 가맹 문의가 올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단하나케이크는 66㎡(20평) 기준 점포 구입비를 제외하고 5000만 원 정도의 개설 투자비가 소요된다.

개인화 업종 전성시대를 맞이해 주부들의 쌀 소비 패턴 역시 변화했다. 구입하고 싶은 양과 분도수를 차별화해 쌀을 구매하고 있는 것. 10년 전만 해도 정미에 대해 아는 고객이 많지 않았다. 최근 TV 건강 상식 프로그램을 통해 광범위하게 정미가 알려지면서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10년 전부터 의정부 롯데마트 내에 6.61㎡(2평)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정미 코너 ‘미사랑인들(www.misarang.co.kr)’은 월평균 5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창업] 개인화에 초점 맞춘 업종이 뜬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 소장

1964년생.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세종대 경영학 박사.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자문위원, 한국여성창업교육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창업전략연구소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