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801호 (2011년 04월 13일)

[SPECIAL REPORT] ‘럭셔리 대안학교’ 진짜 실체는

기사입력 2011.04.06 오후 03:48

“비싼 사교육비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사교육이 전혀 필요 없으니 오히려 학비가 저렴한 편입니다.” 기숙사 비용을 포함해 연간 3000만 원 이상의 학비를 부담해야 하는 일부 대안학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대안학교가 출범한 지 올해로 15년.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겨난 대안학교는 양적 성장과 함께 그 모습도 다양해졌다.

최근 교육열 높은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른바 ‘럭셔리 대안학교’가 그중 하나. 비판과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럭셔리 대안학교’들을 취재했다.

[SPECIAL REPORT] ‘럭셔리 대안학교’ 진짜 실체는

최근에 만난 배우 송채환 씨는 올해 첫째 아이를 대안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고 했다. 아이에게 스트레스 받는 공부가 아닌 ‘즐거운 교육’을 시키고 싶은 엄마의 마음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가수 신해철 씨는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기 위해 지난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했고, 배우 신애라 씨도 첫째 아들을 1년간 홈스쿨링을 거쳐 대안 중학교에 입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일찍이 대안학교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부터 대안학교를 선택한 유명인들도 적지 않다. 몇 해 전 아들을 이우학교에 보낸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김용택 시인, 류승완 영화감독 등이 대안교육에 동참했다.

이처럼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인사들이 대안학교를 선택한 것 또한 대안학교의 대중화에 한 몫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대안학교는 올해로 출범 15년을 맞았다. 1997년 경남 산청에 설립된 간디학교가 그 시작.
 
이후 전국에서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대안학교가 매년 꾸준히 신설돼 지금은 그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대안학교는 크게 교육 당국이 학력을 인정해 주는 ‘인가형’과 학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 ‘비인가형’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대안학교가 비인가형이다.

현재 인가형 대안학교 30여 개를 포함해 어림잡아 150~200여 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인가형 대안학교는 크게 도심형과 전원형으로 나뉘며 전원형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게 특징이다.

15년의 역사와 함께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초기에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문제 있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개념으로 인식했다면, 이제는 말 그대로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대안’이 되는 학교로 ‘각광’받고 있다.

[SPECIAL REPORT] ‘럭셔리 대안학교’ 진짜 실체는

특목고·자사고 대신 대안학교?

수적 성장과 함께 대안학교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독서 활동을 중요시하는 학교, 인문학 교육을 중시하는 학교, 아이들의 인성 교육을 위주로 한 학교, 1년 내내 여행만 다니는 학교 등 다양한 ‘교육’ 커리큘럼이 생겨난 것이다.

최근 트렌드 중 하나는 ‘공부’에 초점을 둔 대안학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대안학교들 중에서 대학 진학을 목표로 ‘입시반’을 따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비리그 진학 등 ‘대놓고’ 유학을 목표로 한 학교도 등장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국내 명문대를 몇 명이나 보냈으며, 또 해외 명문 학교 입학생을 얼마나 배출했는지를 경쟁력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상황이 이쯤 되니 교육열에서 최고라는 이른바 ‘대치동 엄마들’까지 특목고나 외국어고 대신 대안학교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실 그런 양상의 대안학교들은 획일화된 입시 교육을 탈피하고 시험과 경쟁이라는 공교육의 틀을 깨기 위해 탄생한 초기 대안학교의 이념을 배반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안학교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진정한 대안학교로 보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소위 글로벌 인재 교육을 지향하는 일부 대안학교들은 교육과정 특성상 ‘럭셔리’니 ‘귀족학교’니 하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는 교육청에서 인건비 등을 지원받지만 비인가 대안학교는 초·중·고 과정을 막론하고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데다 다양한 특별 활동 비용이 추가되고, ‘전원형’ 대안학교는 기숙사 비용까지 보태져 많게는 일반계 고등학교의 몇 십 배에 이르는 학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계 고등학교의 3~4배가량 학비 부담이 많은 자립형사립고나 자율형사립고보다 최소 2배 이상 비싼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가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갈 수 없는 ‘그들만의 학교’라는 인식이 강한 게 사실이다.

[SPECIAL REPORT] ‘럭셔리 대안학교’ 진짜 실체는
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전원형 대안학교인 자연촌학교는 일단 ‘비용’만으로 따지면 최고 수준이다. 입학금은 별도로 없고 기숙사비 75만 원을 포함한 한 달 학비는 165만 원이다. 골프·승마·스쿠버다이빙 등 특별 과정 비용이 추가되면 한 달에 250만 원으로 연간 3000만 원이다.

특별 과정은 학생 개개인의 선택 사항이고 여의치 않으면 기본 과정만 등록할 수 있다. 지난해 완공돼 작년 10월 첫 신입생을 받은 자연촌학교의 현재 학생 수는 단 7명이다.

중고등학교 통합 과정으로 중학교 2학년 학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재학 중이며 오는 5월부터 시작될 특별 과정은 전교생이 모두 등록한 상태다. 학교 관계자는 “처음엔 1명이 특별 과정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뒤늦게 본인의 필요에 따라 선택했다”라며 “특별 과정을 이수하지 않는 학생이라도 결코 소외감을 느끼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만1570㎡(3500평) 부지에 우뚝 선, 대통령상을 받은 건축가가 지었다는 학교 건물은 외경부터 고급스럽다. 건물 디자인 비용으로만 1억5000만 원을 들였다는 이경수 이사장은 “학교는 아이들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곳으로 환경적 요인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나무 한 그루라도 구하기 어려운 적삼목을 공수해 지었다”라고 했다.

총 6층으로 된 건물은 강의실과 실내 체육관 등이 있는 강의동과 기숙사 및 생활공간이 있는 기숙동으로 나뉜다. 기숙동에는 심지어 학부모들을 위해 마련된 한실과 양실로 된 7개의 고급 게스트 룸까지 갖추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두 달에 한 번씩 있는 자녀의 학습 프레젠테이션을 보기 위해 학부모들이 학교를 방문하는데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며 “게스트 룸에 비치된 침대 하나까지 모두 해외에서 공수해 왔다”라고 덧붙였다.

세계화 지향…고급문화를 가르치다

[SPECIAL REPORT] ‘럭셔리 대안학교’ 진짜 실체는
시설적인 면에서 ‘고급’이라는 것을 자부하면서도 자연촌학교 이경수 이사장은 ‘럭셔리 학교’라는 시선에 대해 “우리 학교를 제대로 알면 절대로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숙사비를 제외한 순수 학비는 90만 원으로 주말에도 전교생이 학교에 머무를 뿐만 아니라 사교육비가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학부모들의 부담이 작은 편이라는 것.

이 이사장은 “우리 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과목별 진도에 맞춘 자기 주도형 학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교사 수가 많이 필요하지 않아 일반 학교보다 오히려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특별 과정에 대해서도 “학교는 골프나 승마 등 레슨을 위한 전문가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만 할 뿐”이라면서 “세계화를 지향하는 시대에 골프나 승마 등 고급문화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문무 통합형 리더 양성을 지향하는 자연촌학교는 기본 과정에도 기체조와 요가 등 신체 활동을 중시하고 있다. 운동을 병행하면 학습 효과가 배가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 이 이사장은 “우리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 중에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온 아이, 외국 유학에 실패하고 온 아이 등 ‘문제 있는’ 아이들이 많다”며 “그런 아이들이 운동을 병행한 자기 주도형 학습을 통해 단기간에 성과들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학생은 무엇보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게 우리 학교의 원칙이며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변화를 보고 놀라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올해 모두 4명의 아이들이 대학 입시에 도전하게 되는데 그 결과가 우리 학교의 존재를 증명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SPECIAL REPORT] ‘럭셔리 대안학교’ 진짜 실체는
여느 대안학교와 달리 단 한 번도 입시 설명회를 하지 않았고 계획조차 하지 않은 건 이처럼 학업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설명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

일반 학교의 수업 시간과 다르다고는 하지만 고등학생은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계속되는 공부(물론 중간 중간 운동 등 외부 활동도 포함돼 있다), ‘생활이 바뀌지 않으면 아이도 바뀌지 않는다’는 신념에 따라 주말에도 학교를 벗어나지 않고 교우 관계가 좁을 수밖에 없는 생활 등이 기자의 눈에는 삭막하게만 보였지만 학생들은 대체로 학교생활에 만족스럽다는 의견이었다.

‘부모 손에 끌려왔다’는 권태현 군은 “상담만 하고 나가야지 했는데 여기서 생활하다 보니 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라면서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첫 신입생을 받은 앤탐슨아카데미(이하 ATA)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전원형 대안학교로 일반에게는 미국식 교육을 하는 또 다른 ‘럭셔리’ 학교로 알려져 있다.

일단 캠퍼스 규모 면에서는 따라올 곳이 없다. 약 2만6440㎡(8000평) 규모로 펜션형 기숙사 10여 동과 아카데믹센터·카페테리아·오피스센터·강의실·도서실 등이 찾줘져 있다. 또한 임직원 사택용 게스트하우스와 각종 액티비티에 활용되는 아틀리에까지 갖춰져 있는 등 대학 캠퍼스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학부모 직업은 국회의원·의사 등 ‘부유층’

[SPECIAL REPORT] ‘럭셔리 대안학교’ 진짜 실체는
2011학년도 신입생 60명을 포함해 모두 100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ATA는 미국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한 학생들이 대부분으로, 미국의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영어로 이수하도록 돼 있다. 게다가 필수 과목으로 중국어와 아트 디자인, AP(대학과목선이수제도) 코스, SAT와 ESL 과정 등이 있으며 주니어 앰배서더 프로그램이 추가돼 있어 지난 2월에는 약 35명의 학생들이 2주간 인도네시아로 파견되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기존 학생들이나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의 목표는 미국 대학 입학”이라며 “최근에는 조기 유학 중인 학생들 학부모들의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 교과과정을 따르는 만큼 좋은 원어민 교사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에 스페셜 에이전트까지 두고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그뿐만 아니라 ATA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한다는 교육 목표 아래 인근 시설과 교내에 마련된 시설 등을 이용해 수영·승마·오케스트라 활동 및 각종 클럽 활동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기숙사비를 포함한 ATA의 연간 학비는 2300만 원이다. 900만 원의 입학금까지 합하면 3000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이 때문에 상위 몇 %만 갈 수 있는 ‘럭셔리 학교’라는 인식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실제 상담을 받으러 오는 학생과 재학생 계층이 아주 다양하며 학생들의 생활과 학습 퀄리티 등을 파악하고 보면 럭셔리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입학 설명회를 듣고 ATA에 자녀를 보낼 계획이라는 한 학부모는 “학비 부담이 큰 게 사실이지만 일반 학교에 다니더라도 사교육비 등을 합하면 거기서 거기”라고 말했다.

[SPECIAL REPORT] ‘럭셔리 대안학교’ 진짜 실체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경기국제학교 역시 35명의 학생들 중 60%가 해외 사립 고등학교나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공부 중심’ 대안학교다. ‘전교생이 리더가 되는 작은 학교’를 표방하며 설립된 지 2년째로 아이비리그 진학 등 올해 4명의 유학생을 배출했다.

영어로 대부분의 수업이 진행되지만 국어·역사 수업 등 한국인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과목도 소홀히 하지 않으며 소록도 봉사 활동, 1년에 한 번 해외 봉사 활동 등을 통해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갖춘 글로벌 인재를 길러낸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입학금 500만 원을 포함해 1년 학비는 총 1400만 원이다. 전교생의 30%를 전액 장학생으로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기숙형 학교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이지만 도심 속 상가 건물 안에 있는 ‘학교’의 모습은 어쩐지 적막하게 느껴진다. 학교 측은 “조만간 운동장이 딸린 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재에 응한 학교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사교육이 전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결코 비싼 학비가 아니다”라며 ‘럭셔리’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나타내면서도 아무에게나 열린 공간이 아니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했다.

자연촌학교의 관계자는 “현재 재학생들의 부모님들은 국회의원·의사·자영업자 등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분들이 많다”라고 말했고 ATA 측도 돈 없는 학생들은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 없는 학교라는 의견에 대해 “필요한 학비는 필요하다”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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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선택한 그곳

분당 이우학교 들여다보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등 유명 인사들이 선택한 이우학교는 전국의 수많은 대안학교 중 입학 경쟁률이 가장 높다. 2003년 개교한 이우학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함께 있으며 검정고시가 따로 필요 없는 ‘인가형’ 대안학교다.

교문과 교복이 없고 생활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자율적인 문화가 특징이다. 특이한 것은 입학 시 사교육을 하지 않겠다는 ‘사교육 포기 각서’를 써야 한다.

한 반 정원 20명을 고수하고 있으며 정형화된 교과서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학생들이 주도하는 형식의 토론식·탐구식 수업을 하고 있다. 또한 학습 수준이 서로 다른 아이들끼리 4인 1조 ‘모둠’을 만들어 과제를 해결하는 방과 후 활동을 비롯해 농사 등의 활동과 사회봉사 활동, 비정부기구(NGO) 참여 활동 등도 이우학교에서는 중요한 수업이다.

정부 지원이 없기 때문에 입학금과 수업료 등이 비싸 한때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2010년부터 혁신학교로 지정돼 일반 학교 수준의 등록금만 내면 입학이 가능해졌다.


취재=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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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1-04-11 1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