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적 효과

본격적인 운하 사업은 아니었지만 아라뱃길 사업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992년부터였다. 1987년 7월 굴포천 유역의 대홍수를 계기로 굴포천의 물을 서해로 흐르게 하는 방수로 사업에 국고를 투입해 착수한 것이다.

1987년의 대홍수는 침수된 농지가 3767ha에 달했고 사망자 16명, 이재민 5427명, 재산 피해 420억 원 등 막대한 피해를 끼친 참사였다. 방수로 사업이 진행된 이후인 1998~1999년에도 재난은 이어졌다.

이 기간 동안 총 1194가구의 가옥이 침수됐고 이재민 2539명, 재산 피해 112억 원을 기록했다. 상습적인 폭우와 홍수 피해가 지역의 경제 활력과 발전을 저해하는 첫 번째 요소였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설계됐던 굴포천 방수로의 길이는 14.2km에 달한다. 이를 한강 쪽으로 3.8km만 추가로 연결한 것이 바로 지금의 경인운하, 즉 아라뱃길이다. 홍수 시의 리스크 조정 역할은 물론이고 약간의 연장을 통해 365일 운하로 활용할 수 있다면 경제적 효과가 배가될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방수로 공사를 운하 사업으로 확대하면서 가장 먼저 대두된 부분은 바로 ‘경제성’이었다. 환경 관련 쟁점들은 4차례의 보완 과정을 거쳐 2001년 이미 해소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다시 경제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경제성·사업 타당성 ‘국제 공인’
홍수 피해 방지 효과도 거둬

아라뱃길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처음 이뤄진 건 2002년 4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실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검토였다. 당시 KDI의 조사·평가 결과는 경제성 표시 지수인 비용 수익 비율(B/C)이 0.92~ 1.28의 8가지 시나리오로 나왔다.

B/C가 1.0을 넘지 못하면 마이너스 수익률이란 뜻이다. 8가지의 시나리오 중 1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제성이 있다는 결과였다.

아라뱃길 사업의 경제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건 2003년 3월에 나온 감사원의 감사 결과 때문이다. 감사원은 “기존에 추진했던 방수로 사업은 국고로 우선 추진하고 운하 사업은 재검토하라”고 통보했다. 구체적인 재검토 내용은 대상 선박과 물동량 및 경제성 등이었다.

아라뱃길 사업의 경제성 논란이 매듭을 짓기 시작한 건 2006년에 이르러서다. 세계적인 운하 전문 기관인 네덜란드의 데하베(DHV)사에 타당성 용역을 의뢰한 결과 3년여에 걸친 조사 끝에 경제성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DHV는 아라뱃길 완공 시의 B/C를 1.76로 예상했다.

이후 2008년 사업 계획 보안을 거쳐 같은 해 12월 KDI의 최종 재검증 결과가 나왔다. B/C 1.07로 사업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었다.

현재 아라뱃길은 대역사를 정리하며 완공을 코앞에 두고 있다. 처음 운하 사업이 시작된 계기가 된 홍수 피해 방지는 사업의 첫 번째 효과다. 운하와 방수로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상습 침수 지역인 굴포천 유역의 홍수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

또 운하 건설로 비상 시 서해 갑문을 활용할 수 있어 배수 능력도 향상됐다. 실제로 서해바다 만조라는 최악의 조건을 기준으로 해도 홍수위(100년 빈도, 6.2m)가 해수위보다 높아 방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운하 건설의 필요성은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장점을 갖는다. 운하는 항만 하역료 등 일정한 수익을 통해 안정적인 유지·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방수로만으로 이용을 제한하면 매년 별도의 유지비용이 필요해진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매년 116억 원의 관리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됐고, 또 방수로만 건설하면 연간 15일(홍수 시)만 활용하게 돼 평시에는 건천화와 수질오염 등의 환경적 기회비용도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성·사업 타당성 ‘국제 공인’
물류비 절감 효과 극대화

아라뱃길 완공으로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물류비 절감’ 부문이다. 아라뱃길을 통해 기존 인천항의 기능을 분담하고 경부고속도로 등을 이용하는 물동량을 흡수해 내륙 교통난이 완화된다는 청사진이다.

4000톤 급의 RS(River-Sea) 선박 운항이 가능한 아라뱃길을 이용하면 트럭 250대 분량의 컨테이너를 한 번에 대량으로 운송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부산~김포 항로를 기준으로 컨테이너 1TEU(20피트 컨테이너 1대분)당 약 6만 원의 물류비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산된다.

도로로 운송하던 컨테이너를 연안을 따라 수도권으로 직접 운송한다는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운하의 실질적인 이용 거리는 500km에 이른다.

운하를 이용할 RS 선박은 내륙의 하천과 바다를 동시에 운항할 수 있는 배를 말한다. 국내에선 아라뱃길 사업을 계기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운하가 발달한 유럽 등지에선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강과 바다의 교통·물류 수단으로 활발하게 이용돼 왔다.

김포터미널에선 중국 또는 부산 등지에서 들어온 화물을 환적 과정 없이 바로 들여올 수 있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월등하게 유리하고 이에 따른 추가 비용도 들지 않는다.

운하 자체가 갖는 경제성도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뛰어난 게 사실이다. 운하의 연료 효율은 철도의 2.5배, 도로 운송의 8.7배 수준이다. 또 운하와 대비한 CO₂ 배출량은 철도가 1.4배, 도로가 4.9배 수준이다.

직접적인 수치로 나타나는 경제 효과 외에 문화·관광·레저 등의 부문에서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이란 기대도 크다. 아라뱃길은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에 있다. 또한 송도·청라지구 등 주변 중심지와도 연계돼 있다.

아라뱃길 완공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이들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도 활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강르네상스 계획과 연계하면 수도권 서부 지역의 국제 관광 물류 명소로 발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를 위해 서울 용산에서 중국으로 운항하는 5000톤 급의 국제 여객선 직항편을 운항할 계획이다. 또 요트 등의 마리나 선박도 한강과 아라뱃길을 거쳐 서해로 운항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아라뱃길 주변에는 자전거도로·산책로·공원 등의 친수 공간도 마련되고 있다. 국토부는 운하 완공과 운영을 통한 생산 유발 효과가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고용 효과 역시 2만5000명으로 추산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014년에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 개·폐막식, 수상 경기 등에 활용하면서 국제 관광 명소로서의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