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재테크는 가능할까

인기 블로거의 유쾌한 재테크 이야기다. 저자는 ‘지주클럽-생선장사 돈 버는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한다. 1973년생이니 올해 만 39세다. 지주였던 할아버지가 경매로 날린 고향 땅을 평생에 걸쳐 경매로 되찾는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경매에 입문하게 됐다. 충북 옥천 출신으로 진보적 지역 언론의 선두 주자인 ‘옥천일보’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그가 만든 ‘지주클럽’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낙찰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주클럽은 처음부터 유료 블로그로 출발했다. 거기에는 그의 남다른 철학이 담겨 있다. 대부분의 재테크 사이트가 선정적인 정보로 방문자를 낚은 후 광고로 먹고산다. 당연히 그런 사이트는 정보 이용료를 받지 않는다. 그들 위에 분양 업체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되는 정보를 무료로 나눠 줄 바보는 없다. 같은 맥락에서 공짜 정보를 기웃거리는 사람은 돈 벌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매의 핵심은 권리 분석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저자는 정반대다. 현실적으로 권리 분석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간판을 내건 2만 명의 업자들이 하나같이 권리 분석에 매달리고 있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경매 법정 직원들 역시 권리 분석에 대해서라면 정통하다. 돈이 되는 물건이 눈에 띄면 곧바로 친인척이나 가족에게 입찰을 권한다. 대한민국의 공무원이기 전에 그들도 사람이고 한 집안의 가장이다. 전국 5000개소가 넘는 법무사무소의 법무사들이나 은행의 채권담당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이 책 몇 권 들여다보고 권리 분석을 배워 땅을 산다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Book] ‘생선장수 경매 염장 지르기’ 外
경매가 투명하다는 것은 부동산을 사고파는 일에 편법이나 비법이 끼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 경매를 통해 대박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저자가 10년 가까이 경매를 통해 땅을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대박을 바라지 않고 소신을 갖고 투자하되 길게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당장 생계의 어려움에 내몰려선 안 된다. 저자는 경매를 하는 동안 아내가 일을 했고 저자 자신도 생선 장사를 했다. 생활이 안정된 때문에 꼼수를 부리지 않고 정직한 경매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한영 지음┃240쪽┃토담미디어┃1만3000원



이종우의 독서 노트
위기 이전과 위기 이후 세계
[Book] ‘생선장수 경매 염장 지르기’ 外
>>부메랑
마이클 루이스 지음┃김정수 옮김┃287쪽┃비즈니스북스┃1만5000원


북위 63도에 자리 잡고 있는 나라 아이슬란드.
인구 30만 명에 고기잡이가 주요 산업이었다. 지열 에너지는 풍부하지만 다른 일상 용품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사다 쓴다. 1000년 넘게 고기를 잡던 사람들이 갑자기 외환 딜러로 나서기 시작했다.

외국 은행들이 돈을 대줬고 시인이었던 총리, 어부였던 경제 관료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사람들의 욕망이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오른 뒤 미국 금융 위기가 터졌다. 지금은 국민 한 사람당 4억 원에 달하는 빚만 남았다.

영국 옆에 있는 나라 아일랜드. 부동산 투기에 뒷돈을 대느라 은행들이 부실해지자 정부가 은행에 대해 지급보증을 선언한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높은 수익을 노려 투자한 외국인들에게 원금을 보장해 준 것이다. 지금도 아일랜드에는 인구보다 많은 주택이 남아 있다.

유로화를 쓰는 나라끼리 재정 적자가 국민소득의 3%를 넘지 않도록 하자고 약속했다. 그리스는 그 비율이 2.8%라고 발표했지만 정부가 바뀌고 나자 하루가 다르게 적자 비율이 올라갔다. 회계를 조작해 흑자가 난 것처럼 속였다고 정부 스스로가 실토했다. 유로화가 출범하면서 갑자기 낮아진 금리 때문에 전국적인 투기가 벌어졌는데 한창일 때는 수도원까지 이 대열에 참여했다. 지금 그리스는 유럽의 문제아가 되어 매일같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가 부도를 내면 공무원은 우선 해고된다. 월급을 줄 돈이 없기 때문인데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여러 도시들이 그렇다. 경찰관이 해고된 후 도로 한복판에 주차해도 딱지를 떼지 않았다. 딱지를 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부메랑’은 금융 위기와 그 후의 얘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 마이클 루이스가 위기 국가들을 돌아다니면서 나라마다 위기가 왜 발생했고, 지금은 어떤 모습들을 하고 있는지를 썼다.

400년 전 네덜란드 사람들이 튤립 한 뿌리를 집 한 채 가격에 사고팔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런 한심한 사람들이 있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10년 전 한국 사람들이 사업 계획서 한 장을 담보로 실체도 없는 회사에 몇 백억 원의 돈을 밀어줬다면 ‘미쳤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일본열도가 사라지기 전에 1990년에 기록했던 땅값을 회복할 수 있을까. 이렇게 투기는 엄청난 고통을 낳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투기를 벌인다. 상황을 몰라서라기보다 욕심이 눈을 가리는 게 더 큰 이유다. 사람들이 정신을 차릴 때쯤 세상은 엉망이 돼버리고 모두가 빠져나오기 위해 혈안이 되지만 99%는 수렁에 갇히고 만다. 투기는 부메랑이 되어 참가자들을 몰락시킨다.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solomonib.com






중국경제를 움직이는 6가지 코드
오광진 지음┃320쪽┃서해문집┃1만5000원
[Book] ‘생선장수 경매 염장 지르기’ 外
경제발전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중국 경제를 6가지 코드로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과 위안화, 차이나 머니, 도시화, 증시와 부동산, 산자이(山寨: 짝퉁) 문화가 그것이다. 저자는 베이징 특파원 생활을 계기로 10여 년간 중국 데이터베이스를 뒤적이면서 중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코드를 추려냈다. 올해 새 지도부를 뽑는 공산당 내 권력 구도, 차이나 머니의 파워, 짝퉁과 혁신이 혼재된 문화 등은 중국을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시킨 ‘힘’인 동시에 ‘한계’다.



독재자의 핸드북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외 지음┃이미숙 옮김┃439쪽┃웅진지식하우스┃1만6000원
[Book] ‘생선장수 경매 염장 지르기’ 外
이 책은 독재자의 악행을 고발하는 책이 아니다. 사상 최악의 독재자들을 통해 권력을 잡고 권력을 절대로 빼앗기지 않는 비법을 탐구한다. 저자는 ‘태양왕’ 루이 14세부터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뉴욕 마피아까지 다양한 독재자들에게서 5가지 생존 원칙을 찾아낸다. 첫째는 핵심 집단을 최소 규모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 집단이 작을수록 통치자의 통제권과 지출에 대한 재량권이 커진다. 이러한 원칙은 기업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왜 회사는 연봉부터 깎을까?
하야시 아쓰무 지음┃박종님 옮김┃236쪽┃한국경제신문사┃1만3000원
[Book] ‘생선장수 경매 염장 지르기’ 外
누구나 어려워하는 회계학을 쉽게 풀어쓴 ‘회계학 콘서트’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고정비와 변동비의 비밀이 주제다. 왜 회사가 어려워지면 경영진은 고정비부터 줄이려고 하는지, 과연 임금동결, 인력 감축만이 최선인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고정비를 낭비로 받아들여 무조건 줄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하지만 고급 레스토랑을 일반 분식점처럼 운영할 수는 없다. 소비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키려면 그에 걸맞은 투자가 필수다.



경제공부
최한나 지음┃268쪽┃지식인하우스┃1만3000원
[Book] ‘생선장수 경매 염장 지르기’ 外
세계를 관통하는 경제법칙과 경제의 흐름을 읽는 법을 10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경제 위기의 끝이 보지 않고 있다. 갈수록 얇아지는 월급봉투에 좌절하는 샐러리맨, 대학 등록금에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하는 대학생, 육아와 직장 업무에 사투를 벌이는 맞벌이 부부, 평생 몸 바친 일터에서 눈치 보며 노후를 걱정하는 중·장년층…. 저자는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바로 경제의 흐름을 읽는 경제 공부라고 말한다.
[Book] ‘생선장수 경매 염장 지르기’ 外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