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1분기 실적 분석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외형은 커졌지만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는 평이다. 유럽 재정 위기와 경기 부진 탓으로 상장사 5곳 중 1곳은 적자였다.

지난 5월 31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668개사 가운데 분석 제외 법인 33개사를 제외하고 비교 가능한 635개사의 올해 1분기 실적(개별·별도 기준)을 이같이 밝혔다. 분석 대상 기업 635사는 모두 제조·건설·서비스업에 해당된다. 분석 결과 635개 회사의 매출은 291조495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4% 증가했다.
일본 대지진과 원전폭발 여파로 코스피가 47.31p,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1,015.34p 폭락한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폭락한 코스피와 닛케이 지수.그래프를 보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  20110315
일본 대지진과 원전폭발 여파로 코스피가 47.31p,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1,015.34p 폭락한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폭락한 코스피와 닛케이 지수.그래프를 보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 20110315
모바일 기기 등 전기전자 제품 수출 증가와 기계 업종의 수주 여건 개선, 펄프 가격 하락에 따른 제지 업종 실적 호전 등이 매출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영업이익은 15.4% 감소한 16조1824억 원, 순이익은 8.92% 줄어든 15조1845억 원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매출 대비 영업 이익률은 지난 1년간 7.24%에서 5.55%로 1.69% 포인트 하락했다. 1000원어치를 팔아 55원을 번 셈이다. 매출 대비 순이익률도 6.29%에서 5.21%로 동반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섬유·제약·음식료·통신 업종 등을 중심으로 이익 감소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약 업종은 약가 인하 여파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비 대비 58.06%나 급감했고 운수창고와 의료정밀이 적자로 전환되는 등 대다수 업종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반면 종이·목재 업종은 지난해 말 이후 원재료인 펄프 가격이 내리면서 제지 업종의 실적이 호전돼 영업이익이 238.84% 급증했다.

전기전자와 전기가스 업종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전기전자 업종 58개사는 모바일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탄력을 받으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8조4228억 원 늘어 16.96% 증가율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1조7240억 원 급증한 4조3531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개별 기준)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4.18% 급증한 4조5113억 원에 달해 전기전자 업종의 이익 규모를 키웠다. 전기가스 업종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조 원 이상 늘었지만 영업 손실은 5012억 원에서 1조275억 원으로 오히려 늘었고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전기가스 업종 기업이 대부분 흑자였지만 한국전력은 ‘나 홀로’ 적자 규모가 50%나 급증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이 억제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5곳 중 1곳 적자…제약·통신·섬유 고전
SK하이닉스·한국전력 순손실 급증

분석 대상 635개사 가운데 20.47%에 해당하는 130개 기업은 순이익이 적자로 나타났다. 그중 69개사는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됐고 이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순손실 규모는 2986억 원으로 가장 컸다. 반면 흑자로 전환된 기업은 37개사로, 지난해 1분기 356억 원의 손실을 냈다가 올해 1분기 778억 원의 순이익을 낸 현대엘리베이터가 대표적이다.

코스닥 기업 역시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작년 대비 다소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중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한 82개 코스닥 상장 기업들은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4조4634억 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1분기 4조2122억 원보다 5.96%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545억 원, 1956억 원으로 16.97%와 9.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대비 영업 이익률은 5.70%로 1년 전에 비해 1.58% 포인트 떨어졌다. 1000원어치를 팔아 57원을 벌었다는 뜻이다. 업종별로는 건설, 유통 서비스, 반도체 분야의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고, 소프트웨어와 디지털콘텐츠, 오락·문화 등은 호조세를 기록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