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862호 (2012년 06월 13일)



[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투자의 좋은 동반자 ‘ 디폴트 옵션’

기사입력 2012.06.12 오후 08:46

‘자율성 vs 타율성.’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의 것, 즉 자율성을 선택할 것이다. 인간은 자율적일 때 의욕이 용솟음치고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이는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때때로 자율성이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투자 분야다. 투자에선 자율성보다 규율이 중요하다. 설사 그 규율이 강제성을 갖고 있더라도 말이다. 행동경제학에선 이를 ‘디폴트 옵션’이라고 설명한다. PC를 작동할 때 모든 명령어를 입력해야 한다면 사용상 큰 불편을 겪게 된다. 그래서 PC 구동 시에는 명령어가 사전적으로 정의돼 있는데, 이를 디폴트 옵션이라고 한다. 디폴트 옵션은 어떤 의미에서 사전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을 정해 놓은 것이기도 하다.


[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투자의 좋은 동반자 ‘ 디폴트 옵션’

라이프사이클 펀드·자동이체를 활용하라

올 7월부터 개인형 퇴직연금 제도(IRP: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가 도입된다.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지만 6월까지는 퇴직 시에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7월부터는 일단 지정된 퇴직 계좌로 퇴직금이 입금되고 원하는 사람만 이 계좌를 해지한 다음 일시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과거에는 퇴직 일시금이 디폴트 옵션이었고 퇴직 계좌는 선택 사항이었지만 이제는 반대가 된 것이다. 디폴트 옵션이 변경된 것이다. 정부 당국은 퇴직금이 본연의 기능, 즉 노후 생활 자금으로 활용되도록 하기 위해 제도를 변경했다.

연금 펀드 선택 시 라이프사이클 펀드를 선택하는 것도 일종의 디폴트 옵션을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이가 젊을수록 공격적으로 주식 비중을 높이고 나이가 들면 보수적으로 운용하면서 채권 비중을 넓혀 가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뤄진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에 선택한 상품을 잘 바꾸지 않고 비중 조절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전적으로 나이에 따라 비중이 자동 조절되는 라이프사이클 연금 펀드와 같은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과 같은 하락장에서도 디폴트 옵션과 유사한 규율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상승장에서 펀드 가입자가 늘고 하락장에선 환매가 늘어난다. 투자 수익이란 측면에서 보면 반대로 움직여야 하는데도 늘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 시장 상황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투자하면 고점 매수, 저점 매도를 하기 일쑤다. 이를 피하는 방법 중 하나가 ‘자동 재배분’ 기능이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변액연금 상품이 대표적이다. 가입자는 주식과 채권의 비율을 정할 수 있다. 물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몇 개의 옵션이 주어져 있는데,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만일 주식 60%, 채권 40%로 자동 재배분 비율을 결정했다고 해보자. 주가가 올라 주식 비중이 60%가 넘어서면 일정 시점에 이 비중을 줄여 60%가 되도록 한다.

자동 재배분 기능은 주가가 오를 때는 주식의 비중을 줄여 수익을 내고 하락기에는 싸게 사들이는 효과를 낳는다. 물론 개인 스스로도 디폴트 옵션을 만들 수 있다. 주식과 채권 혹은 예금 비중을 사전적으로 정해 놓고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당초 비율대로 되돌리는 자산 재조정 방식이 대표적이다.

가장 기본적인 디폴트 옵션은 적금이든 펀드든 자동이체하는 것이다. 자동이체도 매월 일정 시점에 돈이 자동으로 투자되게 만드는 일종의 디폴트 옵션이다. 저축과 투자의 기본은 ‘저축 먼저, 소비 나중’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자동이체를 선택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이 저축하고 투자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실증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인간은 자율적으로 살아야 한다. 스스로 자신의 의욕을 에너지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투자에서의 잘못된 판단은 손실을 의미한다.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면서 적정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 중 하나는 디폴트 옵션을 만들어 놓고 타율적인 존재로 사는 것이다. ‘투자의 디폴트 옵션’을 어떻게 설계했고 이 옵션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투자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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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2-06-13 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