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business 제 889호 (2012년 12월 10일)

[영화] 원 데이 One Day

기사입력 2012.12.13 오후 02:10

엇갈린 20년 사랑의 결말은
감독 론 셰르픽
출연 앤 해서웨이, 짐 스터게스

[영화] 원 데이 One Day

1989년 롭 라이너 감독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개봉됐을 때 관객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두 남녀가 만나자마자 처음부터 불꽃이 튀고 바로 연인 관계로 돌입해 1시간 30분 내내 오해와 싸움을 거듭한 끝에 결국 행복한 결혼으로 맺는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와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서로에 대해 뜨악한 첫인상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친구로만 지내다가 어색한 섹스를 나누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가장 좋은 친구가 가장 좋은 연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이야기였다.

훨씬 더 현실에 밀착한 디테일과 생동감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새로운 형태의 로맨틱 코미디의 원형으로 자리 잡게 했다. 그리고 론 셰르픽의 ‘원 데이’는 좀 더 침착하게 인생의 아이러니를 인정하는 버전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보여준다.

1988년 7월 15일 대학교 졸업식 날 수줍은 엠마(앤 해서웨이 분)는 짝사랑하던 바람둥이 덱스터(짐 스터게스 분)와 얼결에 한 침대에 눕는다. 아무 일도 없는 하룻밤이 지나고 둘은 친구가 된다. 작가를 꿈꾸는 엠마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겠다는 포부의 좌절로 힘들어하고 부잣집 아들 덱스터는 천박한 TV 쇼 진행자로 승승장구한다. 두 사람은 20년 동안 따로 또 같이 삶의 순간들을 마주한다.

‘원 데이’는 1988년부터 2008년까지 20년 동안 매년 7월 15일 엠마와 덱스터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따라간다. 7월 15일 전날, 혹은 그 다음날, 혹은 1990년 7월 15일과 1991년 7월 15일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영화는 보여주지 않는다. 심지어 매년 7월 15일에 두 사람은 함께 있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관객에겐 두 사람의 감정선이 일직선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니까 말해지지 않은 것, 보여주지 않은 것에서 빚어지는 기묘한 조바심과 쓸쓸함은 ‘원 데이’가 청춘 남녀의 기나긴 멜로드라마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일찌감치 깨닫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바를 알지 못하며 영화 속 두 주인공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원 데이’는 조금 더 삶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프러포즈, 혹은 결혼식 모습을 마지막으로 ‘그리하여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예언으로 끝내는 일반적인 ‘동화’가 아니라 왜 우리는 살면서 진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는가, 깨달음은 왜 항상 뒤늦게 도착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삶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라는 질문들을 자꾸 던지게 된다.




호빗:뜻밖의 여정
감독 피터 잭슨
출연 마틴 프리먼, 이안 매켈런, 케이트 블란쳇, 올랜도 블룸, 리처드 아미티지
[영화] 원 데이 One Day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호빗’ 3부작의 첫 번째 작품. 호빗족 빌보 배긴스는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로부터 에레보르 왕국을 무시무시한 용으로부터 되찾아오자는 제안을 받는다. 빌보는 13명의 난쟁이족과 함께 골룸과 대결한 끝에 절대 반지를 얻는다.




컨빅션
감독 토니 골드윈
출연 힐러리 스웽크, 샘 록웰, 미니 드라이버
[영화] 원 데이 One Day

서로를 의지해 살아가던 외로운 남매 케니와 베티 앤. 어느 날 케니가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종신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베티 앤은 오빠를 위해 자신이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15년 동안 고등학교를 다시 졸업하고 로스쿨에서 자격증을 따낸다.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이치카와 미카코, 구사무라 레이코, 미쓰이시 겐
[영화] 원 데이 One Day

사요코는 어려서부터 뒤만 돌아보면 졸졸 따라오는 남자는 없어도 고양이는 많았다. 돌아가신 할머니 불상 앞에서 대화하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그녀지만, 함께 사는 고양이들을 외로운 이들에게 빌려주는 사업을 하며 오늘도 사요코는 씩씩하게 살아간다.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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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2-12-14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