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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은 값싼 천연가스의 등장을 의미한다. 매년 3400만 톤에 가까운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한국에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지난 1월 한국가스공사가 셰니어에너지와 연간 350만 톤 규모의 미국산 천연가스 도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물꼬를 텄다. 셰니어에너지는 미국 남부 멕시코만 사빈패스에 수출용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건설 중이다.

박영성(56) 한국가스공사 자원사업본부장은 “운송비를 고려해도 최소 30% 이상 저렴하다”며 “2017년부터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셰일가스로 가격이 떨어진 미국산 천연가스를 좀 더 공격적으로 들여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안정성을 중시하는 정부 방침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셰일가스 개발 붐이 일면서 북미에서는 차고 넘치는 천연가스를 수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에서 19개, 캐나다에서 6~7개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미국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참여한 사빈패스가 가장 속도가 빠르다.

박 본부장은 “2020년까지 사빈패스 외에 2~3개 정도가 실제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성 한국가스공사 자원사업본부장 “북미 셰일가스, 최소 30% 이상 저렴”
약력 : 1956년 서울 출생. 78년 한양대 영문과 졸업. 94년 미 조지워싱턴대 MBA. 2009년 한국가스공사 도입처장. 2010년 한국가스공사 자원개발본부장. 2011년 한국가스공사 자원사업본부장(현).


가스공사는 캐나다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규모가 가장 큰 ‘LNG캐나다’ 프로젝트의 지분 20%를 확보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쉘(40%), 미쓰비시(20%), 중국 CNPC(20%) 등이 참여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2018년부터 캐나다산 천연가스를 국내에 들여올 수 있게 된다.

지난 1월 체결된 사빈패스 LNG 도입 계약이 주목받은 것은 단지 낮은 가격 때문만이 아니다.

“그동안 LNG 가격은 원유 가격에 100% 연동됐어요. 카타르 등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었죠. 사빈패스는 유가 대신 미국 천연가스 시장 지표인 헨리허브 가격에 연동한 아시아 첫 사례예요. 일본 간사이전력도 가스공사에 이어 이 방식을 따랐죠.”

박 본부장은 앞으로 전통적인 유가 연동 방식에서 벗어나 헨리허브에 연동하거나 두 가지를 섞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빈패스 계약은 천연가스의 최종 소비지에 대해 어떤 조건도 붙어 있지 않다. 그동안 천연가스 수출국들은 구매자가 도입 물량을 자국에서만 팔 수 있도록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

“쉽게 말해 수입한 천연가스가 아무리 남더라도 다른 나라에 되팔 수 없었던 거죠. 사온 물량이 남으면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공사도 도입량을 쉽게 늘리지 못했어요. 매년 천연가스 공급이 수요를 훨씬 밑도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박 본부장은 “사빈패스처럼 계약의 유연성이 커지면 적극적인 수요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천연가스가 남더라도 다른 나라에 되팔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국내 천연가스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1차 에너지원 중 천연가스 비중이 평균 20~25%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17%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박 본부장은 “천연가스는 청정에너지인 데다 효율이 높다”며 “발전 분야와 산업용 전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하지만 단일 기업으로는 한국가스공사가 세계시장의 가장 큰 구매자다. 박 본부장은 “가스 시장은 플레이어들이 한정돼 있어 공급자든 구매자든 서로 잘 알고 있다”며 “에너지 메이저들이 사업 제안을 많이 해오고 가스공사가 참여해야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평가할 정도”라고 말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