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후식의 투자 노트

‘탐욕의 산물 … 항상 반작용 생각해야’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해 1년 반이 지났다. 필자는 정보기술(IT) 업종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투자 자문사 대표로서 증권시장에 남아 있었기에 그간 독자들의 주식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시장 전망 혹은 투자 유망 종목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주식 투자의 기본적인 방법, 투자 원칙의 공유 등으로 투자자들의 성공 투자에 대한 길라잡이가 되고자 했다. 소기의 성과를 이뤘는지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기면서 마지막 칼럼을 시작한다.

이번에는 IT 업종 애널리스트 경력을 바탕으로 IT 업종 투자에 대한 여러 생각을 정리했다. 최근 IT 업종은 원화 강세, 특히 일본 엔화에 대한 강세가 가격 경쟁력 약화의 우려감으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화가 얼마까지 변동할지 혹은 엔화가 어느 정도 변동할지 고민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현상이든 작용과 반작용은 있다. 나쁜 점이 있으면 좋은 점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율에 주목하기보다 IT 업종 자체를 이해하는 게 장기 투자에 유리하다.
<YONHAP PHOTO-1071> 삼성 '갤럭시S' 시리즈, 판매량 1억대 돌파

    (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의 대표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S' 시리즈가 출시 2년 7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1억대(공급 기준)를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가 약 2천500만대, 갤럭시S2가 약 4천만대, 갤럭시S3가 약 4천100만대 팔려 시리즈의 세 제품을 합해 세계 시장에서 약 1억600만대 이상 판매됐다고 14일 밝혔다. 2013.1.14 << 삼성전자 제공 >>

    photo@yna.co.kr/2013-01-14 14:05:33/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삼성 '갤럭시S' 시리즈, 판매량 1억대 돌파 (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의 대표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S' 시리즈가 출시 2년 7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1억대(공급 기준)를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가 약 2천500만대, 갤럭시S2가 약 4천만대, 갤럭시S3가 약 4천100만대 팔려 시리즈의 세 제품을 합해 세계 시장에서 약 1억600만대 이상 판매됐다고 14일 밝혔다. 2013.1.14 << 삼성전자 제공 >> photo@yna.co.kr/2013-01-14 14:05:33/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IT 소비액은 2012년 약 3800조 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가트너는 IT 업종이 2013년 4.2%, 2014년 3.8%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 세계 경제가 2012년 3.2% 성장한 것이라고 집계했다(2013년 1월). 2013년, 2014년 성장률은 각각 3.5%, 4.1%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과 IT 소비시장 성장률 전망치는 3%대 후반에서 4% 수준을 향후 2년간 예상하고 있다. 2012년 IT 소비는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밑돌았다.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IT 소비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 한국 IT 산업은 세계경제 부진과 IT 소비 저성장 국면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2012년 한 해 동한 한국 IT 산업, 즉 증권거래소 내 전기전자 업종은 3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9.3%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핵심은 휴대전화 산업이다. 2012년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은 불과 1.2% 증가에 그쳤다. 조사 기관인 IDC의 2013년 1월 24일 추계치에 따르면 2012년 전 세계 휴대전화는 17억3000만 대로 전년 대비 1.2% 증가에 그쳤다. 이런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22.7%, 애플은 46% 성장하면서 각각 시장점유율 23.4%(1위), 7.8%(3위)를 기록했다.

휴대전화 중에서 스마트폰 시장 비중은 2011년 29%에서 41%로 확장되면서 전년 대비 44% 증가한 7억1000만 대 시장으로 확대됐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확대 영향이 한국 IT 업종 주가 상승의 매개체였다. 2012년 휴대전화 시장 톱 5에는 삼성전자(1위), LG전자(5위) 등 한국 업체와 노키아(2위) 핀란드, 애플(3위) 미국, ZTE(4위) 중국 업체가 있다.



불과 3년 만에 확 바뀐 IT 생태계

2010년 KDB대우증권 포럼에서 당시 아이폰 전도사를 자임했던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의 짧은 강연이 있었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이 대표의 애플 그리고 아이폰의 파괴력을 들었으며 한국 휴대전화 산업에 대한 걱정을 가졌었다. 당시 필자의 우려감에 이 대표의 답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했다.

그는 “한국의 삼성전자·LG전자 등 휴대전화 생산 업체들은 6~12개월이면 애플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는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 라이어’ 내용 중에서 1만 시간의 법칙과 비슷하다. 스마트폰 개발 시작은 분명 늦었다. 하지만 휴대전화 개발에 익숙하지 않은 애플사의 엔지니어 100명이 3년의 시간을 들여 아이폰을 만들었다면 삼성전자의 엔지니어 1000명은 24시간 만에 갤럭시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였다. 삼성전자의 엔지니어는 휴대전화 개발에 도가 텄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1년 삼성전자 등 한국 IT 업종은 실적 부진의 여파로 주가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구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뛰어난 제조 기술력으로 시장 확장의 기회를 가졌다. 휴대전화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던 노키아는 휴대전화 시장의 맹주 자리를 삼성전자에 2012년에 넘겨줬다.

IT 업종의 투자 방법은 단지 환율 변화에 움직이는 게 아니다. 환율은 중요한 변수임에 틀림없다.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고 원화 환산 매출액, 이익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술 변화에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다. IT 산업은 급격한 기술 변화가 특징이다. 기술 혁신은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성 개선 요인뿐만 아니라 기호 변화도 기술 혁신 변화로 이어진다. 디스플레이 해상도, 카메라 화소수, 휴대전화 무게 등이 제품 선호도에 영향을 끼친다. 제품 변화는 이를 선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기업, 쫓아가는 기업, 뒤처지는 기업, 도태되는 기업군으로 분류된다. 변화는 1개월 만에 이뤄질 수도 있고 6개월 혹은 1년에 이뤄질 수도 있다.
IT주 투자의 원리 앞선 기술력·튼튼한 재무 상태 ‘ 핵심 ’
기업의 인프라를 보라

IT 산업에서 소멸 기술의 기댓값은 제로다. TV 시장에서 브라운관(CRT) 시장은 이미 30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액정표시장치(LCD) TV에서 광원 역할을 하던 냉음극형광등(CCFL)도 이제 주력 제품에서는 찾을 수 없다. PC 시장은 기업용 서브 PC, 데스크 톱 PC, 노트북 PC로 구분된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으로 e메일도 보내고 인터넷도 검색한다. 이 때문에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데스크 톱 PC가 얼마나 필요한지 슬슬 고민하게 한다.

노트북 PC 역시 태블릿 PC에 밀리고 있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노키아 같은 기업이 PC 시장에서라고 없었을까. IT 산업의 변화는 곳곳에서 빠르게 이뤄진다. 그래서 이게 소멸 기술인지, 반짝 기술인지, 새로운 변화를 이룰 기술인지 고민하는 것이 IT 업종 투자의 첫 걸음이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은 두 가지다. 튼튼한 재무 기반과 엔지니어 기술 기반의 확보 여부가 그것이다. 경쟁사가 100명의 엔지니어로 3년의 경과 기간을 투입했을 때 1000명의 엔지니어를 확보하고 더 강도 높은 기술 연구·개발비를 적기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가 경쟁력으로 지수화될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경영진의 전략적인 방향성이다. 이 역시 기업의 기본적인 인프라 기반에서 출발하는 방점이다. 결론적으로 IT 업종 투자에서 ▷선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 ▷튼튼한 재무 기반을 확보한 기업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경영진의 전략적인 실행력이 중요한 투자 포인트라는 뜻이다.

흔히 ‘갑을’ 관계를 이야기한다. IT 제품은 무수히 많은 부품들의 조합이다. 생산 공정에서의 화학제품들도 사용되고 있고 다양한 광석도 전기적 특성으로 사용된다. 부품들의 반조립 가공 업체들도 있다. 한국 코스닥 시장에는 IT 관련 업종이 40%를 웃돌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부분이 IT 연관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세트 업체들은 최근과 같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 변화에 부품 업체들에 대한 비용 압박이 이뤄지게 된다. 세트·부품 업체는 갑을 관계임에 틀림없지만 갑을 관계가 뒤바뀐 경우라면 투자 대상 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다. ▷독점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 ▷다양한 세트 고객처를 보유한 기업 ▷생산성 개선에 탁월한 기업 등 가격 인하의 자체적 흡수 능력들이 투자 포인트다. 이들 기업들은 시장 평균 대비 높은 영업이익률(10% 이상)과 양호한 현금 흐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민후식 파인투자자문 대표 hoosik_min@pineinvest.co.kr